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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The Stranger


         by

Albert Camus

  <Synop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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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우주의 불합리성. 삶의 무의미

등장인물:

뫼르소 Meursault:
    주인공. 타인에 대해 무관심한 남자. 특별한 이유 없이 살인을 한 인물. 사회의 도덕적 질서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주변 환경과 사물에 초연한 인물. 이로 인해 이방인으로 취급되는 인물.

마리 Marie Cardona:
    뫼르소와 함께 일했던 동료이자 그의 연인. 뫼르소를 이해 못하나 그에게 빠져든 여인. 뫼르소의 냉담함에도 그의 아내가 되고 싶어 하는 여인. 

뫼르소의 모친 Meursault’s Mother:
    아들 뫼르소가 양로원으로 보낸 인물. 뫼르소와 비슷한 성격으로 자연을 사랑하고 주어진 상황에 잘 적응 하는 여인.

목사 The Chaplain:
    뫼르소가 만나기를 거부하는 형무소 목사. 뫼르소의 무신론으로 겁을 먹는 인물.

페레즈 Thomas Perez:
    뫼르소 모친과 같은 양로원에 살았던 인물. 그녀와 친하여 사람들로부터 약혼자라는 놀림을 받았던 인물.

영장 담당 판사 The Examining Magistrate:
    어머니의 죽음에 무관심함을 보이는 뫼르소에게 신앙을 권하는 인물. 무신론과 부도덕으로 위협 받는 사회를 대표하는 인물.

양로원장 The Director:
    뫼르소가 어머니 장례식에서 만난 인물. 뫼르소에게 어머니를 양로원으로 보낸 사실을 마음에 두지 말라고 했지만, 재판정에서 뫼르소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는 남자.

셀레스테 Celeste:
    뫼르소가 자주 점심 식사를 하는 셀레스테 카페 주인. 재판에서 뫼르소에게 유리한 증언을 하는 남자.

마쏭 Masson:
    해변 별장으로 뫼르소를 초청하는 인물. 그 별장 방문 중 뫼르소는 아랍인을 살해하게 됨. 느긋하고 활력 있는 남자로, 재판에서 뫼르소에게 유리한 증언을 하는 남자.

검사 The Prosecutor:
    뫼르소를 냉정하고 계산적인 괴물로 특정짓는 인물. 뫼르소에게 사형을 구형하는 검사.

살라마노 Salamano:
    뫼르소의 이웃. 피부병을 앓는 늙은 개를 기르는 인물. 개에 대한 그의 애정과 어머니에 대한 뫼르소의 무관심이 대조되는 인물.

아랍인 The Arab:
    레이몽 연인의 남동생. 아무런 동기 없이 뫼르소가 그를 죽임으로써 그 범죄가 더욱 이상하고 이해하기 힘들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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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I부

제1장

    ‘어머니가 오늘 돌아가셨다. 아니, 어제일 수도, 잘 모르겠다. “어머니 사망, 내일 장례식, 애도” 라는 전보를 받았다. 무의미한 전보이다. 아마 어제일 수도 있다는 문장으로 이 소설은 시작한다.

    소설의 주인공이며 화자인 뫼르소는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전보를 받았다. 그의 어머니는 알지에 시 외곽 마렝고의 어느 양로원에서 살았다. 뫼르소는 상관에게 장례식 참석을 위해 이틀간의 휴가를 달라고 했다. 상관은 투덜대며 허락을 했고, 상관에 대한 이 요청은 뫼르소로 하여금 거의 죄의식을 느끼게 했다. 뫼르소는 마렝고행 두 시 정각 버스를 탔고 가는 도중 내내 잠을 잤다.

    뫼르소가 도착하자 양로원 원장이 그를 맞았다. 그는 뫼르소에게, 어머니를 그곳으로 보낸 일을 마음 아파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뫼르소의 적은 봉급을 고려하면, 그로서는 최선의 결정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는 종교적 절차에 따른 장례식이 준비되어 있다고 했다. 그러나 뫼르소는 어머니가 생전 종교에 관심이 없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대화가 끝난 후 원장은 뫼르소의 어머니 관이 안치되어 있는 영안실로 그를 안내했다.

    관은 이미 봉인이 되어 있었다. 관리인이 와 관 뚜껑을 열겠다고 했으나 뫼르소는 그냥 두라고 했다. 뫼르소에겐 귀찮게도, 관리인은 버티고 앉아 자신의 생활과 시골의 장례에 관해 수다를 떨었다. 더위로 인해 시신의 부패가 빨라, 시골의 애도 기간은 도시보다 훨씬 짧다고 했다. 뫼르소는 그의 말이 매우 흥미롭고 합당하다고 생각했다.

    뫼르소는 어머니의 시신을 지키며 밤샘을 했다. 관리인이 그에게 커피를 권했고 그는 그에게 담배를 권했다. 영안실의 분위기가 괜찮다고 느낀 뫼르소는 잠깐 잠이 들었다가, 양로원으로부터 온 어머니의 친구들 발자국 소리에 잠이 깼다. 한 부인이 슬픈 울음을 울어 뫼르소를 성가시게 했다. 그는 다시 잠이 들었다.

    장례식 날인 다음날 아침 뫼르소는 양로원 원장을 다시 만났다. 관을 영구히 봉인하기 전 마지막으로 어머니를 보겠느냐고 그가 물었다. 그러나 뫼르소는 안 보겠다고 했다. 원장은 양로원의 유일한 조문객인 토마스 페레즈 씨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페레즈 씨는 뫼르소의 어머니가 죽기 전 그녀와 거의 붙어 살다시피한 사람이었다. 사람들은 그를 그녀의 약혼자라고 하며 놀리기도 했다.

    장례 행렬은 마을을 향하여 천천히 움직였다. 일꾼 중 한 사람이, 어머니가 노인이었느냐고 물었고, 어머니의 정확한 나이를 몰랐기 때문에 뫼르소는 막연히 그렇다고 대답했다. 먼 길을 걷자니 더위가 짓눌렀다. 뒤를 돌아보니 토마스 페레즈 씨가 뒤처져 따라오고 있었다. 간호사가 말하기를, 너무 천천히 걸으면 그는 일사병에 걸릴 것이라고 했다. 좀 빨리 걸어 교회로 가서 땀을 식혀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달리 해결 방법이 없다”는 생각에 뫼르소는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 그는 더위로 쩔쩔매는 페레즈 노인의 눈물로 얼룩진 얼굴 말고는 장례식에 대해 거의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장례식 후 버스를 타고 알지에(알제리아의 수도)로 돌아가던 뫼르소는, 이제 잠을 잘 잘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뻤다.

제2장

    이틀간의 휴가를 달라고 했을 때, 왜 상관이 짜증을 냈는지 뫼르소는 알게 되었다. 장례식이 금요일이었기 때문에 주말을 고려하면 이틀이 아닌 4일간의 휴가였다. 그는 수영을 하기 위해 해변으로 가, 과거 직장 동료 마리 카르도나를 만났다. 그는 그녀가 뗏목에 오르도록 도왔고, 그녀의 아름다움에 도취된 그는 그녀를 따라 그 뗏목에 올랐다. 그는 그녀의 몸에 머리를 기댔고, 둘은 한동안 함께 누워 하늘을 보았다. 그들은 함께 헤엄치며 즐겁게 오후 한 나절을 보냈다. 마리는 영화를 함께 보자는 뫼르소의 초청을 받아들였다. 그녀는 뫼르소가 바로 하루 전에 어머니를 매장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다소 놀랐으나 곧 그 일을 잊었다. 영화를 본 후 마리는 뫼르소와 함께 그 밤을 보냈다.

