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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굿맨 브라운

 

Young Goodman Brown 


              by 

Nathaniel Hawthor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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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질녘에 굿맨 브라운은  살렘 마을로 가려고 문을 나섰으나, 문을 나오며 아내와 작별의 입맞춤을 하려고 고개를 뒤로 돌렸다. 이름에 알맞은 그의 아내 "페이스Faith"는 모자에 달린 분홍빛 리본을 날리며 예쁜 고개를 내밀어 남편을 불렀다.

  "여보," 그녀는 입술을 그의 귓가에 바짝 대고는 나직하면서도 다소 슬픈 목소리로 속삭였다. "부디, 내일 아침 해가 뜰 때까지 떠나는 것을 미루고 오늘 밤은 당신의 침대에서 잠드세요.  홀로 남은 여인은 온갖 꿈과 상념에 시달린 나머지, 때로는 스스로 두려워지기까지 합니다. 사랑하는 당신이여, 부디 청하오니 일 년  중 오늘 밤만큼은 제 곁에 있어 주십시오!"

    "나의 사랑, 나의 아내," 젊은 굿맨 브라운이 대답했다. "일 년 중 그 어느 밤보다도, 바로 오늘 밤만큼은 내가 그대 곁을 떠나 있어야만 하오." 그대가 말하는 그 여정, 즉 오고 가는 그 길은 지금부터 해가 뜰 때까지 기필코 마쳐야만 합니다. 아니, 나의 사랑스럽고 어여쁜 아내여! 우리가 결혼한 지 이제 겨우 석 달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나를 의심하는 것이오?

    *주: goodman(husband의 고어)

    "그럼, 하느님의 축복이 있기를!" 분홍 리본을 단 페이스가 말했다. "그리고 돌아오셨을 때, 모든 것이 무사하기를 빌어요."

      "아멘!" 굿맨 브라운이 외쳤다. "기도를 드려요, 사랑하는 '페이스'여. 그리고 해질녘에 잠자리에 들어요. 그러면 아무런 일이 없을 테니."

    그리하여 두 사람은 헤어졌고, 그 젊은이는 길을 떠났다. 그러다 예배당 옆 모퉁이를 막 돌려던 순간 뒤를 돌아본 그는 분홍색 리본을 달고 있었음에도, 여전히 어딘가 애처로운 기색을 띤 채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아내의 모습을 보았다.

    "가엾은 페이스!"라는 생각이 든 그는 가슴에 메어졌다. "이런 일을 하려고 그녀를 남겨두다니, 나는 참으로 비열한 인간이로구나! 게다가 그녀는 꿈 이야기도 했어. 그녀가 말을 하며 근심 어린 표정을 지었어. .마치 오늘 밤 일어날 일이 무엇인지 경고한 꿈이라도 꾼 듯 말이야." 아, 그녀는 이 땅에 내려온 은총을 받은 천사야. 그러니 오늘 밤이 지나고 나면, 그녀의 치마 자락이라도 붙잡고 천국까지 따라가겠어."

    이처럼 앞날을 위한 훌륭한 결심을 한  굿맨 브라운은 현재의 못된 계획을 더욱 서두르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그는 숲속의 음침한 나무들로 그늘진 황량한 길을 택했다. 나무들 사이로 겨우 난 좁은 오솔길은, 뒤돌아보면 나뭇가지들로 인해 보이지 않았다. 더할 나위 없이 고독한 곳이었다. 그런 고독에는 묘한 점이 있는데, 여행자는 머리 위로  우거진 수많은 나무줄기와 빽빽한 가지들 사이에 누가 숨어 있을지 알 수도 없었다. 따라서 외로운 발걸음으로, 보이지 않는 수많은 것들을 지나고 있을 수도 있었다.

    "나무마다 그 뒤에 악마 같은 인디언이 숨어 있을지도 몰라." 굿맨 브라운은 혼잣말을 하며 두려운 마음에 뒤를 돌아보았고, 이내 "혹시 악마가 바로 내 곁에 바짝 다가와 있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고개를 돌려 보니 이미 굽이진 길을 지났고, 다시 앞을  보니 단정한 차림새의 한 남자가 오래된 나무 밑에 앉아 있었다. 그 남자는 굿맨 브라운이 다가오자,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따라 나란히 걸어갔다. 

    "늦었군, 굿맨 브라운." 그가 말했다. "내가 보스턴을 지나올 때 '올드 사우스' 교회의 시계가 시간을 알렸는데, 그게 벌써 15분 전이었어."

    "잠시 발길이 묶여 있었어요." 굿맨 브라운이 대답했다. 갑작스러운 동행자의 등장으로 인해 -비록  예상치 못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의 목소리가 다소 떨렸다.

