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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굿맨 브라운

 

Young Goodman Brown 


              by 

Nathaniel Hawthor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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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질녘에 굿맨 브라운은  살렘 마을로 가려고 문을 나섰으나, 문을 나오며 아내와 작별의 입맞춤을 하려고 고개를 뒤로 돌렸다. 이름에 알맞은 그의 아내 "페이스Faith"는 모자에 달린 분홍빛 리본을 날리며 예쁜 고개를 내밀어 남편을 불렀다.

  "여보," 그녀는 입술을 그의 귓가에 바짝 대고는 나직하면서도 다소 슬픈 목소리로 속삭였다. "부디, 내일 아침 해가 뜰 때까지 떠나는 것을 미루고 오늘 밤은 당신의 침대에서 잠드세요.  홀로 남은 여인은 온갖 꿈과 상념에 시달린 나머지, 때로는 스스로 두려워지기까지 합니다. 사랑하는 당신이여, 부디 청하오니 일 년  중 오늘 밤만큼은 제 곁에 있어 주십시오!"

    "나의 사랑, 나의 아내," 젊은 굿맨 브라운이 대답했다. "일 년 중 그 어느 밤보다도, 바로 오늘 밤만큼은 내가 그대 곁을 떠나 있어야만 하오." 그대가 말하는 그 여정, 즉 오고 가는 그 길은 지금부터 해가 뜰 때까지 기필코 마쳐야만 합니다. 아니, 나의 사랑스럽고 어여쁜 아내여! 우리가 결혼한 지 이제 겨우 석 달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나를 의심하는 것이오?

    *주: goodman(husband의 고어)

    "그럼, 하느님의 축복이 있기를!" 분홍 리본을 단 페이스가 말했다. "그리고 돌아오셨을 때, 모든 것이 무사하기를 빌어요."

      "아멘!" 굿맨 브라운이 외쳤다. "기도를 드려요, 사랑하는 '페이스'여. 그리고 해질녘에 잠자리에 들어요. 그러면 아무런 일이 없을 테니."

    그리하여 두 사람은 헤어졌고, 그 젊은이는 길을 떠났다. 그러다 예배당 옆 모퉁이를 막 돌려던 순간 뒤를 돌아본 그는 분홍색 리본을 달고 있었음에도, 여전히 어딘가 애처로운 기색을 띤 채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아내의 모습을 보았다.

    "가엾은 페이스!"라는 생각이 든 그는 가슴에 메어졌다. "이런 일을 하려고 그녀를 남겨두다니, 나는 참으로 비열한 인간이로구나! 게다가 그녀는 꿈 이야기도 했어. 그녀가 말을 하며 근심 어린 표정을 지었어. .마치 오늘 밤 일어날 일이 무엇인지 경고한 꿈이라도 꾼 듯 말이야." 아, 그녀는 이 땅에 내려온 은총을 받은 천사야. 그러니 오늘 밤이 지나고 나면, 그녀의 치마 자락이라도 붙잡고 천국까지 따라가겠어."

    이처럼 앞날을 위한 훌륭한 결심을 한  굿맨 브라운은 현재의 못된 계획을 더욱 서두르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그는 숲속의 음침한 나무들로 그늘진 황량한 길을 택했다. 나무들 사이로 겨우 난 좁은 오솔길은, 뒤돌아보면 나뭇가지들로 인해 보이지 않았다. 더할 나위 없이 고독한 곳이었다. 그런 고독에는 묘한 점이 있는데, 여행자는 머리 위로  우거진 수많은 나무줄기와 빽빽한 가지들 사이에 누가 숨어 있을지 알 수도 없었다. 따라서 외로운 발걸음으로, 보이지 않는 수많은 것들을 지나고 있을 수도 있었다.

    "나무마다 그 뒤에 악마 같은 인디언이 숨어 있을지도 몰라." 굿맨 브라운은 혼잣말을 하며 두려운 마음에 뒤를 돌아보았고, 이내 "혹시 악마가 바로 내 곁에 바짝 다가와 있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고개를 돌려 보니 이미 굽이진 길을 지났고, 다시 앞을  보니 단정한 차림새의 한 남자가 오래된 나무 밑에 앉아 있었다. 그 남자는 굿맨 브라운이 다가오자,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따라 나란히 걸어갔다. 

    "늦었군, 굿맨 브라운." 그가 말했다. "내가 보스턴을 지나올 때 '올드 사우스' 교회의 시계가 시간을 알렸는데, 그게 벌써 15분 전이었어."

    "잠시 발길이 묶여 있었어요." 굿맨 브라운이 대답했다. 갑작스러운 동행자의 등장으로 인해 -비록  예상치 못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의 목소리가 다소 떨렸다.

    숲은 이미 깊은 어둠에 잠겨 있었고, 두 사람이 걷고 있던 곳은 그중에서도 가장 어두운 지점이었다. 어렴풋이 짐작컨대, 동행자는 쉰 살가량 되어 보였고, 굿맨 브라운과 비슷한 사회적 지위에 있는 듯했다. 또한 그와 상당히 닮은 모습이었는데, 이목구비보다는 표정에서 그 같은 유사점이 더 두드러져 보였다. 그렇지만 그들은 아버지와 아들로 보였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동행자는 젊은이 같은 검소한 옷차림과 태도를 지녔으면서도, 세상 물정에 밝은 사람 특유의 형언할 수 없는 풍모를 지니고 있었다. 설령 어떤 일로 인해 총독의 만찬 자리나 윌리엄 왕의 궁정에 나가더라도 결코 주눅 들지 않았을 그런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에게서 유독 눈에 띄는 점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그의 지팡이였다. 그 지팡이에는 거대한 검은 뱀의 형상이 새겨져 있었는데, 그 솜씨가 어찌나 정교한지 마치 살아 있는 뱀처럼 몸을 비틀며 꿈틀거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물론 이는 불확실한 조명 탓에 생긴 시각적 착각이었을 것이다.

    "이리 오게, 굿맨 브라운!" 동행자가 소리쳤다. "여행을 시작하는 것치고는 너무 느릿한 걸음걸이군. 벌써 지쳤다면 내 지팡이를 쓰게나."

    "벗님이어," 굿맨 브라운이 천천히 걷던 발걸음을 멈추며 말했다. "여기서 당신을 만나기로 한 약속을 지켰으니, 이제 나는 왔던 길로 되돌아가려 합니다. 벗님이 알고 있는 그 일에 관해 나는 다소 마음이 꺼림칙합니다."

    "무엇이라고?" 뱀 지팡이를 든 남자가 남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어쨌든 걸어가면서 이야기를 나눠 보세. 만약 내 말이 자네를 설득하지 못한다면 그때 돌아가도 늦지 않아요. 숲으로 들어온 지는 아직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 

    "너무 멀리 왔어, 너무 멀리 왔어!" 선량한 굿맨 브라운이  자신도 모르게 다시 발걸음을 옮기며 외쳤다. "우리 아버지는 물론 그 윗대 조상님들께서도 이런 일로 숲에 들어오신 적은 없었어요. 우리 집안은 순교자들의 시대 이래로 줄곧 정직한 사람들과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살아왔단 말입니다. 그런데 내가 브라운 가문에서 처음으로 이 길로 와서..."

    "그런 사람들을 말하다니." 동행자가 그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잘 말했네, 굿맨 브라운! 나는 그 어떤 청교도 집안 못지않게 자네 집안 사정을 잘 알고 있지. 말하기 예사롭지 않아. 치안관이었던 자네 할아버지가 살렘 거리에서 퀘이커 교도 여인을 매섭게 매질을 할 때 내가 도왔었지." '킹 필립 전쟁' 때 인디언 마을을 불태우려고 자네 부친에게 내 집 난로에서 불을 붙인 송진 옹이를 가져다 드린 것도 바로 나였지. 두 분 다 내 좋은 친구였고, 우리는 이 길을 따라 즐겁게 산책하고는, 자정이 넘어서야 유쾌하게 귀가하곤 했었지. 그들을 생각해서도 자네와 친구가 되고 싶네." 굿맨 브라운이 대답했다. 

    "당신 말이 사실이라면, 그분들이 왜 그런 일에 대해 한 번도 입을 열지 않았는지 의아하군요. 아니, 의아할 것도 없지. 그런 소문이 조금이라도 났더라면 그분들은 뉴잉글랜드에서 쫓겨났을 테니까. 우리는 기도와 선행을 중시하는 가문 사람들이니, 그런 사악함은 결코 용납하지 않지요." 구불구불한 지팡이를 든 동행자가 말했다.

     "사악한 짓이든 아니든 간에, 나는 이곳 뉴잉글랜드에서 꽤 폭넓은 인맥을 자랑하네. 수많은 교회의 집사들이 나와 함께 성찬 포도주를 나누었고, 여러 마을의 행정 위원들은 나를 의장으로 추대했으며, 주의회 의원 대다수도 내 일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지. 주 총독 또한 마찬가지고... 하지만 이런 건 국가 기밀이라네."

    "정말 이럴 수가!" 굿맨 브라운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는 동행자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며 외쳤다. "허나 총독이나 주 의회 일은 내 알 바 아닙니다. 그들에게는 그들만의 방식이 있는 법이고, 나 같은 평범한 농부에게 그들이 어떤 기준이 될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만약 당신을 따라 나선다면, 살렘 마을에 계신 그 훌륭한 노인, 우리 목사님을 어떻게 뵐 수 있을까요? 아, 안식일이든 평일 설교일이든 그분의 목소리만 들어도 나는 몸을 떨게 될 텐데!"

    지금껏 진지한 태도로 경청하던 나이 든 동행자는 그 순간 걷잡을 수 없는 웃음을 터뜨렸는데, 몸을 격렬하게 흔들어대는 통에, 마치 뱀을 닮은 그의 지팡이조차 그에 맞춰 꿈틀거리는 듯했다.

    "하하하!" 그가 거듭 소리 내어 웃더니, 이내 마음을 가라앉히고는 말했다. "허허, 계속해 보게나, 굿맨 브라운. 계속해 봐. 하지만 제발, 웃겨서 나를 죽게 하지는 말게!" 

    "그럼, 이쯤에서 딱 잘라 말하죠." 굿맨 브라운이 꽤나 불쾌한 기색으로 대꾸했다. "저에겐 아내 '페이스'가 있거든요. 그녀가 그런 사실을 알면 그 가여운  마음이 산산조각 날 겁니다. 차라리 제 마음이 부서지는 편이 낫죠!"

    "그렇다면," 상대방이 대답했다. "그냥 가던 길이나 가시게, 굿맨 브라운. 우리 앞을 절뚝거리며 걸어가는 저런 늙은 할멈 스무 명을 준다 해도, 나는 '페이스'가 조금이라도 해를 입는 건 원치 않으니까."

    그가 말을 하며 길 위에 있는 한 여인을 지팡이로 가리켰는데, 굿맨 브라운은 그 여인이 아주 경건하고 모범적인 부인임을 알았다. 그녀는 그가 어린 시절 교리 문답을 배우던 스승으로, 목사님이나 구킨 집사와 더불어 여전히 그의 도덕적, 영적 조언자였다.