    뫼르소가 눈을 떠보니 마리가 가고 없었다. 그는 평소에 점심 식사를 하던 셀레스테 식당으로 가지 않기로 했는데, 어머니에 대한 사람들의 질문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정오까지 침대에 누워 있다가 발코니로 나아가 먹고, 담배를 피우고, 거리를 오고 가는 사람들을 보며 오후를 보냈다. 날씨가 참으로 좋았다. 저녁이 되어 뫼르소는 약간의 식품을 사서 요리를 했다. 저녁 식사를 한 후 그는 또 다른 일요일이 끝나가고 있음을 즐겼다. 어머니는 묻혔고 아침이 되면 출근을 해야 했다. 결국 변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제3장

    다음 날 뫼르소는 출근했다. 상관이 우호적인 태도로 어머니에 관해 물었다. 뫼르소는 동료 엠마누엘과 점심 식사를 위해 셀레스테 식당으로 갔다. 셀레스테 씨가 안부를 물었으나 뫼르소는 간단한 대답을 한 다음 대화의 주제를 바꿨다. 식사 후 잠깐 눈을 붙였다가 일터로 돌아가 오후 내내 일을 했다. 퇴근 후 뫼르소는 이웃인 살라마노에게로 갔다. 그는 개를 데리고 계단 위에 서 있었다. 옴이 올라 그 피부에 옴딱지가 붙어 있는 개의 모습은, 나이든 주인과 같은 모습이었다. 살라마노는 하루에 두 번 개를 산책시켰는데, 때리기도 하고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또 다른 이웃인 레이몽 셍트가 뫼르소를 만찬에 초대했다. 레이몽은 뚜쟁이로 의심이 가는 남자였는데 직업을 물으면 창고지기라고 했다. 식사 후 레이몽은 청을 들어 달라고 하며 친구가 되어줄 수 있느냐고 했다. 뫼르소가 승낙을 하자 레이몽이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자신의 연인이 속인다고 의심이 들어 그녀를 두드려 팼고, 그녀가 떠나갔다고 했다. 이로 인해 그녀의 아랍인 동생과도 싸웠다고 했다. 그녀를 아직 마음에 두고 있으나, 그 속임수는 벌하고 싶다고 했다. 그녀에게 용서한다는 편지를 써 돌아오게 하고 싶다고 했다. 그녀와 잠자리를 같이 한 다음 마지막 순간에 그녀의 얼굴에 침을 뱉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면서 뫼르소에게 편지를 써 달라고 했다. 이에 뫼르소는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 말에 레이몽이 기뻐하며 이제 친구가 되었다고 했다. 그러나 뫼르소는 “친구가 되는 일에 걱정하지 말라” 라는 뜻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뫼르소는 살라마노의 개가 신음하는 소리를 들었다.

제4장

    그다음 주 토요일 뫼르소는 마리와 함께 다시 수영을 하러 갔다. 그녀를 보는 순간 뫼르소는 강렬한 성적 욕망이 일었다. 수영을 끝낸 후 그들은 서둘러 뫼르소의 아파트로 가서 섹스를 나누었다. 그날 밤을 뫼르소와 함께 보낸 마리는 다음 날 점심때까지 그곳에 머물렀다. 뫼르소는 마리에게 살라마노와 그의 개에 관한 이야기를 했고 그녀는 웃음을 터뜨렸다. 마리는 자신을 사랑하는지 뫼르소에게 물었다. 그런 종류의 질문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한 그는, 아마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그의 이 같은 대답에 마리는 매우 슬픈 표정을 지었다.

    마리와 뫼르소는 레이몽의 아파트로부터 싸우는 소리를 들었다. 그 아파트 주민들이 모두 모여 레이몽이 연인을 폭행하는 소리를 들었다. 경찰이 도착했다. 여인이 경찰에게 레이몽의 폭행 사실을 말했고, 그 말을 들은 경찰은 레이몽의 따귀를 때렸다. 그런 다음 경찰서로 호출할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다. 그날 오후 늦게 레이몽이 뫼르소를 찾아와 경찰서로 가서 자신의 연인이 속였음을 증언해 달라고 했다. 뫼르소가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그날 밤 늦게 뫼르소와 레이몽이 아파트로 돌아와 보니, 살라마노가 잃어버린 개를 찾고 있었다. 개 경연장에서 개가 그로부터 도망친 것이다. 뫼르소는 경찰서 우리에 그 개가 있을 수도 있고, 따라서 약간의 돈을 지불하면 찾아올 수 있다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살라마노는 개에게 욕지거리를 퍼부었으나, 그날 밤 늦게 뫼르소는 그가 방에서 우는 소리를 들었다.

제5장

    레이몽의 친구인 마쏭이 그 다음 일요일, 자신의 해변 별장으로 뫼르소와 마리를 초대했다. 자기부부 그리고 레이몽과 함께 보내자는 뜻이었다. 뫼르소의 상관은 그에게, 파리에 열리게 될 새 사무소에 근무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뫼르소는 파리에 가도 안 가도 마찬가지라고 했고 상관은 야심이 없다며 그에게 화를 냈다. 뫼르소는 학생 시절 야심이 있었으나 그 야심이라는 게 현실적으로 별것 아니라는 걸 알았다.

    마리는 뫼르소에게 자신과 결혼을 원하는지 물었다. 이에 뫼르소는 결혼을 하건 안 하건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녀가 자신을 사랑하느냐고 묻자 뫼르소는 다시, 그러한 질문은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아마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마리는 그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와 결혼하기로 결심했다. 마리가 그날 저녁 식사를 함께할 수 없다고 하자 왜 그런지 뫼르소가 물었고, 그녀는 그냥 웃었다. 셀레스테 식당에서 혼자 저녁을 먹던 뫼르소는 어떤 낯선 여인이 잡지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체크하는 걸 보았다. 그녀가 자리를 뜨자 뫼르소는 잠시 그녀의 뒤를 따랐다.

    뫼르소가 집으로 돌아와 보니, 살라마노가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아내가 죽은 후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개를 길렀다고 했다. 그는 새로운 개를 원하지 않은 것이 이미 그 정든 개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어머니를 잃은 뫼르소에게 위로의 말을 했다. 어머니를 양로원으로 보낸 뫼르소를 나쁘게 생각하는 이웃들이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자신은 뫼르소가 어머니를 대단히 사랑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개가 없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자제력을 잃고 있었다. 개를 잃어버림으로 해서 그의 삶이 극적으로 바뀐 것이다.