    숲은 이미 깊은 어둠에 잠겨 있었고, 두 사람이 걷고 있던 곳은 그중에서도 가장 어두운 지점이었다. 어렴풋이 짐작컨대, 동행자는 쉰 살가량 되어 보였고, 굿맨 브라운과 비슷한 사회적 지위에 있는 듯했다. 또한 그와 상당히 닮은 모습이었는데, 이목구비보다는 표정에서 그 같은 유사점이 더 두드러져 보였다. 그렇지만 그들은 아버지와 아들로 보였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동행자는 젊은이 같은 검소한 옷차림과 태도를 지녔으면서도, 세상 물정에 밝은 사람 특유의 형언할 수 없는 풍모를 지니고 있었다. 설령 어떤 일로 인해 총독의 만찬 자리나 윌리엄 왕의 궁정에 나가더라도 결코 주눅 들지 않았을 그런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에게서 유독 눈에 띄는 점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그의 지팡이였다. 그 지팡이에는 거대한 검은 뱀의 형상이 새겨져 있었는데, 그 솜씨가 어찌나 정교한지 마치 살아 있는 뱀처럼 몸을 비틀며 꿈틀거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물론 이는 불확실한 조명 탓에 생긴 시각적 착각이었을 것이다.

    "이리 오게, 굿맨 브라운!" 동행자가 소리쳤다. "여행을 시작하는 것치고는 너무 느릿한 걸음걸이군. 벌써 지쳤다면 내 지팡이를 쓰게나."

    "벗님이어," 굿맨 브라운이 천천히 걷던 발걸음을 멈추며 말했다. "여기서 당신을 만나기로 한 약속을 지켰으니, 이제 나는 왔던 길로 되돌아가려 합니다. 벗님이 알고 있는 그 일에 관해 나는 다소 마음이 꺼림칙합니다."

    "무엇이라고?" 뱀 지팡이를 든 남자가 남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어쨌든 걸어가면서 이야기를 나눠 보세. 만약 내 말이 자네를 설득하지 못한다면 그때 돌아가도 늦지 않아요. 숲으로 들어온 지는 아직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 

    "너무 멀리 왔어, 너무 멀리 왔어!" 선량한 굿맨 브라운이  자신도 모르게 다시 발걸음을 옮기며 외쳤다. "우리 아버지는 물론 그 윗대 조상님들께서도 이런 일로 숲에 들어오신 적은 없었어요. 우리 집안은 순교자들의 시대 이래로 줄곧 정직한 사람들과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살아왔단 말입니다. 그런데 내가 브라운 가문에서 처음으로 이 길로 와서..."

    "그런 사람들을 말하다니." 동행자가 그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잘 말했네, 굿맨 브라운! 나는 그 어떤 청교도 집안 못지않게 자네 집안 사정을 잘 알고 있지. 말하기 예사롭지 않아. 치안관이었던 자네 할아버지가 살렘 거리에서 퀘이커 교도 여인을 매섭게 매질을 할 때 내가 도왔었지." '킹 필립 전쟁' 때 인디언 마을을 불태우려고 자네 부친에게 내 집 난로에서 불을 붙인 송진 옹이를 가져다 드린 것도 바로 나였지. 두 분 다 내 좋은 친구였고, 우리는 이 길을 따라 즐겁게 산책하고는, 자정이 넘어서야 유쾌하게 귀가하곤 했었지. 그들을 생각해서도 자네와 친구가 되고 싶네." 굿맨 브라운이 대답했다. 

    "당신 말이 사실이라면, 그분들이 왜 그런 일에 대해 한 번도 입을 열지 않았는지 의아하군요. 아니, 의아할 것도 없지. 그런 소문이 조금이라도 났더라면 그분들은 뉴잉글랜드에서 쫓겨났을 테니까. 우리는 기도와 선행을 중시하는 가문 사람들이니, 그런 사악함은 결코 용납하지 않지요." 구불구불한 지팡이를 든 동행자가 말했다.

     "사악한 짓이든 아니든 간에, 나는 이곳 뉴잉글랜드에서 꽤 폭넓은 인맥을 자랑하네. 수많은 교회의 집사들이 나와 함께 성찬 포도주를 나누었고, 여러 마을의 행정 위원들은 나를 의장으로 추대했으며, 주의회 의원 대다수도 내 일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지. 주 총독 또한 마찬가지고... 하지만 이런 건 국가 기밀이라네."

    "정말 이럴 수가!" 굿맨 브라운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는 동행자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며 외쳤다. "허나 총독이나 주 의회 일은 내 알 바 아닙니다. 그들에게는 그들만의 방식이 있는 법이고, 나 같은 평범한 농부에게 그들이 어떤 기준이 될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만약 당신을 따라 나선다면, 살렘 마을에 계신 그 훌륭한 노인, 우리 목사님을 어떻게 뵐 수 있을까요? 아, 안식일이든 평일 설교일이든 그분의 목소리만 들어도 나는 몸을 떨게 될 텐데!"