    "정말 놀라운 일이군. 구디 클로이스가 해질녘에 이토록 깊은 숲 속에 나와 있다니!" 굿맨 브라운이 말했다."하지만 당신에게 실례가 안 된다면, 저 독실한 부인을 뒤로 하고 숲길을 가로질러 가야겠어요. 그분은 당신을 모르니, 내가 누구와 어울려 어디로 가는지 캐물을지도 모르니까 말입니다."

    "그렇게 하세." 동행자가 말했다. "자네는 숲으로 가게. 나는 이 길로 갈 테니."

    그렇게 해서 영맨 브라운은 길을 비켜 주며, 길을 따라 조용히 걸어가는 동행자를 주의 깊게 지켜보았다. 동행자는 마침내 그 노부인에게 지팡이 하나 길이만큼 가까운 거리까지 다가갔다. 한편, 노부인은 그토록 나이가 많음에도 놀라울 정도로 빠른 걸음을 재촉하며, 무언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틀림없이 기도였을 것이다-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러자 그 동행자는 지팡이를 뻗어, 마치 뱀의 꼬리 같은  끝으로 노파의 주름진 목을 건드렸다.

    "이 악마 같으니라구!" 독실한 노부인이 비명을 질렀다.

    "그렇다면 구디 클로이스는 자신의 오랜 친구를 알아보는 거 아냐?" 동행자는 구불구불한 지팡이에 몸을 기댄 채 그녀를 마주하며 말했다.

    "아이구머니, 정말이지, 나리이신가요?" 그 선량한 부인이 외쳤다. "아, 정말이지 틀림없는 나리시군요. 지금 멍청한 녀석의 할아버지, 굿맨 브라운, 제 오랜 벗의 모습과 똑같으시니 말이에요. 그런데- 나리께서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제 빗자루가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지 뭐예요. 아마도 그 괘씸한 마녀 구디 코리가 훔쳐간 게 분명해요. 하필이면 제가 셀러리와 오엽풀, 투구꽃 즙을 온몸에 바르고 있던 바로 그때 말이죠……."

    "고운 밀가루와 갓난아기의 기름을 섞어서 말이지." 늙은 굿맨 브라운의 모습이라는 말을 들은 동행자가 말했다. "아, 나리께서는 그 비법을 잘 알고 계시는군요." 늙은 여인이 낄낄거리며 소리쳤다. "그래서 아까 하던 얘기지만, 모임에 갈 준비는 다 됐는데, 타고 갈 말이 없어 걸어가기로 마음먹었던 거죠. 오늘 밤에 아주 괜찮은 청년 하나가 우리 모임에 새로 들어온다고 해요. 하지만 이제 나리께서 팔을 빌려주신다니, 우리는 눈 깜짝할 사이에 그곳에 도착하겠네요."

    "그럴 수 없오." 동행자가 대답했다. "내 팔을 빌려 줄 수는 없지만, 원한다면 여기 내 지팡이가 있어요."

    그렇게 말하며 그는 지팡이를 그녀의 발치에 던졌는데, 어쩌면 그것은 생명을 얻었을 수도 있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본래의 주인이 이집트 마법사들에게 빌려주었던 지팡이들 가운데 하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젊은 굿맨 브라운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는 놀라 고개를 들었다가 다시 아래를 내려다 보았는데, 그곳에는 구디 클로이스도, 뱀 모양의 지팡이도 보이지 않았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하게 그를 기다리고 있는 동행자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 할머니께서 제게 교리 문답을 가르쳐 주셨죠." 굿맨 브라운이 말했다. 그 단순한 말 속에는 실로 깊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그들은 계속해서 길을 걸어 나아갔다. 연장자인 동행자는 젊은이에게 길을 재촉하며 인내심을 갖고 나아가도록 독려했는데, 그의 말은 어찌나 설득력 있게 들렸던지 마치 그 논리가 말하는 사람의 입이 아닌 듣는 이의 마음속에서 스스로 피어난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길을 가던 그는 지팡이로 삼을 만한 단풍나무 가지 하나를 꺾어 들고는, 저녁 이슬에 젖어 있는 잔 가지와 작은 곁 가지들을 쳐내기 시작했다. 그의 손가락이 그것들에 닿는 순간, 마치 일주일 내내 햇볕을 쬔 것처럼 기이하게도 시들고 말라버렸다. 그렇게 두 사람은 꽤 빠른 걸음으로 걸었으나, 길가의 음산하고 움푹한 곳에 이르자, 굿맨 브라운은 갑자기 나무 그루터기에 주저앉아 더 이상 가지 않겠다고 했다.

    "자," 그가 고집스럽게 말했다. "내 마음은 이미 굳어졌어요. 더 이상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을 거야. 내 생각에 천국으로 가는 줄 알았던 비참한 노파가  악마에게 가버렸다고 한들,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그렇다고 해서 나의 사랑 '페이스'를 버리고 그녀를 따라가야 할 이유라도 있단 말인가요?"

    "머지않아 생각이 달라질 거야." 동행자가 차분하게 말했다. "여기 앉아 잠시 쉬게. 그러다 다시 움직이고 싶으면 내 지팡이가 도움이 될 거야."

    그런 다음 더 이상의 말 없이 젊은이에게 단풍나무 지팡이를 던져주고는, 마치 짙어지는 어둠 속으로 홀연히 사라지기라도 한 듯 순식간에 시야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영맨 브라운은 잠시 길가에 앉아 스스로를 대견하게 생각했다. 아침 산책길에 목사님을 마주쳐도 떳떳한 양심으로 대할 수 있을 것이며, 선량한 구킨 집사님 앞에서도 결코 움츠러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였다. 본래는 사악한 짓을 하고 보내려 했으나 이제는 '페이스'의 품 안에서 순수하고 감미롭게 보내게 될 그날 밤 누리게 될 평온한 잠은 과연 어떤 것일까! 그처럼 기분 좋은 생각에 잠겨 있던 굿맨 브라운은 길 위에서 말 발굽 소리가 들려오자 숲가에 몸을 숨기기로 했다. 다행히도 지금 그 나쁜 의도에서 벗어났지만, 애초에 그를 이곳으로 이끌었던 것은 바로 그 악행이 목적이었음을 스스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말 발굽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며 다가오는 점잖은 노인들의 목소리였다. 그 소리들은 그가 몸을 숨긴 곳에서 불과 몇 야드 떨어진 길을 따라 지나가는 듯했으나, 분명 그 지점에 짙게 깔린 어둠 탓에 그들과 그들이 탄 말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들의 모습이 길가에 늘어진 작은 나뭇가지들을 스치고 지나갔지만, 그 나뭇가지 사이들을 비쳐 나오는  희미한 빛줄기를 단 한순간이라도 가리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굿맨 브라운은 몸을 웅크렸다가 까치발 딛기를 반복하며 나뭇가지를 헤치고 가능한 한 힘껏 고개를 내밀어 보았으나, 아무런 그림자조차 발견할 수 없었다. 그를 더욱 괴롭힌 것은,  맹세라도 할 만큼 확실한 귀에 익숙한 목소리들이었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들은 목사와 구킨 집사였는데, 그들은 평소 목사 임직식이나 교회 회의에 참석하러 갈 때면 늘 그러하듯 조용히 말을 타고 갔다. 아직 소리가 들릴 만한 거리에 있을 때, 그중 한 사람이 채찍으로 쓸 나뭇가지를 꺾으려고 말을 멈춰 세웠다.

    "목사님," 집사의 목소리 같은 음성이 들려왔다. "저는 목사 임직 축하 만찬을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오늘 밤 모임만은 꼭 참석하고 싶습니다. 듣자 하니 우리 신도들 중 일부는 팰머스나 그 너머 먼 곳에서, 또 다른 이들은 코네티컷과 로드아일랜드로부터 온다고 합니다. 게다가 인디언 주술사도 몇 명 참석하는데,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우리 중 내로라 하는 사람들 못지않게 악마적인 술수에 능통한 자들이지요. 무엇보다도, 어여쁜 젊은 여인이  우리 신도 공동체에 새로이 들어올 예정이기도 합니다."

    "아주 좋습니다, 구킨 집사님!" 목사의 엄숙하고 노련한 목소리가 들렸다. "말을 재촉하십시오. 그러지 않으면 늦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제가 도착해야 뭐든지 시작할 수 있으니까요."

    말 발굽 소리가 다시 요란하게 울려 퍼졌고, 허공 속에서 기이하게 들려오던 목소리들은 숲속으로 멀어져 갔다. 그곳은 교회가 세워진 적도, 기독교인이 기도를 올린 적도 없는 숲이었다. 그렇다면 이 거룩한 이들은 이교도의 황무지인 그 깊은 곳에서, 도대체 어디로 향하고 있었던 것일까?  젊은 굿맨 브라운은 가슴을 짓누르는 무거운 병증으로 현기증을 느껴, 그만 땅바닥으로 쓰러질 것만 같아 나무를 붙잡고 몸을 지탱했다. 그는 과연 머리 위에 천국이 존재하기는 하는 것인지 의심하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푸른 하늘에는 별들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머리 위에는 하늘이, 가슴속에는 믿음이 있으니, 나는 악마에 맞서 굳건히 버텨내리라!" 굿맨 브라운이 외쳤다.

    그가 여전히 깊고 둥근 하늘을 올려다보며 기도를 드리려고 두 손을 들어 올렸을 때, 바람이 불지 않았으나 구름 한 점이 머리 위를 빠르게 가로질러 가며 점점 밝아지던 별들을 가려버렸다. 검은 구름 덩어리가 북쪽으로 빠르게 지나가고 있던 바로 그의 머리 위를 제외하고는, 하늘은 여전히 푸르렀다. 그때 공중 높은 곳, 마치 구름 속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듯 소란하고 의구심이 드는 목소리들이 울려 퍼졌다. 그 순간, 그는 그 소리들 속에서 자신이 사는 마을 사람들의 말투가 있는 것 같았다. 그 목소리들 중에는 성찬식에서 마주쳤던 경건한 이들도 있었고, 선술집에서 방탕하게 어울려 놀던 이들도 섞여 있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소리가 워낙 불분명했던 탓에, 그 목소리들이 바람 한 점 없이 속삭이는 오래된 숲의 웅성거림에 불과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그때 살렘 마을의 밝은 햇살 아래서 매일 듣던 익숙한 음성들이 한층 더 거세게 울려 퍼졌는데, 밤의 어둠 속에서 이런 소리가 들린 것은 지금까지 없었던 일이었다. 그중에는 한 젊은 여인의 목소리도 섞여 있었다. 어딘가 슬픈, 애달픈 탄식조의 그 목소리는 은혜를 빌고 있었는데, 정작 그 은혜를 얻게 된다면 오히려 슬퍼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수많은 무리가 -성도와 죄인을 막론하고- 마치 그녀가 앞으로 나서도록 부추기는 듯했다.

    "페이스!" 굿맨 브라운이 고통과 절망이 서린 목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숲이, 마치 길을 잃고 헤매는 가련한 영혼들이 광야 곳곳에서 그녀를 애타게 찾는 듯이 "페이스! 페이스!" 하며 조롱하듯, 메아리쳤다.