제6장

    그 다음 일요일, 뫼르소는 잠자리에서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마리가 그를 흔들어 깨웠다. 둘이 밖으로 나오며 레이몽의 방문을 두드리자, 그는 곧 함께하겠다고 소리를 질러 대답했다. 그들은 거리로 나왔다. 몸도 찌부드듯 한데다 덧문을 내려놓았던 방에 익숙한 눈이, 눈부신 아침 햇살을 받아 아플 정도였다. 세 사람은 마쏭의 해변 별장으로 가는 버스를 타야 했다. 버스를 향해 가던 중 한 무리의 아랍인들을 보았다. 그들 가운데 레이몽의 연인의 남동생이 뫼르소 일행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 아랍인들은 버스에 오르지 않았고, 따라서 레이몽은 안심했다. 버스가 출발하자 뫼르소가 내다보니 아랍인들이 아직도 그 자리에서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쏭의 별장은 목제의 조그마한 방갈로였다. 마쏭의 부인을 본 뫼르소는 처음으로 마리와의 결혼이 어떠할지 생각해 보았다. 마쏭과 뫼르소, 마리는 점심때까지 수영을 했다. 점심 식사 후 마쏭과 레이몽 그리고 뫼르소는 함께 산책을 했고, 두 여인은 설거지를 했다. 햇빛으로 뜨거워진 해변은 뫼르소에게 견디기 힘들 정도였다. 그때 두 사람의 아랍인이 눈에 들어왔고,그들 중 한 남자는 레이몽의 연인의 형제였다. 뫼르소 일행을 따라 온 것이다. 곧 결투가 벌어졌다. 레이몽과 싸우던 아랍인이 칼을 들었다. 뫼르소가 레이몽에게 조심하라고 소리쳤지만, 때는 이미 늦어 있었다. 칼을 든 아랍인이 레이몽의 팔을 벤 다음 동료와 함께 도망쳤다. 마쏭과 뫼르소는 부상한 레이몽을 데리고 방갈로로 돌아갔다. 마리는 크게 겁을 먹었고 마쏭 부인은 레이몽의 상처를 보자 울음을 터뜨렸다. 마쏭이 레이몽을 근처 의사에게 데리고 갔다. 뫼르소는 사건을 말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 바다를 바라보며 담배만 피워댔다.

    레이몽은 상처를 붕대로 감은 채 그날 오후 늦게 방갈로로 돌아왔다. 그가 해변으로 내려가자 뫼르소가 따라갔다. 레이몽이 원하지 않는 바였다. 레이몽은 물웅덩이 가까이에 누워 있는 두 아랍인을 보았다. 그들이 노려보자, 주머니에 권총을 가지고 있던 레이몽은 조심스레 방아쇠에 손가락을 댔다. 그를 본 뫼르소는 쏘지 말라며 그의 총을 빼앗았다. 그때 두 아랍인은 바위 뒤로 숨었고 뫼르소와 레이몽은 그 자리를 떴다.

    뫼르소는 레이몽을 데리고 별장으로 갔다. 더위에 지친 뫼르소는 계단을 올라 여자들에게 되돌아가는 일은 모래사장을 걷는 것만큼이나 힘든 일로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해변에 그냥 있기로 했다. 뜨거운 열로 인해 뫼르소는 머리가 아팠고, 따라서 열을 식히기 위해 물웅덩이로 갔다. 그곳에 이른 그의 눈에 도망친 그 아랍인들이 들어왔다. 뫼르소의 손이 권총으로 갔다. 그가 다가가자 아랍인이 칼을 빼들었다. 칼날에 반사된 햇빛이 땀과 열로 쓰린 뫼르소의 눈을 비추었다. 그 순간 뫼르소는 방아쇠를 당겼다. 잠간 멈칫했던 그는, 움직이지 않는 아랍인의 몸통을 향해 연거푸 네 발을 더 쏘았다. 뫼르소는 그 아랍인을 죽인 것이다.


제II부

제1장

    뫼르소는 살인 혐의로 곧 체포되었다. 법원이 지정한 뫼르소의 변호사가 감옥으로 그를 찾아와 말하기를,  수사관들이 그의 사생활을 조사하였고 그 결과 모친의 장례식에서 보였던 그의 “무정함”을 밝혀냈다고 했다. 그리고는 어머니를 매장하는 일이 슬프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이 질문에 뫼르소는 자신이 감정을 나타내지 않는 일이 한참 되었다고 했다. 어쨌든 어머니를 사랑했으나 그 또한 어떤 대단한 뜻이 있는 건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한참 생각 끝에, 평균적인 사람들은 누구나 어느 정도 자신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죽기를 바라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그리고 어머니의 죽음과 자신의 살인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하자, 변호사는 그가 법의 온정을 바라지 않고 있음을 알았다. 어머니의 죽음에 냉담한 그에게 실망한 변호사가 자리를 뜨자 뫼르소는, 자신도 다른 사람들과 다름없다는 걸 말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했다.

    그날 오후 뫼르소는 영장 담당 판사의 심문을 받았다. 판사는 그에게 어머니를 사랑했느냐고 물었고 이에 뫼르소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 아랍인을 쏜 후 왜 멈칫했다가 네 발을 더 쏘았느냐고 물었다. 판사에게 가장 큰 관심사였다. 뫼르소가 대답을 못하자 판사는 십자가 상을 보여주며 하느님을 믿느냐고 물었다. 뫼르소는 믿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하느님의 존재에 의문을 품으면 삶은 무의미하다며 판사는, 뫼르소는 치유 불가능한 메마른 영혼의 소유자라고 했다. 그 후 11개월에 걸친 조사가 행하여졌고 그 과정에서 판사는 뫼르소를 “적그리스도 씨”로 불렀다.

제2장

    뫼르소는 여러 죄수들과 함께 같은 감방에 투옥되었다. 아랍인 죄수들도 있었다. 그 후 뫼르소는 독방으로 옮겨졌다. 어느 날 마리가 면회를 왔다. 면회실은 시끄러웠고 죄수들과 면회객들로 붐볐다. 마리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희망을 가지라는 말을 했다. 무죄 판결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니 석방되면 결혼을 하여 함께 수영을 가자고 했다. 그러나 뫼르소는 모친의 방문을 받고 있는 슬픔에 잠긴 옆의 죄수에게 더욱 관심이 있는 듯했다. 나중에 마리는, 뫼르소의 아내가 아니라는 이유로 감옥 당국이 허락하지 않아 더 이상 면회를 올 수 없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왔다.

    감옥의 뫼르소는 수영과 담배, 섹스에 대한 생각으로 고통스러웠다. 그러나 감옥 생활에 익숙해져 갔고, 무시무시한 처벌에 대한 공포도 사라져 갔다. 다만 저녁 시간이 일러 문제였다. 그는 가능한 한 많은 잠을 잤다. 자신의 아파트에 대한 자질구레한 일들을 생각하고 낡은 신문 스크랩에 실린 기사를 읽고 생각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 기사는 어린 시절 고향을 떠나 부자가 되어 돌아온 어느 체코슬로바키아 사람에 관한 것이었다. 그는 변장을 하고 어머니와 누이동생을 만났는데 그들을 놀라게 하려고 먼저 재산을 말한 다음 신분을 밝히기로 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신분을 밝히기 전 그녀들은 그를 살해했다는 기사 내용이었다. 자신들의 과오를 깨달은 그녀들은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이야기였다.