    불행한 남편 굿맨 브라운이 대답을 기다리며 숨을 죽이고 있을 때, 슬픔과 분노, 그리고 공포가 뒤섞인 울부짖음이  밤 공기를 날카롭게 가르고 있었다. 비명 소리가 들려왔으나 곧이어 더 거세게 일어난 웅성거림에 묻혀 버렸고, 이내 멀리서 들려오는 웃음소리로 그 비명은 잦아들었다. 그 사이 어두운 구름이 걷히면서 굿맨 브라운의 머리 위로는 맑고 고요한 하늘이 드러났다. 그러나 무언가가 공중에서 가볍게 너울거리며 내려오더니 나뭇가지에 걸렸다. 그가 그것을 낚아채어 보니, 분홍색 리본이었다.

    "나의 '페이스'가 사라져 버렸어!" 멍하니 넋을 잃고 있던 그가 외쳤다. "이 세상에 선이란 없으며, 죄란 그저 이름뿐이야. 오라, 악마여! 이 세상은 이제 네게 주어졌으니."

    절망으로 미칠 듯한 심정이 되어 큰 소리로 긴 웃음을 터뜨린 굿맨 브라운은 지팡이를 움켜쥐고 다시 길을 나섰는데,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숲 길을 걷거나 달린다기보다는 마치 날아가는 듯했다. 길은 갈수록 거칠고 황량해지더니 마침내 자취를 감추었고, 그는 어두운 숲 한복판에 홀로 서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인간을 악으로 이끄는 본능으로 여전히 앞을 향해 질주하고 있었다. 숲 전체가 공포스러운 소리들로 가득 차 있었다. 나무들이 삐걱거리는 소리, 야수의 울부짖음, 그리고 인디언들의 고함 소리가 울려 퍼졌고, 바람은 때로는 멀리서 들려오는 교회 종소리처럼 울렸다. 때로는 마치 대자연 전체가 그를 비웃기라도 하듯 거세게 포효했다. 그러나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가장 끔찍한 존재는 바로 그 자신이었기에, 그는 그 같은 두려움에 결코 움츠러들지 않았다.

    "하하하!" 그는 바람이 자신을 비웃듯 소리를 내자, 그에 맞서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누가 더 크게 웃는지 한번 겨뤄 보자! 네놈들의 그 악마 같은 짓거리로 나를 겁주려 하지 마라! 마녀든 마법사든, 인디언 주술사든, 악마 그놈이든 다 덤벼 봐라! 여기 굿맨 브라운이 있다. 내가 너희를 두려워하는 만큼, 너희 또한 나를 두려워할 것이다!"

    사실, 그 기괴한 숲 전체를 통틀어 굿맨 브라운의 모습보다 더 섬뜩한 것은 없었을 것이다. 그는 검은 소나무 숲 사이를, 지팡이를 휘두르며 미친 듯이 뛰어갔다. 때로는 끔찍한 신성 모독의 말을 내뱉고, 때로는 마치 악마들이 따라 웃는 듯, 숲의 메아리마저 함께 웃게 만드는 그런 웃음소리를 터뜨렸다. 악마가 본래의 형상으로 나타날 때보다, 인간의 가슴속에서 날뛸 때가 훨씬 더 끔찍한 법이다. 악마에 홀린 듯한 그는 그렇게 질주를 계속하다가, 나무들 사이로 일렁이는 붉은 불빛을 보았다. 마치  벌목한  나무와 가지들을 한밤중에 태울 때 뿜어져 나오는 불길이 섬뜩한 빛을 내며 하늘로 치솟는 듯한 불빛이었다. 그는 자신을 거칠게 몰아치던 폭풍이 잠시 잦아든 틈을 타 걸음을 멈추었고, 멀리 수많은 목소리가 묵직하게 울려 퍼지는 찬송가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그 선율을 알고 있었다. 마을 예배당 성가대에서 익히 들어왔던 친숙한 곡조였다. 찬송가 소리는 잦아들었으나, 이내 사람들의 목소리가 아닌 어둠에 잠긴 황야의 온갖 소리들이 빚어내는 합창이 기이하고도 장엄한 조화를 이루며 울려 퍼졌다. 굿맨 브라운은 비명을 질렀으나, 그 소리는 황야의 울부짖음에 섞여, 정작 자신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그는 빛이 시야에 들어올 때까지 정적 속에서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갔다. 어두운 숲이 장벽을 이루어 둘러싼 공터 한쪽 끝에 바위 하나가 솟아 있었는데, 그 모양은 투박하나 제단이나 설교단을 연상케 했다. 바위 주변에는 네 그루의 소나무가 불타고 있었는데, 마치 저녁 집회의 촛불처럼 나무 밑둥은 온전한 채 그 꼭대기에서만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바위를 뒤덮고 있던 무성한 잎사귀들도 온통 불길에 휩싸여 밤하늘 높이 타오르며, 공터 전체를 비추었다. 아래로 늘어진 나뭇가지와 잎사귀 하나하나가 불길에 휩싸여 있었다. 붉은 불빛이 일렁임에 따라 수많은 군중이 모습을 드러냈다가 다시 그림자 속으로 사라지기를 반복하더니, 마치 어둠 속에서 불쑥 솟아나듯 순식간에 나타나 고요한 숲 한복판을 가득 메웠다.

    "검은 옷을 입은 엄숙한 무리로군!" 굿맨 브라운이 말했다.

    실제로 그들은 그러했다. 어둠과 눈부심 사이를 오가는 그들 가운데에는, 이튿날이면 주 평의회 석상에서 보게 될 얼굴들도 있었고, 또 안식일이면 나라 안에서 가장 성스러운 강단에 서서 경건하게 하늘을 우러르며 사람들로 가득 찬 신도 석을 인자하게 굽어보던 이들의 얼굴도 있었다. 일설에 따르면, 그곳에는 총독 부인도 있었다고 한다. 그곳에는 그녀에게 친숙한 귀부인들, 존경 받는 남편을 둔 아내들, 수많은 과부와 노처녀들 등 평판이 훌륭한 이들이 모여 있었고, 어머니에게 들킬까 봐 전전긍긍하는 어여쁜 처녀들도 있었다. 어둑한 들판 위로 갑작스레 번뜩이는 불빛 때문에 굿맨 브라운의 눈이 현혹되었거나, 아니면 그의 남다른 경건함으로 인해 유명한 살렘 마을 교회 교인 수십 명을 알아본 것이다. 존경받는 성인이자 목회자인 목사 곁에는 이미 구킨 집사가 도착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러나 엄숙하고 평판이 좋으며 경건한 사람들과 -교회의 장로들, 정숙한 부인들, 그리고 순결한 처녀들- 불경스럽게도 한데 어울려 있는 사람들 중에는 방탕한 삶을 사는 남자들과 평판이 좋지 않은 여자들, 온갖 비열하고 추잡한 악덕에 빠져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의심까지 받는 무리도 섞여 있었다. 선한 이들이 악한 사람들을 피하지 않고, 죄인들 또한 성인들 앞에서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은 기이하게 보였다. 창백한 얼굴의 적들(백인들) 사이에는 인디언 사제들 즉, '파우와우'들도 섞여 있었는데, 그들은 영국 마술에서 알려진 그 어떤 주문보다도 더 끔찍한 주문으로 굿맨 브라운의 고향 숲을 자주 공포에 떨게 하던 자들이었다.

    "그런데 페이스는 어디 있지?" 굿맨 브라운은 생각했다. 그리고 가슴속에 희망이 피어오르자 그는 몸을 떨었다.

    찬송가의 또 다른 절이 울려 퍼졌다. 경건한 이들이 즐겨 부르는 느리고 애잔한 선율이었으나, 그 가사는 인간의 본성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죄악을 담고 있었으며, 그보다 훨씬 더한 무엇인가를 어둡게 암시하고 있었다. 필멸의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헤아릴 수 없는 악마들에 관한 내용이었다. 찬송가의 절이 거듭되는 동안, 거대한 오르간의 깊은 울림처럼 황야가 부르는 합창이 사이사이로 웅장하게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 무시무시한 찬송가의 마지막 울림과 함께, 마치 거센 바람과 급류, 짐승의 울부짖음, 그리고 황야의 온갖 거친 소리가 죄 많은 인간의 목소리와 한데 어우러져 만물의 군주에게 경배를 드리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활활 타오르는 네 그루의 소나무가 불길을 더 높이 뿜어 올리자, 불경한 무리 위로 피어오르는 연기 속에 기괴하고도 끔찍한 형상과 얼굴들이 어렴풋이 드러났다. 바로 그 순간, 바위 위의 불길이 붉게 솟구치며 빛나는 아치를 이루었고, 그 아래로 한 인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경건한 마음으로 말하건대, 그 인물의 복장과 태도는 뉴잉글랜드 교회의 엄숙한 성직자와 놀라울 정도로 흡사했다.

   "개종한 자들은 앞으로 나오라!" 라고 외치는 목소리가 들판에 울려 퍼져 숲속으로 번져 나갔다.

    그 말이 떨어지자 굿맨 브라운은 나무 그늘에서 걸어 나와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는 자신의 마음속에 깃든 온갖 사악함이 그들과 다름없다는, 혐오스러운 동질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마치 죽은 자신의 아버지가 연기가 만든 구름 속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앞으로 나오라고 손짓하는 듯한 환영을 보았고, 동시에 절망적인 표정의 한 여인이 손을 뻗어 그에게 물러나라고 경고하는 모습도 보았는데, 이는 실제라고 맹세할 수 있을 만큼 생생했다.

    그 모습은 그의 어머니였을까? 그러나 목사와 선량한 구킨 집사가 그의 팔을 잡아 불길이 치솟는 바위 앞으로 끌고 갈 때, 그는 한 걸음도 뒷걸음칠 수 없었고 생각으로조차도 저항할 수 없었다. 그곳에는 또한 베일을 쓴 가냘픈 여인의 모습도 보였는데, 그녀는 경건한 교리 문답 교사인 구디 클로이스와 악마로부터 지옥의 여왕이 되겠다는 약속을 받은 마사 캐리어의 인도를 받고 있었다. 마사 캐리어야말로 광포한 마녀였다! 불길의 장막 아래에는 기독교를 받아들인 새로운 신도들이 서 있었다.

    "어서 오라, 나의 아이들아." 검은 몸체가 말했다. "너희 종족의 공동체에 온 것을 환영하노라! 너희는 그토록 어린 나이에 너희의 본성과 운명을 깨달았구나. 자, 뒤를 돌아보라."

    새 신도들이 몸을 돌리자, 음산한 미소가 번뜩이는  악마 숭배자 같은 사람들의 모습이 불빛 속에 드러났다.