제3장

    다음 해 여름 뫼르소에 대한 재판이 시작되었다. 그는 사람들로 가득 찬 법정을 보고 놀랐다. 그가 셀레스테 식당에서 보았던, 라디오 프로그램을 체크했던 여인도 있었다. 여름철에는 기사거리가 뜸한 때라 신문도 그의 사건을 크게 다루었다. 판사가 왜 어머니를 양로원으로 보냈는지 물었다. 뫼르소는 돈이 없어 그랬다고 했다. 그런 결정을 하고 괴롭지 않았느냐고 판사가 물었고 이에 뫼르소는 자신이나 어머니나 서로 기대할 것이 없었기 때문에 자신들은 모두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는 편이라고 했다.

    양로원 원장은 뫼르소 부인이 자신을 양로원으로 보낸 아들의 결정에 불만이었다고 증언했다. 원장은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그처럼 “무표정”한 뫼르소에게 놀랐다고도 했다. 어머니의 시신 보기를 거절했으며 눈물을 흘린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했다. 자기 어머니 나이도 모르더라는 양로원 관리인의 증언도 있었다. 뫼르소는 법정의 사람들이 자신을 증오한다는 걸 알았다.

    관리인의 증언에 따르면, 뫼르소는 밤샘을 하면서 담배를 피우고 커피를 마셨다고 했다. 이에 대해 뫼르소의 변호사는 그 관리인도 밤샘 도중, 뫼르소가 준 담배를 피웠다고 했다. 관리인이 먼저 뫼르소에게 커피를 권했다고 하자, 검사는 뫼르소가 불효한 아들이라서 커피를 거절하지 않았다고 비꼬았다. 토마스 페레즈가 증언대에 올라 증언하기를, 장례식 동안 자신이 너무나 슬퍼서 뫼르소가 울었는지 아닌지 기억이 없다고 했다. 셀레스테 씨는 뫼르소가 자신의 친구이며 그가 아랍인을 죽인 건 정말 불운 때문이라고 했다. 마리는 자신과 뫼르소와의 결혼 계획을 증언했다. 검사는 마리와 뫼르소가 장례식 직후 주말에 성관계를 가졌고, 그날 연극을 보러 가기도 했다고 했다. 마쏭 씨는 뫼르소가 정직하고 예절이 바르다고 하여 그에게 유리한 증언을 했고, 살라마노 씨는 자신의 개에 대한 뫼르소의 자애로움을 밝혔다. 모두 검사의 논고를 반박하는 증언들이었다. 레이몽은 증언하기를, 뫼르소가 자신의 연인의 동생과 논쟁을 벌인 것은 순전히 우연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검사는, 뫼르소가 레이몽 대신 편지를 써주고 경찰서에서 레이몽을 위해 증언한 것, 그리고 살인이 벌어진 날 그와 함께 해변으로 간 것이 우연이냐고 반박했다.

제4장

    마지막 논고에서 검사는 계획적인 살인의 증거로서, 교육을 받은 지서인인 뫼르소가  후회하지 않고 있음을 들었다. 살인의 증거로 보통 사람의 좋은 점인 “지성”을 검사가 예로 들어, 뫼르소는 혼돈이 일었다. 그 다음 증거로는 뫼르소가 전혀 참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검사는 다음 재판은 친부 살해 사건과 함께 열릴 것이라며, 뫼르소가 어머니의 죽음에 슬퍼하지 않는 것은 사회의 도덕적 근간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했다. 도덕적인 관점에서 뫼르소는 친부를 살해한 자와 같은 범죄자라고 했다. 뫼르소의 행동은 아버지를 죽이게끔 길을 열어 놓은 것이며, 따라서 뫼르소는 친부 살해와 같은 자로 사형이 마땅하다고 했다. 사형을 구형한 것이다.

    뫼르소는 아랍인을 죽이기 위해 해변으로 간 것은 아니라고 했다. 판사가 범죄의 동기를 물었고 뫼르소는 무심결에 “태양 때문”이라고 했다. 뫼르소의 변호사는, 그가 어머니를 양로원으로 보낸 것은 다만 어머니를 돌볼 돈이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변호사는 그 범죄에 이르는 과정을 마치 자신이 뫼르소인양 열변을 토하여 변호함으로써, 뫼르소로 하여금 마치 자신이 그 범죄와 무관하다는 느낌을 가지게 했다. 변호사가 긴 변론을 하는 동안 뫼르소의 마음은 지향할 바를 몰랐다. 뫼르소는 계획적인 살인죄가 인정되어 단두대로 목이 잘리는 사형선고를 받았다.

제5장

    재판이 종료된 후 뫼르소는 자신에게 사형 판결을 내린 “정의라는 기계”로부터의 탈출을 생각했다. 언론은 “사회에 진 빚”이라는 용어로 사형수인 그의 상황을 보도했다. 뫼르소는 오로지 자유에로의 도피 가능성 여부만 중요하게 생각했다. 어쩔 수 없이 사형집행 장면을 목격한 아버지의 이야기를 어머니로부터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런 후 아버지는 몇 번인가 먹은 걸 토했다고 했다. 이제 뫼르소의 유일한 관심사는 사형집행이었다. 그는 사형수가 아닌 사형집행의 구경꾼이 되고 싶었다. 그는 사형수를 열 번에 아홉 번만 죽이는 독약 제조 방법을 상상해 보았다. 그렇다면 적어도 한 번은 살아남을 수가 있는 것이다.

    기요틴을 사용하면 사형수는 단번에 목숨이 끊어지기를 바란다는 사실도 뫼르소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단번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처형은 괴로울 것이다. 따라서 사형수는 사형집행이 성공적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 집행에 순순히 협조하는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뫼르소는 또 단두대가 연단 위가 아닌 맨 땅 위에 설치되는 것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처형은 최소한의 부끄러움을 느끼도록 정밀하게 해야 한다고 믿었다. 뫼르소는 자신의 감방으로 다가오는 발소리가 없이 새벽이 지나가면 안도했다. 그 발소리는 형장으로 자신을 데려갈 사람들의 도착을 알리는 신호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항소도 생각해보았으나 기각 당하리라 생각하여, 그럴 경우 상황은 최악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누구든 결국은 죽는다는 사실을 생각한 후 그는 용서와 자유의 가능성을 생각했다. 이 가능성을 생각할 때마다 그는 미칠 듯이 기뻤다.

    교도소 목사가 뫼르소를 찾아와 왜 자신과의 만남을 거부했는지 물었다. 이에 뫼르소는 신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목사는 뫼르소가 “끝 모를 절망” 때문에 그런다고 하자, 뫼르소는 절망이 아니라 다만 두렵다고 했다. 목사는 자신이 지금까지 알아온 모든 사형수들은, 결국은 하느님을 믿어 위안을 얻는다고 했다. 목사가 하느님을 생각하며 남은 생을 보내라고 하자 뫼르소는 몹시 화를 냈다. 그는 하느님과 함께하며 낭비할 시간이 없다고 했다. 그러자 목사는 뫼르소의 마음이 닫혀 있다고 했다.