    "저기," 검은 몸체가 말을 이었다. "너희들이 젊은 시절부터 경외해 온 이들이 모두 있노라. 너희들은 그들을 그대들보다 더 거룩한 존재로 여겼고, 의로운 삶과 하늘을 향한 기도의 열망을 그들의 모습에서 보며 자신의 죄를 부끄러워했지. 그러나 보라, 그들 모두가 바로 나의 이 예배 모임에 와 있지 않은가! 오늘 밤 너희들은 저들의 은밀한 행각을 알게 될 것이다. 교회 원로들이 백발이 성성한 수염을 쓰다듬으며 집안의 젊은 하녀들에게 음란한 속삭임을 건네던 일, 과부의 상복喪服을 간절히 바라던 아내가 잠자리에 든 남편에게 음료를 먹여 자신의 품 안에서 영원한 잠에 들게 했던 일, 수염도 채 나지 않은 청년들이 아버지의 재산을 서둘러 물려받으려 했던 일, 그리고 어여쁜 처녀들이 -사랑스러운 이들이여, 부끄러워할 것 없다- 정원에 작은 무덤을 파고는 갓난 아기의 장례식에 나를 유일한 조문객으로 초대했던 일들을 말하노라. 너희들은 교회든 침실이든 거리든 들판이든 숲 속이든 범죄가 저질러진 모든 곳을 샅샅이 찾아낼 것이며, 온 세상이 죄의 얼룩인 거대한 핏자국으로 뒤덮인 모습을 보며 환희에 젖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다! 너희들은 모든 사람의 가슴속 깊이 자리한 죄, 온갖 사악한 행위의 원천을 꿰뚫어 보게 될 것이다. 그것은 인간이 행동으로 모두 드러낼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악한 충동을 끊임없이 뿜어내는 샘이기 때문이다. 자, 이제 내 아이들아, 서로를 바라보라."

    그의 말에 따라 그들은 서로를 보았다. 그리고 지옥의 불길로 타오르는 횃불의 불꽃 속에서, 그 비참한 남자는 아내  '페이스'를, 그리고 아내는 그를  보았다. 두 사람은 그 불온한 제단 앞에서 떨고 있었다.

    "보라, 내 아이들아." 검은 몸체는 깊고 엄숙하며, 절망적인 위엄 속에서도 어딘가 슬픔이 어린 어조로 말했다. 마치 한때 천사였던 그의 본성이, 비참한 인간 종족을 위해 여전히 애도하는 듯했다. "너희들은 미덕이 다만 꿈에 불과한 것은 아니었으면 했지! 이제야 환상에서 깨어났구나! 악이야말로 인간의 본성이다. 악만이 너희의 유일한 행복임 틀림없다. 너희 종족의 일원이 된 것을 다시금 환영하노라, 내 아이들이어!"

    "환영합니다!" 악마 숭배자가 되어 버린 살렘 마을 사람들이 절망과 승리가 하나가 된 외침을 되풀이했다.

    그곳에 두 사람이 서 있었다. 이 어두운 세상에서 아직은 악의 문턱에 서서 망설이고 있는 유일한 한 쌍인 듯했다. 바위에는 움푹 파인 곳이 있었다. 그 안의 붉은 물은 불빛을 받아 붉었을까, 아니면 피였을까?  '검은 형체'는 그곳에 손을 담그고 그들의 이마에 세례의 표식을 할 준비를 했다. 남편은 창백한 얼굴의 아내를 보았고, 아내인 '페이스' 역시 그를 바라보았다. 자신들이 드러낸 것과 목격한 것에  똑같이 몸서리치며, 이제 그들은 비참하고 타락한 모습을 서로 보게 될 터였다.

    "페이스! 페이스!" 남편이 외쳤다. "하늘을 우러러보고 악한 자에게 맞서시오!"

    그녀가 그의 말을 따랐는지는 알 수 없었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는 고요한 밤의 적막 속에 홀로 남겨져, 숲 사이로 무겁게 잦아드는 거센 바람 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는 비틀거리며 바위에 몸을 기댔는데, 바위는 차갑고 축축했다. 그 사이 불길에 휩싸였던 나뭇가지 하나가 그의 뺨 위로 아주 차가운 이슬을 흩뿌렸다.

    다음 날 아침, 젊은 굿맨 브라운은 마치 얼이 빠진 사람처럼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살렘 마을 거리로 천천히 걸어 나왔다. 인자한 노 목사는 아침 식사 전 입맛도 돋우고 설교 내용도 구상할 겸 묘지 옆길을 산책하다가, 지나가던 굿맨 브라운을 보고  축복의 말을 건넸다. 굿맨 브라운은 마치 저주를 피하려는 듯 그 존경받는 성자로부터 몸을 움츠리며 물러섰다. 늙은 구킨 집사는 가정 예배를 드리고 있었고, 열린 창문을 통해 그의 경건한 기도 소리가 흘러나왔다. "저 마법사는 도대체 어떤 신에게 기도하는 것인가?" 굿맨 브라운이 중얼거렸다. 훌륭한 노부인 구디 클로이스는 아침 햇살 속 창가에 서서, 아침 우유병을 가져온 어린 소녀에게 교리 문답을 가르치고 있었다. 굿맨 브라운은 마치 악마의 손아귀에서라도 구출하듯, 그 아이를 낚아채어 도망치듯 그 자리를 벗어났다. 예배당 옆 모퉁이를 돌던 그는 분홍색 리본을 단 아내  '페이스'의 머리가 초조한 듯 밖을 내다보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를 보자 그녀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거리로 달려 나와, 온 마을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남편에게 거의 입을 맞출 듯이 다가갔다. 그러나 굿맨 브라운은 엄하고도 슬픈 표정으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볼 뿐, 아무런 인사도 건네지 않은 채 지나쳤다.

     굿맨 브라운은 숲속에서 잠이 들어, 마녀들의 모임에 관한 괴이한 꿈을 꾸었던 것일까?

    그렇다면 그랬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아, 슬프게도 그것은 젊은 굿맨 브라운에게 불길한 징조를 담은 꿈이었다. 그 두려운 꿈을 꾼 날 밤 이후로 그는 심각하고  슬퍼하며, 어두운 상념에 잠긴 채 불신과 절망에 사로잡힌 사람이 되어 버렸다. 안식일에 회중이 거룩한 찬송가를 부를 때면, 그는 그 노래를 들을 수 없었다. 요란한 죄악의 노래가 귓가로 밀려들어, 그 복된 찬송을 모두 삼켜버렸기 때문이다. 목사가 강단에 서서 펼쳐진 성경 위에 손을 얹고, 힘차고 열정적인 웅변으로 우리 종교의 신성한 진리와 성인 같은 삶, 승리의 죽음, 그리고 말로 다 할 수 없는 내세의 복락이나 고통에 대해 설교할 때면, 굿맨 브라운은 얼굴이 창백해지곤 했다. 그는 혹여나 지붕이 무너져 내려 그 백발의 신성 모독자와 회중을 덮치지는 않을까 두려웠던 것이다. 그는 종종 한밤중에 갑작스레 잠에서 깨어나면 아내 '페이스'의 품을 피하려 했고, 아침이나 저녁에 가족이 무릎을 꿇고 기도할 때면 눈살을 찌푸리며 혼잣말을 중얼거리고는, 아내를 매서운 눈길로 쏘아보다가 고개를 돌려버리곤 했다. 

    세월이 흘러 그가 백발의 시신이 되어 무덤으로 향할 때, 늙은 아내 '페이스'와 자녀, 손주들로 이루어진 훌륭한 행렬, 그리고 적지 않은 이웃들이 그 뒤를 따랐으나, 그의 묘비에는 희망을 담은 글귀가 새겨지지 않았다. 그의 임종 순간은 암울했기 때문이다.(C)

번역: 박흥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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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니엘 호돈: 주홍 글씨 참조.

✍️ Translator’s Note (역자의 말)

"호손 특유의 17세기 뉴잉글랜드 청교도적 분위기와 고풍스럽고 어두운 어조를 한국어로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숲속이라는 상징적 공간이 주는 기괴함과 브라운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의구심을 표현하기 위해 무겁고 침착한 어조를 유지했으며, 상징적인 어휘들을 꼼꼼하게 살려 번역했습니다."

📚 Brief Literary Commentary (작품 해설)

"『영 굿맨 브라운』은 인간 내면에 숨겨진 도덕적 위선과 악의 존재를 어두운 알레고리로 탐구한 단편입니다. 세일럼 마녀 재판의 역사적 배경과 맞물려, 밤의 어두운 숲으로 들어간 브라운의 여정은 타인에 대한 신뢰와 순수성을 상실해가는 인간의 비극을 보여줍니다. 호손은 겉으로는 거룩하나 속으로는 어두운 본성을 지닌 인간 사회의 이중성을 날카롭게 꼬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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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beethovennote.com/  

주홍글씨

  

   The Scarlet Letter


              by

Nathaniel Hawthorne

      <Synop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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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죄와 인간 조건. 사악함의 본질 등.

등장인물:

헤스터 프린 Hester Prynne:
    소설의 주인공. 간통(Adultery)을 상징하는 글자인 A를 가슴에 달고 사는 여인. 늙은 학자 칠링워스와 결혼하였으나 먼저 미국으로 와 청교도 목사와 간통을 하여 딸 펄을 낳아, 수치와 모멸 속에 세월을 견디는 여인. 남편과 연인을 동일한 시각으로 보는 지적이고 생각 깊은 인물.

펄 Pearl:
    헤스터와 딤스데일 간의 사생아. 인지 능력이 뛰어난 소녀.

칠링워스 Roger Chillingworth:
    헤스터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남편. 헤스터를 먼저 미국으로 보낸 다음 따라오지 않은 인물. 아내의 불륜을 복수하고자 하는 학자. 육체적,심리적으로 기이하고 사악한 인물.

딤스데일 Arthur Dimmesdale:
    영국 출신의 젊은 신학자로서 미국으로 이민한 인물. 헤스터의 연인. 펄의 아버지임을 밝히지 못하는 인물. 자신의 죄에 대해 심리적, 육체적으로 자학하는 남자.

벨링햄 Governor Bellingham:
    초기 미국의 총독으로 영국 귀족을 닮은 부유한 노신사. 딤스데일의 설교에 감동하는 인물. 그러나 가정사에는 눈이 어두운 인물.

히빈스 Mistress Hibbins:
    벨링햄 총독의 여동생으로 과부. 검은 남자와 승마를 위해 밤이면 숲으로 가는 여인. 마녀로 불리는 인물. 청교도 사회의 위선과 사악함을 상징하는 여인.

소설의 화자:
    무명의 화자. 직업을 잃고 이 소설을 쓰는 인물. 글쓰기에 대한 선조들의 생각과는 달리, 종교와 도덕적 유산에 관해 미국이 더 잘 알아야 한다고 믿어 글쓰기를 원하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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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부: 세관 건물

    이 소설의 도입부는, 이 소설 전체 구조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를 하는 무명의 화자는 또한 이 소설의 작가로 생각될 수도 있는 인물로, 살렘 세관의 책임자 또는 검사관의 지위에 있는 사람이다. 그가 본 세관 건물은 다 무너져 가는 부두 위에 퇴락한 채 서 있다. 그의 동료 노동자들은 대부분 가족 관계로 묶여, 일생을 세관에서 일했다. 이제 나이가 든 그들은 매번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하곤 한다. 그들은 대체로 무능하고 때가 묻었지만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들은 아니다.

    소설의 화자는 이제 살렘으로 배들이 입항하는 일이 드물므로, 재미 삼아 세관 건물에서 며칠을 보냈다. 비가 오던 어느 날 그는, 비어 있는 2층에서 한 뭉치의 서류를 발견하였다. 자세히 살펴보니 주홍색 A자를 수놓은 천 조각으로 묶어 놓은 원고였다. 화자는 원고를 읽어 보았다. 백 년 전 세관 검사관이었던 조나탄 피우가 쓴 원고였다. 지방 역사에 관심이 있었던 피우가 17세기 중엽, 그러니까 그의 시대로부터 1세기 전, 화자의 시대로부터 2백50년 전에 있었던 사건들을 기록해 놓은 문서였다.

    화자는 글을 써 경력을 쌓으려 함이 마음 편치 못한 일임을 진술하고 있다. 그는 존경하는 청교도 조상님들이 그 사실을 알면 천박하고 타락한 일로 여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헤스터 프린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자 했다. 정확한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지만, 자신이 쓰게 될 글은 원본의 정신과 대체적인 내용에 충실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막일꾼들에 둘러싸여 세관에서 글을 쓰는 일이 어렵다는 걸 알았다. 대통령이 새로 선출되면서 그는 정치적으로 얻었던 그 일자리를 잃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집에 앉아, 어두운 등불 앞에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바로 “주홍 글씨”였다.

제1장:

    제1장은 주로 이야기가 전개될 무대와 이야기를 이끌어갈 여러 가지 상징물들을 소개하고 있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침울한 표정으로 17세기 보스턴 감옥 문 앞에 모여 있다. 육중한 참나무로 된 감옥 문은 강철제의 징이 박혀 있고, 감옥은 중죄인을 가두기 위해 건설된 듯 보였다. 초기 이민 사회를 건설한 개척자들의 낙관적인 생각에도 불구하고 화자는, 그들이 당장 필요하다고 생각한 건 감옥과 공동묘지였다고 했다. 이 말은 보스턴 시민들에게 사실인 바, 마을이 정착되고 20여 년 후 이미 그들에게는 세월의 때가 묻은 감옥이 있었던 것이다. 우중충한 감옥 건물에 어울리지 않게, 감옥 문 옆에 장미 숲이 자라고 있었다. 화자는 그 숲이야말로 저주받은 곳에 자연이 내린 은총이라고 했다. 달콤한 도덕의 꽃이거나 아니면 무자비한 슬픔과 어두움 앞에서 어느 정도 위안을 주는 꽃이라고 했다.

제2장: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 젊은 여인, 헤스터 프린이 아기를 안은 채 감옥 문을 나서 교수대를 향해 갔다. 공개적인 비판을 받기 위해서였다. 군중 속 여인들이 헤스터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특히 그녀의 가슴에 주홍색으로 수놓은 "A"자를 비난하고 있었다. 여인들의 대화로 미루어 그리고 군중들 사이를 걸어가는 헤스터의 회상 속에서, 그녀가 간통을 하여 사생아를 낳았다는 사실과 A자는 간통을 뜻하는 것임을 알 수가 있었다.

    교도관이 그녀에게 앞으로 나오라고 했다. 아이들이 그녀의 주위를 돌며 조롱을 했고, 어른들이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어린 시절의 광경이 헤스터의 머릿속을 번개같이 스쳤다. 영국의 어느 시골, 집 앞에 서 있는 부모님 모습이 보였고, 자신이 결혼하여 유럽으로 따라갔던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어느 학자의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이제 현실은 홍수가 되어 그녀에게 밀려왔고, 본능적으로 팔을 꼭 끼어 안자, 아기가 울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직면하고 있는 현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제3장:

    교수대를 둘러 싼 군중들 속에서 헤스터는 자신을 아메리카로 보낸, 그러나 뒤이어 오겠다고 한 약속을 결코 지킨 적이 없는 남편을 보았다. 비록 그는 유럽식과 인디언식을 섞은 의복을 입고 있었지만, 그녀가 놀란 것은 그의 학자다운 얼굴과 다소 기형적인 그의 어깨 때문이었다.

    그가(다음 장에서 독자가 알게 될 그는, 이름이 로저 칠링워스이다) 헤스터에게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말아 달라는 몸짓을 했다. 그런 다음 옆의 낯선 사람에게 그녀의 죄가 무엇인지, 왜 처벌을 받는지 물었다. 자신은 인디안에게 붙잡혀 있었기 때문에 보스턴에 도착한 지 얼마 안 되어 사정을 모른다고 했다. 낯선 사람은 헤스터가 학식 있는 영국인의 아내로, 아메리카로 오기 전 암스테르담에서 살았다고 했다. 그 학자가 헤스터를 아메리카로 보냈고, 자신은 남은 일을 처리하고자 뒤에 남았으나, 보스턴에서 헤스터와 다시 만난 적이 없다고 했다. 칠링워스는 헤스터의 남편이 바보임에 틀림없는 것이, 그렇게 하고도 아내를 행복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하며 아기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낯선 사람에게 물었다.

    헤스터가 그의 신분 밝히기를 거절한다고 그가 대답했다. 처벌로는 교수대 위에 세 시간 동안 서 있어야 하며, 일생 동안 가슴에 A자를 달고 다녀야 하는 선고를 받았다고 했다. 소설의 화자가 독자들을 헤스터의 재판정으로 안내한다. 재판관들은 마을의 원로들인 벨링햄 총독, 윌슨 목사, 딤스데일 목사 등이다. 딤스데일은 젊은 목사로 달변과 종교적 열정, 풍부한 신학적 경험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그는 헤스터로부터 아기 아버지의 신분을 알아내는 책임을 맡고 있었다. 그가 헤스터에게 연민이나 관대한 마음 때문에, 아기 아버지의 신분을 감추어서는 안 된다고 했으나 헤스터는 더 이상 자신을 압박하지 말라고 단호한 자세로 대답했다.

    그녀는 아기가 하늘의 아버지를 만날 것이며 이 세상의 아버지가 누구인지는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윌슨 목사가 앞으로 나서며 죄에 관한 비난의 설교를 시작했다. 수시로 헤스터의 가슴에 있는 글자를 언급하며 사람들을 분노케 하려는 듯했다. 헤스터는 참을성 있게 그 설교를 들으며 품속에서 우는 아기를 다독거렸다. 설교가 끝나자 헤스터는 다시 감옥으로 되돌아갔다.

제4장:

    헤스터 프린은 신경과민 상태로, 자해를 하거나 가엾은 아기에게 미친 짓을 저지를 수도 있었기 때문에 끊임없는 감시가 필요했다. 밤이 오면, 꾸짖거나 벌을 주겠다는 말로 그녀를 제압할 수 없다는 걸 안 교도소장은 의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신체는 물론 인디언들이 말하는 약초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이어야 했다. 따라서 판사가 그의 석방을 위해 인디언 추장들과 몸값 협상을 하여 빼내온 로져 칠링워스가 헤스터 치료를 위해 의사로 선정이 되었다.

    이렇게 해서 헤스터와 그녀의 남편이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다. 칠링워스는 교도관에게, 그녀를 좀 더 고분고분하게 만들어 감옥의 명령에 복종하게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런 다음 헤스터에게 한 잔의 약을 마시라고 했다. 헤스터는 그가 어떤 인간인지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노려보는 시선은 그녀를 몸서리치게 했다- 처음에는 마시기를 거부했다. 자신을 독살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그녀가 살아야 한다고, 그래야 복수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진 대화 속에서 그는, 못난 책벌레인 자신이 헤스터처럼 아름다운 아내를 행복하게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하며 자신을 꾸짖었다.

    그는 헤스터의 연인, 즉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대답하라고 재촉했다. 그녀가 말할 수 없다고 하자, 그렇다면 자기가 누구인지 신분을 밝히지 않을 것임을 약속하라고 했다. 헤스터는 자신이 처한 고난을 생각하며, 악마 같은 웃음을 짓고 즐거워하는 그가 바로 변장을 한 악마 “검은 남자”로서 자신을 유혹하여 파멸로 이끌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어떻게든 아이의 아버지를 찾아내겠다고 하며, 자신의 출현이 헤스터의 영혼의 평온을 깨뜨리는 건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분명 복수심을 품고 있었다.

제5장:

    몇 달 후 헤스터는 감옥으로부터 석방되었다. 그녀는 자유롭게 보스턴을 떠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리고 보스턴 변두리, 한 뼘 불모의 땅 위에 버려진 오두막집에 자리를 잡았다. 마을의 원로들, 그녀가 존경한 여인들, 거지들, 아이들, 심지어 이방인들로부터도 완전히 고립된 혼자만이었다. 그녀는 몰락한 여인의 걸어다니는 예, 그리고 그녀를 보는 누구에게나 경계의 교훈이 되는 여인의 예가 되었다. 비록 버림을 받았지만 헤스터는 남다르게 뛰어난 바느질 솜씨 때문에 혼자 설 수가 있었다. 아름다움에 대한 그녀의 탁월한 감각은 바로 수예로 나타나, 그녀의 불명예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작품은 총독이 착용하기에 최상의 것이었다.

    그녀의 세밀한 예술적인 묘사는 청교도적인 유행에는 알맞지 않았지만 수의라든가 종교 의상, 관리들의 제복에 알맞아 많은 수요가 있었다. 사실 그녀는 결혼과 관련된 일을 제외한 모든 일상사에서 사람들과 접촉을 하고 있었다. 순결한 새 신부들이 그녀의 손길이 닿은 물건을 착용한다는 건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 있었다. 비록 일은 성공적이었지만 헤스터는 외로움을 느끼고, 언제나 자신이 고립되어 있음을 알고 있었다. 내면의 수치감 때문에, 동료나 이해해 줄 사람을 찾았으나 부질없는 일이었다. 남는 시간은 자선 사업에 몰두했으나,이 일은 고독보다 더한 형벌이었다. 그녀가 도와주는 사람들은 그녀를 모욕하고, 그들을 위해 애써 만든 옷을 싸구려 옷감으로 만들었다며 그녀의 미적 감각을 모욕했다.

제6장:

    헤스터에게 유일한 위안은 딸 펄이었다. 죄 많은 땅에서 핀 아름다운 꽃인 펄이라는 이름은, 헤스터가 가졌던 모든 것을 주고 산 그녀의 유일한 보물이었다.

    법이 망가뜨린 그녀의 실존에 있어 펄이라는 존재는, 청교도 사회의 엄격한 규율과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나는 듯했다. 펄은 헤스터의 모든 것 즉 우울한 성격, 열정, 저항정신을 이어받았고 장난기가 심한 것도 그랬다. 헤스터는 펄을 사랑했으나 또한 걱정도 되었다.

    소설의 화자는 펄을 “버림받은 아이”로 묘사하고 있다. 사탄의 아이로 죄악의 상징이고 산물이며 기독교 가정의 아이들과 같은 권리가 없다고 했다. 펄도 자신이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걸 알았다. 헤스터가 하느님에 관해 가르쳐 주려고 하면 펄은 말하기를, 자신에게는 하늘의 아버지가 없다고 했다. 펄은 엄마의 변함없는 동반자였기 때문에, 또한 마을 사람들의 무자비함을 견뎌내야 했다. 헤스터와 펄이 모녀로서는 좀 이해할 수 없는 점이 있다고 느낀 아이들이 특히 펄에게 못살게 굴었다. 엄마가 혼자라는 걸 안 펄은, 엄마와 함께하는 사람들을 상상 속에 몇몇 만들어 내기도 했다.