    뫼르소가 몹시 화를 냈다. 별것 아닌 일에도 화를 내고, 목사의 신앙 속 그 무엇도 목사가 믿는 만큼 확실한 것도 아니라고 소리쳤다.

    인간 존재의 모든 것에서 뫼르소가 확실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은 죽음이었다. 뫼르소는 왜 어머니가 토마스 페레즈와 잠깐이나마 연인 관계를 맺었는지 알았다. 저물어가는 삶 속에서 다시 활력을 찾고 싶었던 것이다.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울음을 우는 건 그녀에 대한 모독이라고 믿었다. 아무도 그녀의 죽음에 울음을 울 권리가 없다는 생각이었다. 그 역시 살아온 삶을 다시 시작하고 싶었다. 거대한 노여움의 파도가 휩쓸고 가며 자신을 정화시키고 비워 준 느낌이었다. 그는 처음으로 별이 빛나는 어두운 하늘을 올려다보고 자비로운 우주의 무관심에 마음을 열었다. 그렇게 하니 자신이 행복했었고 지금도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이 이루어졌으니 이제 덜 외롭고, 남아 있는 희망이라면 어느 날엔가 자신이 처형될 날 분노한 군중들이 모여 “증오의 함성”으로 자신을 맞는 것이었다.(C)

번역: 박흥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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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ert Camus: “페스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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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


   The Plague

   

         by

 Albert Camus

  <Synop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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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리외 박사 Dr. Bernard Rieuxjl:
        소설의 화자. 엄격한 예방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을 최초로 건의한 의사. 인도주의자 겸 무신론자. 당국의 느린 조치에 분노하는 인물. 사람과 윤리 규범을 신뢰하는 인물. 페스트와 싸우는 의사.

타루 Jean Tarrou:
        페스트가 발생한 오랑시를 객관적으로 보는 인물. 리외 박사와 마찬가지로 사회적, 개인적 책임을 강조하나 리외 박사보다는 보다 철학적인 사람. 신을 믿지 않고 자신의 윤리 규범에 따라 페스트와 싸움.

그랑 Joseph Grand:
        오랑 시 공무원. 승진이 안 되어 수십 년을 같은 업무를 함. 그의 일상에 염증을 느낀 아내 쟌느가 그를 떠남. 아내에게 편지를 쓰려고 하나 정확한 어휘를 알 수 없어 고민하는 인물. 책을 쓰고 싶어 하나 한 줄 이상을 못 쓰는 인물.

랑베르 Raymond Rambert:
        파리 출신의 언론인. 오랑 시 아랍인들의 위생 상태를 취재차 왔으나 돌발적인 페스트로 인해 발이 묶인 인물. 오랑 시를 탈출하여 아내를 만나고자 애쓰는 인물.

코타르 Cottard:
        범죄 경력이 있어 불안 속에 사는 남자. 체포를 면할 수 있다는 생각에 위생 격리 생활을 행복해 하는 인물.

파네루 신부 Father Paneloux:
        오랑 시 예수회 성직자. 페스트는 오랑 시민들의 죄를 징벌하기 위해 하느님이 보낸 징벌이라고 하며, 신앙심을 시험하기 위한 최선의 수단으로 페스트를 보는 인물.

오통 M. Othon:
        오랑 시의 보수적인 판사. 타루가 공공의 적으로 보는 인물.

카스텔 박사 Dr. Castel:
        오랑 시의 모든 쥐들이 죽은 다음 나타난 질병을 “페스트”로 지적한 인물. 시당국의 지지부진한 대처에 맞서 싸우는 인물.

천식 환자 The asthma patient:
        리외 박사의 환자. 페스트 기간 중 올랑 시의 변화를 대변하는 인물.

리챠드 박사 Dr. Richard:
        오랑 시 의사협회 회장. 리외 박사와 카스텔 박사가 “페스트”병임을 지적하자 이를 믿지 않고 즉각적인 대책을 꾸물거리는 인물.

시장 The Prefect:
        리외 박사와 카스텔 박사가 즉각적인 위생 대책을 세울 것을 요구하나 질질 끄는 인물.

미쉘 M. Michel:
        리외 박사 병원 건물의 경비원. 페스트 최초의 희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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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I부

제1-3장:

        나중에 신분을 밝히겠다는 소설의 화자가 사건의 전모를 가능한 한 객관적으로 진술하겠다고 말하며 소설은 시작한다. 그는 자신이 목격한 일을 독자에게 전하겠다고 하며, 눈으로 본 것을 먼저 진술하고 문제의 사건들은 글로 설명하겠다고 한다.

        알제리아의 오랑 시. 병원을 나와 거리로 들어선 베르나르 리외 박사의 눈에 거리에 널려 있는 죽은 쥐들이 들어왔다. 그날 이후 계속 점점 많은 쥐들이 굴에서 나와 주둥이로 피를 토하며 죽어갔다. 처음 그는 아내의 요양소 입원이 시급했기 때문에 그 같은 쥐의 죽음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가 일하는 병원 건물의 수위인 미셀 씨가 말하기를, 어느 심술궂은 장난꾸러기들이 그 건물에 죽은 쥐를 가져다 놓았음이 틀림없다고 했다. 그가 돌보는 천식 환자 노인은 굶주림으로 인해 그 많은 쥐들이 굴 밖으로 나와 죽는 것이라고 했다. 아랍인들의 위생 조건에 관한 기사를 쓰기 위해 젊은 기자인 레이몽 랑베르가 리외 박사를 방문하여 대화를 나누었다. 리외 박사는 그가 공공 위생 상태에 관해 진실된 기사를 써주기를 바랐다.

                                                                           - 오랑 시 -

        리외 박사의 아내가 집을 비우는 동안, 박사의 모친이 그와 함께 지내기 위해 왔다. 한편 리외 박사는 페스트 담당자인 메르시에 씨를 만나 여러 가지 필요한 위생 조치를 건의했다. 죽어가는 쥐 숫자가 계속 증가함에 따라 사람들은 불안을 느끼기 시작했다. 정부의 발표가 만족스럽지 못하니 신문들은  사람들의 불평을 기사화했다. 이러한 언론의 불만에 대응하기 위해 시 당국은 죽은 쥐를 수집하여 불에 태웠다. 이에 따라 사람들의 히스테리가 금방 수그러들었다.

        같은 날 리외 박사는 열병으로 쇠약해진 미셀 씨를 데리고 가는 예수회 판네루 신부를 만났다. 미셀 씨는 목, 겨드랑이, 사타구니가 부어 올라 고통을 겪고 있었다. 그를 본 리외 박사는 늦은 오후에 그를 방문하겠다고 했다. 한편 박사는 전에 치료했던 환자 조셉 그랑 씨로부터 전화를 받았는데, 그의 이웃 코타르 씨가 사고로 다쳤다는 내용이었다. 박사가 서둘러 가 보니, 그가 목을 매려 했다는 걸 알았다. 그 사실을 경찰에 보고해야겠다고 리외 박사가 말하자, 코타르 씨는 마음의 평정을 잃고 안절부절했다. 미셀 씨는 결국 병원으로 가는 도중 구급차 안에서 죽었다.