    펄은 엄마 가슴 위의 글자가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좋아했다. 때로는 일부러 그 글자로 엄마를 괴롭힌다는 생각을 들게 하기도 했다. 한 번은 들꽃으로 그 글자를 세차게 때려 헤스터를 놀라게 했다. 당황한 그녀가 무슨 일이냐고 물었고, 펄은 이 물음에 아빠가 누구냐고 되물었다. 어린아이의(그때 펄은 세 살이었다)의 철없는 이 물음에 헤스터는, 많은 마을 사람들이 생각하듯 펄은 악마의 자식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제7장:

    헤스터는 벨링햄 총독의 관저를 방문했다. 두 가지 일 때문이었다. 총독을 위해 예쁘게 만든 장갑을 전하기 위해, 그리고 자신으로부터 펄을 빼앗아가겠다는 소문이 사실인지 여부를 묻기 위해서였다. 총독을 비롯하여 마을 사람들 가운데는 펄이 악마의 자식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있었다. 만일 펄이 악마의 자식이라면, 헤스터를 위해서도 펄을 그녀로부터 격리시켜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또 만일 펄이 진실로 사람의 자식이라면, 아이를 위해서도 헤스터 프린보다는 더 좋은 부모를 찾아 주어야 하기 때문에 격리를 시켜야 한다고 했다. 총독을 찾아가는 도중 헤스터와 펄은 아이들로부터 진흙덩이를 던지는 공격을 받았다. 성이 난 펄이 그 아이들에게 겁을 주어 쫓아버렸다.

    총독의 저택은 숨이 막힐 듯 갑갑하고 분위기가 딱딱했다. 영국 귀족의 주거 형태로, 가족들의 초상화가 걸려 있고 총독이 인디언과의 전투 시 입었던 갑옷이 있었다. 펄은 그 갑옷을 좋아했다. 펄이 윤이 나는 갑옷에 비친 헤스터의 모습을 가리키자, 헤스터는 그곳에 비친 주홍글씨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창문 밖 숲속의 장미를 본 펄이 기뻐하는 소리를 질렀지만, 한 무리의 남자들이 들어오자 곧 조용해졌다.

제8장:

    벨링햄, 윌슨, 칠링워스, 그리고 딤스데일이 들어왔다. 펄을 본 그들은 한 마리 새, 악마의 아이라고 수근댔다. 헤스터가 함께 있는 걸 본 그들은, 왜 그 아이를 데리고 있어야 하는지를 물었다. 헤스터는 펄에게 가르쳐야 할 중요한 교육, 자신이 수치감으로부터 배운 교육을 가르치기 위해서라고 했다. 이 대답에 그들은 의아해했고, 윌슨은 세 살배기 펄의 종교적인 지식을 시험해 보려고 했다. 펄이 자신을 싫어한다는 걸 눈치 챈 그는 유감이라고 했고, 펄은 그의 간단한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의지할 데가 없었던 헤스터는 딤스데일에게, 자신과 펄을 위해 도움이 되는 말이 없겠느냐고 했다. 그는 일행에게, 펄은 하느님이 보내신 축복과 저주를 동시에 뜻하는 듯 생각되는 아이라고 했다. 그의 달변에 마음이 흔들린 벨링햄과 윌슨은, 두 모녀를 떼어놓지 않기로 했다. 이상하게도 펄은 딤스데일에게만은 멀리하지 않았다. 그에게 다가가 그의 손을 자신의 뺨에 대기도 했다. 상황이 헤스터에게 유리하게 전개되자 칠링워스는 일행에게,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다시 밝히자고 했다. 그러나 그들은 하느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면 밝혀질 것이라고 하며 그의 말에 반대했다.

    헤스터가 총독 관저를 떠날 때 총독의 여동생인 히빈스 부인이 창문으로 머리를 내민 채, 마녀들의 모임에 그녀를 초대하겠다고 했다. 이에 헤스터는, 만일 펄을 지킬 수 없었더라면 기꺼이 그 모임에 갔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펄로 인해 그 모임에 가지 않았다는 그녀의 말은, 펄이 사탄의 유혹으로부터 엄마를 구했음을 뜻하는 것이었다.

제9장:

    이름을 바꾼 채 보스턴에 도착한 칠링워스는, 헤스터 말고는 누구에게도 자신의 신분을 숨겼다. 그는 의사의 신분으로 사회 활동에 참여하였고, 마을 사람들이란 좋은 의료혜택을 받을 수 없던 터라 귀한 인물로 환영을 받았다. 그는 유럽 학문으로 훈련받은 것 이외에, 인디안에게 잡혀 그들과 한동안 함께 지냈기 때문에, 자연치료법에 관해서도 어느 정도 지식이 있었다. 그는 당시 의사의 별칭인 “이”로 불리기도 했다. 이 별칭은 환자의 피를 뽑기 위해, 이를 사용한 치료 과정에서 온 말이었다.

    딤스데일은 건강 문제로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었다. 그는 쇠약해져 가고 있었고, 통증이 오는 듯 가슴을 쥐어짜는 일이 흔했다. 딤스데일은 자신에게 헌신하겠다는 그 어느 젊은 여인과도 결혼을 거절했기 때문에, 칠링워스는 마을 지도자들에게 그가 의사와 함께 살도록 조치하라고 했다. 이렇게 해서 칠링워스는 딤스데일을 진단하고 치료를 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두 사람은 묘지 가까운 곳 어느 과부의 집에 방을 얻어 함께 지내게 되었다. 묘지가 가까우니 죄와 죽음에 대해 묵상할 기회가 많았다. 딤스데일의 방에는 간통과 그 벌에 관한 성경의 내용을 그린 그림 걸개가 있었고, 칠링워스의 방은 그 시대에 걸맞는 정교한 연구실 역할도 했다.

    마을 사람들은 처음 칠링워스의 출현에 감사해 하였고, 그의 도착은 딤스데일을 돕기 위한 하느님의 이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칠링워스의 개인사에 관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흉악한 소문은, 그의 얼굴이 악마의 모습을 닮아가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많은 마을 사람들이 칠링워스는 바로 딤스데일의 영혼과 싸우기 위해 온 사탄이라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제10장:

    내면의 고통을 겪는 딤스데일에게 칠링워스는 곧 커다란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 되었다. 병인을 찾기 위해 그는 무모하고 무자비했다. 딤스데일의 삶을 집요하게 샅샅이 알아내려고 했다. 그러나 목사 딤스데일은 모든 남자, 아니, 누구도 신뢰하지 않았다. 칠링워스는 환자 딤스데일에게 모든 시간을 쏟아부었다. 딤스데일을 돌보지 않는 시간에는 부지런히 약초를 찾아, 약을 만들었다.

    어느 날 딤스데일은 칠링워스가 가지고 있는 묘하게 생긴 식물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 질문에 칠링워스는, 그 풀은 어느 이름 모를 무덤가에서 자란 것으로, 그 검은 색깔은 그 무덤에 묻힌 사람의 참회하지 않은 죄를 상징한다고 했다. 두 사람은 참회와 부활, 개인의 비밀을 “묻는다”는 게 무얼 뜻하는지에 관해 불편한 대화를 나눴다. 그때 밖으로부터 아이의 외치는 소리가 들렸고, 창문을 내다보니 펄이 춤을 추며 헤스터의 가슴에 있는 A자를 잡아뜯고 있었다.

    두 사람을 본 펄이 엄마를 잡아당기며,  “검은 사람”이 목사님을 잡고 있다고, 그에게 잡혀서는 안 된다고 했다. 칠링워스는 헤스터가 숨긴 죄가 아닌 드러난 죄를 가슴에 달고 사는 여인이라고 했다. 칠링워스의 이 말에 딤스데일 목사는 헤스터와 관련이 있는, 아니 죄를 감추고 있는 자신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도록 조심했다. 칠링워스는 정신이 육체의 고통과 관련이 있다면서, 딤스데일 목사의 정신 상태에 관해 노골적으로 물어 괴롭혔다. 화가 난 딤스데일은, 그러한 일들은 하느님이 주재하시는 일이라고 했다.

    방을 나온 칠링워스는 그러한 딤스데일의 행동에 더욱 의심이 들었다. 목사는 화를 낸 것을 사과했고, 두 사람은 다시 가까워졌다. 그러나 며칠 후, 칠링워스는 딤스데일이 잠을 자고 있는 동안 그의 셔츠를 제치고 보았다. 그의 가슴을 본 칠링워스는 대단히 기뻐했다. 그러나 그가 무엇을 보았는지 독자는 알 수가 없다.

제11장:

    칠링워스는 딤스데일과 계속 심리전을 폈다. 가능한 한 가장 잔인한 복수전을 펼 계획이었다. 딤스데일 목사는 칠링워스를 불신하거나 미워할 때도 종종 있었으나, 그러한 자신의 감정은 근거가 없었기 때문에 곧 잊고 다시 고통스러워했다. 그러나 그러한 고통으로 영감을 얻은 그는, 죄라는 주제에 관해 더 좋은 설교를 할 수가 있었다. 자신이 겪은 고통으로 인간의 약점에 공감할 수 있었고 따라서  "모든 인간은 형제”라는 설교를 했다. 그는 신도들에게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싶었지만 불가능했다. 그 결과 그는 자기 검열로 인해 밤에도 뜬 눈으로 어떤 환영을 보기도 했다.

    그 환영 속에서 그는 헤스터와 “주홍색 옷을 입은 꼬마 펄”을 보았다. 헤스터가 검지로 먼저 자신의 가슴에 있는 주홍 글씨를 가리킨 다음, 그의 가슴을 가리켰다. 딤스데일은 그게 환영이라는 걸 알았지만, 심리적 혼란으로 인해 그 환영들을 특별한 의미로 받아들였다. 성경의 힘도 별로 도움이 안 되었다. 자신이 지은 죄로부터 벗어날 수가 없었던 그는, 전 우주가 거짓으로 자신의 내면에서 사라져 없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딤스데일은 자신을 학대하기 시작했다. 회초리로 자신을 매질하고, 단식에다 밤을 새워 자신의 죄에 관해 묵상을 했다. 밤을 새우던 어느 날 밤 그는 자신의 고통을 치료할 수 있는 한 가지 생각이 났다. 그래서 몇 년 전 헤스터가 죄로 인해 고통을 경험했던 교수대 위에서 밤을 새우기로 했다.

제12장:

    딤스데일이 교수대 위로 올랐다. 아픈 마음에 큰 소리를 질렀고, 그 소리를 듣고 마을 사람들이 몰려오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그 소리를 들은 몇몇 마을 사람들은 마녀의 목소리로 알았다. 교수대에 선 그는 생각이 흐트러졌다. 윌슨 목사를 보자 거의 웃음이 터져 나올 듯했고, 그처럼 정신이 나간 상태에서 그는 그 노인 목사에게 고함을 쳤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윈드롭 총독(초대 총독)의 임종을 지키고 돌아오던 윌슨 목사는 그의 옆을 그냥 지나갔다. 그가 눈에 띄자 딤스데일은, 만일 마을 사람들이 마을의 성직자인 자신들이 공개적으로 모욕을 당하며 그곳에 모여 있는 모습을 본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딤스데일이 큰 소리로 웃었고, 이를 받아 펄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가 모르게 펄이 그곳에 있었던 것이다. 윈드롭에게 입힐 수의를 만들어 달라는 주문을 받았기 때문에, 헤스터와 펄도 그의 임종에 참석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딤스데일의 말에 따라 모녀가 교수대 위로 올랐다. 세 사람은 서로 손을 잡아, 체온이 흐르는 사슬을 만들었다. 모녀의 출현으로, 목사는 힘을 얻고 몸이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펄이 천진난만하게 그에게, 그다음 날 정오에 자신들과 함께 그곳에 다시 설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그는 안 된다고, 다음에 하자고 했다. 다음이 언제냐고 펄이 다시 물었고, “위대한 심판의 날”이라고 그가 대답했다.

    그때 어두운 하늘에 돌연 별똥이 떨어지면서 잠시 그들의 주위를 밝혔다. 목사가 얼굴을 들어 하늘을 보니 짙은 붉은빛의 “A"자가 하늘에 보였다. 그때 펄이 멀리서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는 어떤 사람을 가리켰다. 그는 칠링워스였다. 딤스데일은 자신이 ”이름 없는 공포“라고 한 그 남자가 실제로 누구인지 헤스터에게 물었다. 그러나 헤스터는 그의 신분을 밝힐 수가 없었다. 펄이 안다며 그의 귀에 대고 뭔가 소근댔지만, 알아들을 수 없는 어린아이 말이었다.

    칠링워스가 딤스데일에게 다가와 교묘한 말로, 꿈길 속에 그곳까지 걸어온 게 아니냐고 했다. 어떻게 알고 자신을 찾아왔느냐고 묻자, 칠링워스는 자신도 윈드롭 상가에 다녀오는 길이라고 했다. 두 사람은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딤스데일은 그때까지 없었던 가장 감명 깊은 설교를 했다. 그가 설교를 끝내자, 교회 수위가 교수대에서 주은 검은 장갑을 그에게 주었다. 수위는 그 장갑이 목사의 것인 줄 알았지만, 그는 사탄이 실수로 잃은 것이 틀림없다고 둘러댔다. 그리고 또 놀라운 말을 했다. 지난밤 별똥이 “A”자를 그리며 떨어졌다고 했다. 마을 사람들은 헤스터나 딤스데일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했다. 오히려 “A”는 천사의 첫 글자로 윈드롭 지사가 천국으로 가는 표시라고 했다.

제13장:

    펄이 태어난 후 6년이 지났다. 헤스터의 사회 활동은 더욱 적극적이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음식을 주고 병든 사람들을 간호하며 고난이 닥친 사람들에게 그녀는 도움의 손길이었다. 아직도 조롱의 대상이기는 했지만 그녀의 가슴의 "A"자를 간통이 아닌 능력의 글자로 보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갔다. 헤스터 자신도 많이 변해 있었다. A라는 붉은 글씨 때문에 밝음과 우아함을 태워버린 여인이었다. 잎을 잃은 나무처럼 적나라하고 거친 몸만 남아 있는 여인이었다. 보다 사색적이 되어 갔다. 펄에게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사회에서 여성은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칠링워스의 신분을 숨겨 주는 일이 딤스데일에게는 어떤 해가 될 것인지 깊은 생각을 했다.

제14장:

    헤스터는 칠링워스에게 더 이상 딤스데일 목사를 괴롭히지 말라는 말을 하기로 결심했다. 어느 날 그녀와 펄은 해변 가까이서 약초를 캐는 그를 만났다. 그녀가 다가가자 그는 능글맞게 웃으며, 그녀에 관한 좋은 소식을 들었다고 했다. 마을의 원로들이 최근 그녀의 A자를 떼어내도록 허락하는 논의를 했다는 것이다. 그 일은 인간의 권능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며 헤스터는 그의 가식적인 호의에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 때가 되면 하느님의 계시에 따라 떼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제 딤스데일에게 그의 신분을 밝혀 말하고 싶다고 했다. 그들의 대화로 보아, 딤스데일이 헤스터의 연인이라는 사실을 칠링워스가 확신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헤스터의 말에 칠링워스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 늙은 의사가 다름 아닌 바로 악마로 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의 마음이 뒤틀려 있음을 알았다. 그는 자신이 관대하고 부드러운 학자였던 옛날을 회고해 보았다. 이제 그는 복수심에 불타는 악마로 변해 있었고, 인간의 마음을 상실하고 있었다. 그의 비극적인 변모가 자기 탓이라며 헤스터는 그에게,  복수심을 버리고 인간으로 다시 돌아오라고 애원을 했다. 그들은 현재의 상황을 불러온 게 누구의 책임인지를 다퉜다. 칠링워스는 복수를 다짐했고 헤스터는 침묵을 지킨 게 그들의 운명이었다. 칠링워스가 헤스터에게 외쳤다. 검은 꽃이 마음대로 피게 하라고, 그 남자와 함께 당신의 길을 가라고 했다.

제15장:

    칠링워스가 가버리자 헤스터는 펄을 찾았다. 남편을 증오하는 것이 죄인 줄 알면서도 미워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와 한 번이라도 행복한 적이 있었다면 그건 다만 착각이었다. 펄은 해변에서 파도 놀이를 하고 있었다. 인어인 듯, 해초로 A자를 만들어 가슴에 붙이고 있었다. 주홍빛이 아닌 진한 초록빛이었다. 그 글자가 무엇을 뜻하는지 엄마가 물어주기를 원했고, 헤스터는 펄에게 엄마 가슴의 A자가 무엇을 뜻하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펄은 그 글자를 가슴에 손을 대는 딤스데일의 습관과 관련이 있다고 했고, 헤스터는 딸의 인식 능력에 기겁을 했다. 그녀는 펄이 너무 어려서 진실을 알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고, 그 글자가 무엇을 뜻하는지 설명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펄은 알고 싶어 계속 물었다.

제16장:

    칠링워스의 신분을 딤스데일에게 밝히고자 헤스터는, 그가 인디언 정착지를 방문하리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방문 후 돌아가는 길목인 숲길에서 그를 기다렸다. 펄도 깡충깡충 뛰며 엄마를 따랐다. 묘하게도 햇빛이 헤스터를 피하는 듯했다. 시냇가에서 그를 기다리는 동안 펄은, “검은 사람”과 주홍 글씨와의 관계를 물었다. 펄은 어느 노부인이 헤스터의 주홍 글씨는 “검은 사람”이 남겨 놓은 표시라고 하는 말을 들었던 것이다.

    숲으로부터 딤스데일이 나타나자 펄은 그가 “검은 사람”이냐고 물었다. 그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야했기 때문에, 헤스터는 펄에게 숲으로 가서 놀라고 했다. 그러나 펄은 그가 검은 사람이라면 잠깐 보겠다고, 커다란 책을 가지고 있는 그를 보겠다고 했다. 이에 헤스터가 검은 사람이 아니고 목사님이라고 했다. 펄은 그가 가슴의 표시에 손을 댄다고, “검은 사람”이 그 표시를 해 놓은 게 아니냐고 왜 엄마처럼 밖에 표시를 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이에 헤스터는 큰소리로 빨리 가라고, 멀리 가지 말고 냇물 소리가 들리는 곳에 가서 놀라고 했다.

제17장:

    마침내 숲속에서 헤스터와 딤스데일은 사람들의 눈을, 칠링워스의 눈을 피할 수가 있었다. 두 사람은 손을 잡고 시냇물 가까운 곳 외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헤스터는 그에게 칠링워스가 남편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들은 딤스데일은 “검은 모습”이 떠올랐다. 그가 자신에게 고통의 원인이라며 헤스터를 나무라기 시작했다. 그의 꾸짖음을 참기 힘들었던 헤스터는, 그를 당겨 자신의 가슴 A자에 얼굴을 묻게 하고는 용서를 빌었다. 마침내 그도 헤스터를 용서한 다음, 칠링워스가 자신들보다 더한 죄인이라고 했다. 자신의 비밀을 폭로하려는 헤스터의 의도를 알고 있던 칠링워스가 먼저 자신들을 폭로하지 않을까, 딤스데일은 우려했다. 이에 헤스터는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이제 그 늙은이로부터 딤스데일은 자유롭다고 했다. 그들은 비밀리에 유럽으로 가 펄과 함께 가정을 이루기로 했다.

제18장:

    유럽으로 가겠다는 결정으로 두 사람은 생기가 돌았다. 딤스데일은 즐거운 생활을 되찾았다고 했고, 헤스터는 가슴의 A자를 떼어 버렸다. 그 치욕을 털어버리고 난 후 헤스터는 다시 이전의 열정과 아름다움을 되찾았고, 머리도 풀어 내렸다. 펄의 말처럼, 주홍 글씨가 두려워 헤스터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던 햇빛이 갑자기 숲을 환하게 비추었다. 헤스터가 펄에 대해 말을 했고, 이제 아버지와 딸이 서로를 알 수 있게 되어 말할 수 없이 기쁘다고 했다. 헤스터가 숲속 요정처럼 뛰노는 펄을 불렀다.

제19장:

    시냇물 건너편에서 펄은 의심스러운 눈으로 그들을 보았다. 엄마의 가슴에 있던 글자가 안 보이자, 오지 않겠다고 했다. 헤스터가 다시 글자를 달자, 다시 늙고 슬픈 옛 모습이 되었고, 펄은 내를 건너 왔다. 팔에 안긴 펄이 엄마에게 입을 맞췄고, 아무런 거리낌 없이 A자에도 입을 맞췄다. 헤스터는 펄에게 아버지라는 말은 안 했지만, 딤스데일에게도 안기라고 했다. 어른들이 뭔가 준비를 하고 있다는 걸 안 펄은, 셋이 함께 손을 잡고 마을로 돌아가자고 했다. 딤스데일이 그럴 수가 없다고 하자 펄은, 그렇다면 그에게 입맞추지 않겠다고 했다.

제20장:

    마을로 돌아오면서 딤스데일은, 그처럼 쉽게 바뀌는 자신의 운명을 믿을 수가 없었다. 유럽으로 가기로 한 것은, 그곳에서는 이름이 쉽게 들어나지 않을 것이고 또 자신의 건강에 좋은 환경 때문이었다. 헤스터는 자선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배의 승무원을 통해, 4일 후 영국으로 떠나는 배가 있다는 걸 알았고, 두 사람은 그 배에 탈 계획을 세웠다. 딤스데일은 자신이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나는 당신이 아는 내가 아니다. 나는 그를 숲에 버리고 왔다" 라고 외치고 싶었다. 그는 이제 자신을 포함하여 지금까지 친숙했던 모든 것들이 눈에 설었다.

    따라서 그는 교회 앞에서 나이든 신도들을 만났을 때, 신성모독적인 말을 할 뻔도 했다. 또 최근 교회로 인도한 한 젊은 여인을 만났으나 모른 체했다. 자신의 이상한 정신 상태가 그녀에게 전염되지 않을까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영혼의 안식을 위한 위로의 말을 찾는 노부인을 만났다. 이미 오래 전 남편과 자식, 친구들을 여의고 외롭게 홀로 사는 부인이었다. 그를 만나는 것만도 그녀에게는 위안이었다. 그녀를 만날 때마다 그는 위로의 말을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녀의 귀에 대고 성경 말씀이 아닌, 사후 세계에 대한 신성모독적인 말을 할 뻔했다. 만일 그 말을 했더라면, 부인은 그 자리에 쓰러져 죽었을 것이다. 무슨 말을 했는지 그는 기억을 못했지만, 노부인의 주름지고 창백한 얼굴은 천국처럼 빛나는 기쁜 표정이었다. 그는 또 그가 타고 밀항을 하게 될 그 스페인 배의 술취한 선원을 만나 하느님에 반하는 상스러운 농담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곧 아이들, 말을 갓 배운 아이들을 만났는데 하마터면 욕설을 가르쳐 줄 뻔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히빈스 부인에게로 달려갔는데, 그녀는 그가 다음에 숲속을 방문할 경우 안내를 하겠다며 낄낄댔다. 이 말은 그가 히빈스의 주인인 사탄과 협상을 뜻하는 것으로, 그는 혼란이 일었다.