        뒤이어 계속 환자가 발생했다. 타루 씨는 작가로서 오랑 시에서 휴가를 보내며 그곳의 일상생활을 관찰하고, 그 결과를 상세히 기록하고 있었다. 그는 죽어가는 쥐에서 비롯된 그 알 수 없는 질병에 관한 소문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가 묵고 있는 호텔 건너편 건물에서 어떤 노인이 가끔씩 발코니로 나와 아래쪽 거리, 햇빛이 내려쬐는 쥐를 향해 침을 뱉는 모습이 보였다. 고양이를 불러들이는 죽은 쥐의 모습에 노인은 크게 실망하는 모습이었다. 호텔 매니저는 별 세 개짜리 자신의 호텔에서 죽은 쥐들 때문에 크게 낙담했고, 모두들 같은 배를 타고 있다는 타루 씨의 말에도 불안을 느꼈다. 그는 자신의 호텔도 별다를 것 없기 때문에 괴롭다고 했다. 객실 담당 여종업원이 이상한 질병에 걸렸으나 매니저는 타루 씨에게 아마 전염병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제4-8장:

        리외 박사가 의료협회 회장인 리처드 박사에게 새로운 환자들을 독립 병동에 입원시키도록 명령을 내리라고 하자 리처드 박사는, 그 명령은 장관이 내려야 한다고 했다. 장마가 계속되었다.  홍수가 나면 치료가 되는 리외 박사의 천식 환자 말고는 모두들 우울했다. 리외 박사와 오랑 시 공무원인 그랑 씨는, 자살을 시도한 코타르 씨 사건 조사를 위해 경찰 수사관을 만났다. 조사 결과 수사관은 코타르 씨를 타인의 평온을 깨뜨린 자라고 비난하였다.

        리외 박사는 사망자의 부푼 목, 겨드랑이, 사타구니를 절개해 보았다. 짙은 피고름이 나왔다. 치명적인 병이었다. 쥐에 관해 요란한 보도를 했던 신문들은 그러나 그 병에 관해 이상하게도 침묵을 지켰다. 리외 박사와 그의 동료 카스텔은 페스트로 짐작했다. 카스텔은 시 당국이나 자신의 동료들은 그 사실을 부정할 것이라고 했다. 페스트가 주기적으로 발생했음에도 사람들은 날씨가 개이면 병이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리외 박사는 인간 사회에 언제나 전쟁과 질병이 있어 왔다고 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어느 것에 의하든 희생을 당해야만 그제서야 허겁지겁 놀란다고 했다. 그도 몇몇 사망자를 보았지만 현실적으로 생각되지가 않았다. 전염병에 관한 생생하고 무시무시한 역사적 기록을 읽으며 리외 박사는 또 다른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마음의 준비를 했다.

        그랑 씨는 사망자 수를 헤아리는 업무를 담당했다. 그는 사망자 수가 증가하고 있음을 박사에게 보고했다. 얼마 후 그는 박사를 떠났는데 중요한 일을 하기 위해서였다. 20년 전 그랑 씨는 그 일을 하였는데, 그때 승진과 더불어 더 많은 보수를 약속받았다. 그러나 그 약속을 했던 사람은 오래 전에 죽었고, 따라서 그 약속이 다시 지켜질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정확한 어휘”를 구사하려 했으므로  의사 표시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리외 박사는 그가 책을 쓰려 한다는 걸 알았다.

        리외 박사는 파리로 전보를 쳐 치료약을 주문했다. 한편 그의 동료들은 느려터진 정부의 조치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급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시민의 반이 죽을 것이라고 리외 박사는 경고했다. 이제 신문들이 병에 관한 보도를 하기 시작했으나, 당국의 대응은 여전히 지지부진했다. 사망자 숫자는 계속 치솟고 있었다.

        치료약의 도착이 늦어지고 있었다. 리외 박사의 천식 환자 한 사람은 그 병이 콜레라라고 했다. 환자들의 신경과민으로 보아 그렇다고 했다. 마침내 리외 박사는 확산되고 있는 질병에 대해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라고 당국에 요구했다. 치료약은 도착했지만 비상용에 불과했다. 오랑 시에 봄이 돌아오고, 시민들은 언제나 다름없는 일상생활을 꾸려 나갔다. 사망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자 마침내 당국은 페스트로 선언하고 시 전체를 방역 구역으로 선포했다.


제II부

제9-10장:

        당국의 예상치 못한 격리 조치에 시민들은 가족들을 시외곽으로 철수시키고 싶어 했다. 그러나 시 외곽으로의 세균 전파를 두려워하여 사람들의 이동이 금지되었고 우편 서비스도 중단되었다. 질병이 여섯 달 계속된다면 1년 이상 계속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는 걸 사람들은 알았다. 현 상황을 생각해 보면 안타까움뿐이고 과거에 대한 생각은 후회만 불러올 뿐이었다. 스스로를 죄인이라 생각한 시민들은 고통과 절망 속에서 지향할 바를 모른 채 하루하루를 보냈다. 할 일이 없어진 사람들은 시간을 때워야 했기 때문에 카페나 영화관은 사람들로 만원이었다.

        그랑은 리외 박사에게 왜 자신이 쟌느와의 결혼에 실패했는지를 이야기했다. 그들은 결혼을 했고 사랑도 했다. 그러나 일에 몰두하다 보니, 사랑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고, 마침내 쟌느는 그랑을 떠났던 것이다. 그는 쟌느에게 편지를 보내어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려고 했으나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랑베르는 오랑 시를 떠나 파리에서 아내와 재회하기로 했다. 그는 시 당국에, 자신은 오랑과 아무런 관계가 없고 그곳에 우연히 발이 묶여 있었으므로 그곳을 떠날 자격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시당국은 그를 떠나게 함으로써 선례를 남길 수 없다고 했다. 리외 박사는 그가 페스트 환자가 아니라는 증명서를 발급해 줄 수 없다고 했다. 그러한 조치가 말도 안 되는 것이지만 또한 어쩔 수가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랑베르는 박사가 추상적인 말로 속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랑베르는 카페를 전전하며 강박관념을 견디어 냈다.

                                                                    - 오랑Oran 시 -

        리외 박사는 자신이 처한 상황이 “현실로부터의 격리”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병원의 긴급환자 침상은 이미 여분이 없었고, 환자와 그 가족을 격리시켜야 하는 가슴 아픈 장면만 떠올랐다. 그러나 연민이란 아무런 소용이 없으니 이제 그런 일들을 잊기로 했다.

제11-14장:

        일요일에 파네루 신부가 한 무리의 사람들에게 설교를 하며, 하느님이 오랑시 시민들의 죄를 징벌하기 위해 페스트를 보낸 것이라고 했다. 한편 랑베르는 오랑 시를 떠날 수 있게 해 달라고 당국을 계속 설득했다. 그는 자신이 흑사병으로 죽을 경우 가족과 연락할 수 있도록 문서 작성을 하라는 요구를 받자 잠시 희망을 갖기도 했다. 그리고 관료제도가 아직도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다.

        그랑은 리외 박사에게 자신이 저술할 책을 위해 좋은 원고를 쓰고 싶다고 했다. 그는 리외 박사와 공동으로 쓰고 있는 그 책의 개략적인 초안 작성을 끝내고 있었다. 한편 오랑 시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매우 불안했다. 시를 탈출하는 사람도 있었고 폭력적인 장면도 있었다.