    집에 도착한 딤스데일은 칠링워스에게 이제 더 이상 그가 처방한 약이 필요 없다고 했다. 칠링워스는 환자를 돌보는 진지한 체하는 자세로 그를 보았다. 딤스데일은 자신이 헤스터 프린을 만났다는 사실을 칠링워스가 알고 있음을 확신하고 있었다. 이제 그가 더 이상 자신을 친구가 아닌 적으로 여기고 있음도 알았다. 두 사람은 종말을 향해 가고 있었다. 둘의 관계에 관해 칠링워스가 무슨 말을 하던 딤스데일은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칠링워스는 자신의 어두운 방식을 따라, 비밀에로의 무시무시한 접근을 하고 있었다.

제21장:

    새 총독이 취임하는 날 축제를 위해 사람들이 광장에 모였다. 축제는 비교적 소박했으나, 엘리자베스 여왕 궁정의 화려함을 사랑하는 사람들로 가득한 잔치 분위기였다. 사람들의 무리 속에서 펄은 헤스터에게, 사람들이 보는 데서는 모르는 체하는 그 낯선 목사가, 냇가에서처럼 자신에게 손을 내밀 것인지 물었다. 딸의 질문에 헤스터는, 그러나 오늘은 너를 모른 척할 것이라고, 그러니 너도 인사를 하지 말라고 했다.

    사람들로부터 무시를 당해 왔던 헤스터는 자신이, 오랜 세월에 걸친 슬픔과 고립으로부터 벗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선원 한 사람이 다가와 칠링워스가 의사의 자격으로 배에 승선하기로 했다는 말을 듣고, 그녀의 꿈은 산산조각이 났다. 칠링워스가 선장에게, 자신은 헤스터와 일행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헤스터가 머리를 들어 보니, 광장 건너 칠링워스가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제22장:

    장엄한 시가행진 행렬이 광장을 가로질러 갔다. 새 총독 취임 기념 행진이었다. 무장한 병사들을 선두로 완고한 마을의 원로들이 뒤를 따랐다. 그처럼 화려한 청교도 전통을 목격한 헤스터는, 그 사치함과 위용에 낙담을 하고 말았다. 마을 지도자들 뒤를 따르는 딤스데일을 본 헤스터의 눈에, 그는 어느 때보다 건강하고 힘이 넘쳐 보였다. 그가 냇가에서 자신의 이마에 입을 맞춘 지 며칠이 안 되었지만, 펄은 가까스로 그를 알아보았다. 펄이, 그에게 다가가 입을 맞추겠다고 하자 헤스터가 야단을 쳤다. 힘이 넘치는 그의 모습은 헤스터를 슬프게 했는데, 그가 멀어져 가고 있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그와 함께 유럽으로 가겠다는 계획이 지혜로운지 여부에 관해 의문이 들었다.

    예쁜 옷을 입은 히빈스 부인이 헤스터에게 다가와 딤스데일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검은 사람”이 누구인지를 안다며, 헤스터의 가슴에 있는 표시처럼 딤스데일의 몸에 있는 표시가 무엇인지 곧 사람들에게 알려질 것이라고 했다. 그 표시가 무엇인지 보았느냐고 펄이 물었고, 이에 히빈스는 펄이 “공허의 왕자”의 후손이라며, 어느 아름다운 밤을 택해 함께 가서 아버지를 만나 보자고 했다. 왜 그가 늘 가슴에 손을 대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소설의 화자는 히빈스가 곧 마녀로 처형될 것이라는 말을 한다.

    히빈스 부인이 자리를 뜨자 헤스터는 딤스데일의 설교를 듣기 위해 연단 아래에 자리를 잡았다. 광장에서 뛰놀던 펄이 선장으로부터 받은 쪽지를 헤스터에게 건넸다. 칠링워스가 보낸 것으로, 딤스데일은 자신과 함께 배에 오를 터이니 헤스터는 펄과 함께 오르면 된다는 내용이었다. 새로운 국면에 직면한 헤스터는, 자기 가슴 위 A자가 눈에 익은 사람이건 아니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23장:

    신임 총독 취임 기념설교를 하며 딤스데일은 하느님과 인간과의 관계를 강조하고, 그 거친 땅에 그들이 세우려고 하는 뉴잉글랜드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했다. 하느님은 특별히 뉴잉글랜드 사람들을 선택할 것이라고 했고, 설교를 들은 사람들은 감동했다.

    사람들의 영혼에 파도처럼 물결친 낭랑한 목소리의 설교가 끝이 났다. 마치 예언자의 말을 들은 듯 잠시 모두들 침묵했다. 그의 설교를 들은 사람들은 마치 마법에서 깨어난 듯, 아직도 자신들을 짓누르고 있는 두려움과 경외감에 다시 휩싸였다.

    잠시 후 교회로부터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딤스데일은 그들 가운데 헤스터를 보았다. 그가 헤스터와 펄을 향해 팔을 벌리며 가까이 오라고 했다. 부드럽고 당당한 표정이었다. 펄이 재빨리 다가와 그의 팔을 잡았다. 헤스터 프린은, 마치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피할 수 없는 운명에 따르듯 천천히 다가오다가 발걸음을 멈췄다. 그때 칠링워스가 사람들을 헤치고 나와 그녀를 막아섰다. 그런 다음 딤스데일의 팔을 잡고, 헤스터와 펄을 돌려 달라고 소리쳤다. 이름을 더럽히고 불명예 속에서 죽지 말라고 했다. 이에 딤스데일은 그에게 사탄이라고, 이미 때가 늦었다고 외쳤다.

    그가 헤스터의 어깨에 기대어, 그녀의 부축을 받으며 교수대로 가 계단을 올랐다. 불륜으로 낳은 펄의 작은 손을 잡은 채였다. 늙은 로저 칠링워스가 뒤를 따랐다. 그는 그들이 행한 죄와 슬픔의 연극에 일익을 담당한 자였고, 따라서 이 마지막 장면에 등장할 자격이 있었다. 그는 사악한 표정을 지으며 목사에게, 이 세상에 비밀을 숨길 곳은 없다고 했다. 그 말에 딤스데일은 그곳까지 자신을 인도해 주신 주님께 감사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외치기를, 자신은 이미 7년 전 헤스터와 함께 그곳에 섰어야 했다고 했다.

    그리고 입고 있던 옷의 가슴 부분을 찢었다. 들어난 가슴 부위에 붉은 표시가 있었다. 사람들이 보고 놀랐다. 얼굴이 홍안이 된 그는 의기양양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곧 연단 위로 쓰러졌다. 쓰러진 그의 머리를 헤스터가 안아 일으켰다. 늙은 칠링워스가 그의 옆에 무릎을 꿇었다. 칠링워스의 창백한 얼굴은 생명이 다한 듯했다. 그는 딤스데일이 이제 자신의 손아귀에서 벗어났다고 했고, 딤스데일은 그를 용서한다고 했다. 그리고 헤스터와 펄을 보았다. 그가 희미한 목소리로 펄을 불렀다. 그의 영혼이 깊은 휴식 속으로 가라앉듯, 얼굴에는 온화한 미소가 흘렀다. 이제 짐을 벗어버린 듯, 마치 펄과 놀이를 하는 모습이었다. 펄에게 입을 맞추어 달라고 했다. 펄이 그에게 입을 맞추었다. 슬픔 속에서 자란 펄은 연민의 마음도 함께 자랐다. 펄의 눈물이 아빠의 가슴 위로 흘러내렸고, 이는 인간의 희로애락을 이제 함께하겠다는 약속이나 마찬가지였다. 세상과 싸우는 여자가 아닌, 세상 속의 한 여인이 되겠다는 약속이었다. 어머니에게 고통을 안겨 준 펄의 역할이 끝난 것이다. 헤스터가 그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그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맞댄 헤스터가, 다시 만나지 않겠느냐고, 영원히 함께 보내게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딤스데일이 숨을 몰아쉬며 자신들이 어긴 하느님의 법칙, 이제 들어난 죄만 생각하라고 했다. 주님을 잊은 순간부터, 서로의 영혼에 대한 사랑을 잊은 순간부터, 천국에서 다시 만나는 희망은 헛된 꿈이라고 했다. 주님은 자비를 내리시어 자신을 시험하시고, 자신의 가슴에 표시를 하여 불타는 고통을 느끼게 하셨다고 했다. 주님은 검고 무서운 늙은이를 보내, 자신에게 언제나 고통을 느끼게 하셨다고 했다. 만일 그러한 고통이 없었다면, 자신은 영원히 버림을 받았을 것이라고 했다. 주님이 자신을 그곳으로 데려와, 사람들 앞에서 부끄러움 속에서도 당당하게 죽을 수 있도록 하셨다고 했다. 그리고 숨을 거두었다. 그 장면을 본 사람들이 침묵 속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제24장:

    소설의 화자는 딤스데일이 죽은 후 있었던 여러 사건과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운명에 대해 말하고 있다. 목사의 죽음을 목격한 사람들은 그 죽음이 뜻하는 바에 관해 의견이 달랐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가슴에서 헤스터와 같은 주홍 글씨를 보았다고 했다. 그 글씨는 칠링워스가 마술로, 또는 목사 스스로 새겼거나 아니면 그의 내면의 참회로 생겨난 것이라고 했다. 또 어떤 사람들은 그의 가슴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딤스데일이 가슴을 보여준 건, 비록 성자일지라도 헤스터처럼 죄를 지을 수 있다는 걸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딤스데일의 명예를 지키고자 한 그의 친구들이라는 게 화자의 의견이었다.

    칠링워스의 사악함에 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딤스데일이 죽은 후 1년이 못 되어 그도 죽었고, 펄에게 상당한 유산을 남겼다. 그러나 그가 죽은 후 헤스터와 펄도 자취를 감추었다. 그들이 사라진 후 주홍 글씨 이야기는 전설이 되어 갔다. 그 이야기는 대단히 흥미로와, 그들이 섰던 교수대와 헤스터의 오두막집은 그 이야기를 증언하는 증거물로 보존되었다. 몇 년이 지나 헤스터가 홀로 그 집으로 돌아와, 다시 자선의 일을 했다. 그녀는 죽을 때까지 가슴에 A자를 달고 있었지만, 그 글자는 이미 의미를 잃고 있었다. 그녀는 죽어 킹스 교회 묘지에 묻혔는데, 그곳은 청교도 목사들의 묘지였다. 그녀의 무덤 옆에 딤스데일의 묘지가 있었는데 거리가 멀어, 죽은 후에도 두 사람은 함께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묘비는 같았는데, 검은 묘비에는 이 이야기의 전모를 상징하는 A자가 주홍 글씨로 새겨져 있었다.(C)

번역: 박흥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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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haniel Hawthorne: "야망의 길손“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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