        오랑 시에 여름이 돌아왔다. 타는 듯한 더위와 함께였다. 죽어가는 환자의 신음소리가 들려와도 누구도 연민의 마음으로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시로부터 도망치려다 잡히면 투옥되었다. 사망자 수가 라디오를 통해 매일 발표되었다. 타루의 방 건너편에 보이는 키 작은 남자도 흑사병의 잠재적 매개체로 알려진 고양이들을 모두 쏘아 죽였기 때문에, 고양이를 보려고 더 이상 발코니에 나타나지 않았다. 오통 판사는 아내가 격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아이들을 데리고 타르의 호텔로 가 저녁 식사를 했다.

        리외 박사가 치료하는 천식 환자가 말하기를,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라고 했다. 환자 수보다 의사가 더 많은데도 불구하고 사망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어느 날 그 천식환자는, 이제 일생 동안 충분한 일을 했고 시계를 싫어하여 완두콩을 한 냄비에서 다른 냄비로 옮겨 놓는 것으로 시간을 잰다고 했다. 흑사병에 관한 정보를 알린다는 취지의 “흑사병 일보”가 창간되었으나, 기사란 흑사병에 대한 “백발백중의 해독제” 라는 광고뿐이었다. 시민들은 식당에 앉아 고급 음식과 비싼 포도주에 돈을 물 쓰듯 하고 있었다.

제15-17장:

        파리에서 보내 온 혈청은 약효가 없다는 것이 확인되었고, 흑사병은 폐렴을 불렀다. 리외 박사는 전보로 자신의 병세를 알려 온 아내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했다. 타루는 사람들에게 봉사를 강제 시켜 그들이 죽는 걸 원치 않았으므로, 자원 위생 봉사자를 모집하기로 했다. 그의 도움을 리외 박사는 고맙게 생각했다. 파네루 신부의 설교에 대해 타루는 리외 박사의 의견을 물었고, 박사는 희생자의 고통을 생각하면, 현재의 재난이 죄에 대한 하느님의  “집단 처벌”이라는 신부의 설교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타루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극복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재난에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했다. 타루가 신의 존재를 믿느냐고 묻자 리외 박사는 대답 대신, 파네루 신부는 우선 고통받는 환자를 못 보았고 따라서 “진리”라는 호사만을 누리고 있다고 했다. 리외 박사는 더 이상 신을 믿지 말고 온힘을 다해 죽음에 도전하는 것이 최선일 수도 있다면, 그러한 노력이 소용없다고 해서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타루의 계획은 효과가 있었지만 리외 박사는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이 중요하지만, 과장하여 말하고 싶지 않았다. 과장하면 봉사를 특별한 일로 생각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람이란 근본적으로 선량하며, 무지가 죄악이라는 게 그의 믿음이었다. 한편 자원봉사자들은 누구나 흑사병과 관련되어 있어, 따라서 그 병과 싸우는 걸 돕는 것이 자신들의 의무라는 걸 알았다. 카스텔 박사는 미생물을 사용하여 혈청을 만드는 일을 착수했다. 그랑은 위생 위원회 사무총장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페스트와 싸우는 “영웅”을 요구하였고, 이에 리외 박사는 영웅으로 그랑을 추천했다.  “별 볼 일 없는 영웅”의 자리였다.

        랑베르는 오랑 시로부터  탈출을 위한 방법을 알아보았다. 코타르가 그의 탈출을 돕겠다고 했다. 밀수업자가 된 코타르는 페스트로 이득을 보는 지하 범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을 알고 있었다.  그가 범죄 세계로부터 두 사람을 데리고 왔다. 마르셀과 루이었다. 두 사람은 1만 프랑을 받고 랑베르를 탈출 시키기로 했다. 그들이 탈출 준비를 하는 동안 랑베르는 이틀을 기다려야 했다. 따라서 그는 리외 박사를 만났다.  박사는 페스트와의 싸움에 필요한 장비와 인력 부족으로 지쳐 있었다. 

        타루는 랑베르가 페스트와의 싸움에 크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 말을 들은 랑베르는 침묵했다. 더구나 그의 탈출 계획은 마르셀과 루이가  만나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아 다시 차질을 빚게 되었다. 따라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랑베르는 코타르를 다시 찾아갔다. 그를 만난 자리에서, 코타르는 타루에게 위생 위원회의 노력이 특별한 게 없어 무용지물이라는 말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타루는 페스트와 싸우는 일은 가능한 한 모든 사람들의 의무이므로, 코타르에게도 그 싸움에 참가하라고 했다. 이에 코타르는 자신의 임무가 아니라며 거절했다. 사실 그는 페스트가 아니었더라면 이미 저지른 범죄로 인해 체포되었을 터였다.

        랑베르는 스페인 내전에서 패배한 공화파 편에서 싸운 경험 있었다.  그는 영웅주의를 더 이상 믿지 않았다. 그가 타루는 이념 때문에 죽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하자 리외 박사는 "인간은 이념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에 랑베르는 만일 사랑할 수 없다면, 그 사람은 바로 하나의 이념이라고 다시 반박했다. 리외 박사는 페스트와의 싸움은 결코 영웅적인 것이 아니라 “상식적인 의협심”이라고 했다. 타루가 랑베르에게 귓속말로 리외의 아내가 그곳으로부터 1백 마일 떨어진 요양소에 입원해 있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랑베리는, 탈출할 때까지  위생 위원회 일에 참가하겠다고 했다. 


제III부

제18장:

        8월 중순이 되어 사람들은 그 질병이 총체적인 재난이라는 걸 깨달았다. 페스트는 “공평한 정의”로서, 그 희생자는 사회적인 신분의 차별이 없었다. 사망자가 많았으므로 신속한 매장을 위해 장례 절차가 무시되었다. 마침내 집단 매장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묘지의 수용 능력이 사라지자 화장이 시작되었다. 다행스럽게도 화장을 실행한 후부터 페스트는 더욱 악화되지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었다는 생각으로 사람들은 슬픔에 잠겼다. 이제 오랑의 시민들은 그 고통을 서로서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제IV부

제19-25장:

        그랑은 가끔씩 리외 박사에게 쟌느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리외 박사는 아내에 대한 걱정을 털어놓았다. 그는 아내의 건강이 요양소로 인해 더 악화되고 있는 게 아닌가 했다. 그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페스트 희생자 가족의 절망감에 대처했다. 한편 타루는 코타르에 대해 많은 주목을 했다. 그때까지 코타르는 끊임없는 두려움 속에서 살았다. 그는 사람들과의 교제를 원했으나 또한 모든 사람들을 경찰의 정보원으로 생각하여 믿지 않았다. 사실 페스트가 만연한 동안 누구든 사람들을 접촉하고 싶었지만, 또한 누구든지 환자일 수 있다는 생각에 서로를 믿지 못했던 것이다. 타루는 그뤼크의 오페라 “오르페우스와 유리디체” 의 연극 대본을 썼다. 그 연극 공연 중 오르페우스의 역을 맡은 배우가 페스트 희생자인 듯 무대에서 쓰러졌다. 마치 오페라 속의 유리디체가 지옥으로 떨어지는 모습과 같았다. 처음에는 조용했던 관객들이 탈출을 위해 곧 출구로 몰려들었다.

        결정적인 탈출의 시간이 다가왔지만, 랑베르는 떠나지 않기로 했다. 그러한 위기의 시기에 떠난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한편 카스텔은 일차적인 혈청 배양을 끝낸 후 오통의 막내아들에게 처음 주사를 했다. 그러나 아이는 극심한 고통을 겪은 후 죽었다. 파네루, 리외, 타루가 공포에 질린 건 당연했다. 리외 박사는 죄 없는 아이가 희생되었다며 파네루 신부를 비난했다. 파네루 신부는 그의 비난이 자신의 몇 달 전 설교 때문이라는 걸 알았다.

        페스트에 압도당한 시민들은 종교보다는 미신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파네루 신부의 강론에도 사람들이 전보다 줄어들었다. 페스트에 대한 신부의 생각은 일관되었다. 죄 없는 어린이의 죽음은 이 세상에 예수님의 재림을 계획하는 하느님의 뜻이라고 했다. 그는 오직 네 명의 승려만이 살아남아 도망치는 구약의 역대기를 인용하여 설교하였다. 신자들에게는 도망하지 말고 남아 있는 사람이 되라고 외쳤다. 싸움을 포기하는 자에게는 용서가 없다며 포기를 하여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런 후 그는 곧 병이 들었는데, 의사의 진찰을 거부했다. 그의 증세는 페스트와는 달랐다. 따라서 그자 죽자 리외 박사는 그의 사인을 “불명”이라고 기록했다.

        격리 기간이 끝나자 오통은 캠프에 남아 페스트와의 싸움을 도왔는데, 그렇게 함으로써 아들을 잃었다는 상실감을 덜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리외 박사는 오통을 차갑고 타협의 여지가 없는 인물로 보았고 아울러 그의 점잖은 인격에 감동했다. 크리스마스가 되자 그랑은 쟌느와의 관계가 생각나서 기분이 우울했다. 그는 페스트에 걸렸고, 그의 요구에 따라 리외 박사는 그의 모든 원고를 불태워 버렸다. 대부분의 원고는 그가 쓰고자 한 책의 첫 페이지였으나, 쟌느에게 보내는 쓰다만 편지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기적적으로 병으로부터 회복하였다. 페스트 사망자들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제V부

        사망률이 낮아져도 시민들은 별 희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는데, 오랜 동안의 밀폐된 생활 속에서 익숙해진 경계심 때문이었다. 카스텔의 혈청은 효과가 있음이 증명되었고 모든 증거로 보아 병은 줄어들고 있었다. 시장은 2주 이내로 시 밖으로의 통행을 재개하겠으나, 위생 조치는 한 달 더 계속하겠다고 했다. 코타르는 페스트가 끝나 가고 있다는 조짐에 걱정이 되었다. 상황이 안정되면 자신은 쉽게 체포가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타루와 함께 집으로 가던 코타르에게 공무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다가왔다. 코타르가 도주하자 그들이 급히 그의 뒤를 쫓았다.

        타루가 병이 들자 그의 모친과 리외 박사가 그를 돌보았다. 타루는 생명을 걸고 버티겠다며, 리외 박사에게 자신의 상태에 관해 솔직히 말해 달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며칠 후 죽었다. 리외 박사도 아내가 죽었다는 전보를 받았다.

        2월에 들어 시외로의 통행이 재개되었고 시내로 들어오는 기차는 만원이었다. 랑베르의 아내는 파리로부터 오랑으로 돌아와 남편을 만났다. 랑베르는 페스트로 인해 여러 면에서 자신이 바뀌었음을 알았다. 아내와의 재회를 기다리기는 했지만 옛날처럼 열망을 한 것도 아니었다.

        리외 박사는 지금까지 이야기를 한 사람은 자신임을 밝혔다. 그는 최선을 다해 객관적으로 진술하기를 원했다고 했다. 의사로서 그는 페스트 기간 동안 오랑시의 모든 계층의 사람들을 접촉할 수가 있었다. 그가 경험한 사실은 시민들이 공유한 것이란 사랑, 추방, 고통 등 몇 가지에만 국한된 것이었다. 자신도 시민들의 생각과 감정을 알아내지 못하고 그들의 언행만을 당국에 알렸을 뿐이었다. 코타르에 관해 타루가 말하기를, 코타르의 실제 범죄는 사람들을 죽인 그 무엇을 인정한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리외 박사는, 코타르는 무지한 데다 외로운 마음의 소유자라고 했다. 페스트와의 싸움이 불가능했으므로, 그는 아파트에 숨어 거리의 사람들에게 총질을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그는 결국 경찰에 체포되었다. 그랑은 쟌느에게 편지를 보냈음을 박사에게 말하며 기분이 좋은 듯했다. 그는 책 쓰는 일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타루의 죽음에 관해 박사의 천식 환자가 언급하며,  언제나 최선의 것이 사라진다고 했다.  삶이 그렇다고 했다. 그리고 타루는 자신이 원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았던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또 살아남은 주민들이 느끼고 있는 이상한 자존심에 대해 말하기도 했다. 그가 죽은 이들을 기릴 어떤 행사가 있을 것이냐고 묻자, 박사는 신문이 그렇게 말했다고 대답했다. 해방된 시민들이 환호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박사도 그들과 같은 기분이었다. 따라서 그는 페스트 희생자들에 대한 증인이 되기로 했다. 페스트로 인해 그는 인간에게는 경멸이 아닌 칭찬을 받아야 할 점이 더 많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병원균 미생물은 영원히 죽지 않으며 수년간 잠복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그러한 이유로 행복한 도시에 또다시 죽음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것도 알았다. (C)

 번역: 박흥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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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Albert Camus, 1913-1960):

        프랑스 철학자, 작가, 언론인.   프랑스 식민지 알제리아에서 피에 느와르(Pieds Noirs: 알제리 거주 유럽인)부모의 아들로 태어남. 어린 시절을 빈민가에서 보내고 후일 알지에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함. 1957년 44세 때 노벨 문학상을 수상함. 노벨상 역사에서 두 번째로 젊은 나이었음. 

        제2차세계대전중 독일의 프랑스 점령 시 파리에서 레지스탕스에 참가함. 종전 후 그는 저명인사로서 세계를 돌며 강의를 함. 그는 두 번 결혼하였고 또 많은 혼외정사를 가진 인물이었음. 왕성한 정치활동도 하였음. 그는 좌익 편이었으나 소련의 전체주의를 반대함. 그는 도덕주의자였고 무정부적노동조합 지향적이었음. 유럽 통합을 지지했음. 알제리 내전 때는 중립을 지켰고, 알제리의 다문화와 다원성을 지지했음. 이로 인해 논쟁의 대상이 되었고 많은 정당으로부터 배척을 당함.

        철학적으로는 부조리Absurdism의 등장에 기여함. 그는 자신이 실존주의자라는 말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실존주의자로 분류되는 철학자임.

         작품으로는 The Stranger, The Plague, The Myth of Sisyphus, The Fall, and The Rebel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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