    지금껏 진지한 태도로 경청하던 나이 든 동행자는 그 순간 걷잡을 수 없는 웃음을 터뜨렸는데, 몸을 격렬하게 흔들어대는 통에, 마치 뱀을 닮은 그의 지팡이조차 그에 맞춰 꿈틀거리는 듯했다.

    "하하하!" 그가 거듭 소리 내어 웃더니, 이내 마음을 가라앉히고는 말했다. "허허, 계속해 보게나, 굿맨 브라운. 계속해 봐. 하지만 제발, 웃겨서 나를 죽게 하지는 말게!" 

    "그럼, 이쯤에서 딱 잘라 말하죠." 굿맨 브라운이 꽤나 불쾌한 기색으로 대꾸했다. "저에겐 아내 '페이스'가 있거든요. 그녀가 그런 사실을 알면 그 가여운  마음이 산산조각 날 겁니다. 차라리 제 마음이 부서지는 편이 낫죠!"

    "그렇다면," 상대방이 대답했다. "그냥 가던 길이나 가시게, 굿맨 브라운. 우리 앞을 절뚝거리며 걸어가는 저런 늙은 할멈 스무 명을 준다 해도, 나는 '페이스'가 조금이라도 해를 입는 건 원치 않으니까."

    그가 말을 하며 길 위에 있는 한 여인을 지팡이로 가리켰는데, 굿맨 브라운은 그 여인이 아주 경건하고 모범적인 부인임을 알았다. 그녀는 그가 어린 시절 교리 문답을 배우던 스승으로, 목사님이나 구킨 집사와 더불어 여전히 그의 도덕적, 영적 조언자였다.

    "정말 놀라운 일이군. 구디 클로이스가 해질녘에 이토록 깊은 숲 속에 나와 있다니!" 굿맨 브라운이 말했다."하지만 당신에게 실례가 안 된다면, 저 독실한 부인을 뒤로 하고 숲길을 가로질러 가야겠어요. 그분은 당신을 모르니, 내가 누구와 어울려 어디로 가는지 캐물을지도 모르니까 말입니다."

    "그렇게 하세." 동행자가 말했다. "자네는 숲으로 가게. 나는 이 길로 갈 테니."

    그렇게 해서 영맨 브라운은 길을 비켜 주며, 길을 따라 조용히 걸어가는 동행자를 주의 깊게 지켜보았다. 동행자는 마침내 그 노부인에게 지팡이 하나 길이만큼 가까운 거리까지 다가갔다. 한편, 노부인은 그토록 나이가 많음에도 놀라울 정도로 빠른 걸음을 재촉하며, 무언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틀림없이 기도였을 것이다-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러자 그 동행자는 지팡이를 뻗어, 마치 뱀의 꼬리 같은  끝으로 노파의 주름진 목을 건드렸다.

    "이 악마 같으니라구!" 독실한 노부인이 비명을 질렀다.

    "그렇다면 구디 클로이스는 자신의 오랜 친구를 알아보는 거 아냐?" 동행자는 구불구불한 지팡이에 몸을 기댄 채 그녀를 마주하며 말했다.

    "아이구머니, 정말이지, 나리이신가요?" 그 선량한 부인이 외쳤다. "아, 정말이지 틀림없는 나리시군요. 지금 멍청한 녀석의 할아버지, 굿맨 브라운, 제 오랜 벗의 모습과 똑같으시니 말이에요. 그런데- 나리께서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제 빗자루가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지 뭐예요. 아마도 그 괘씸한 마녀 구디 코리가 훔쳐간 게 분명해요. 하필이면 제가 셀러리와 오엽풀, 투구꽃 즙을 온몸에 바르고 있던 바로 그때 말이죠……."

    "고운 밀가루와 갓난아기의 기름을 섞어서 말이지." 늙은 굿맨 브라운의 모습이라는 말을 들은 동행자가 말했다. "아, 나리께서는 그 비법을 잘 알고 계시는군요." 늙은 여인이 낄낄거리며 소리쳤다. "그래서 아까 하던 얘기지만, 모임에 갈 준비는 다 됐는데, 타고 갈 말이 없어 걸어가기로 마음먹었던 거죠. 오늘 밤에 아주 괜찮은 청년 하나가 우리 모임에 새로 들어온다고 해요. 하지만 이제 나리께서 팔을 빌려주신다니, 우리는 눈 깜짝할 사이에 그곳에 도착하겠네요."

    "그럴 수 없오." 동행자가 대답했다. "내 팔을 빌려 줄 수는 없지만, 원한다면 여기 내 지팡이가 있어요."

    그렇게 말하며 그는 지팡이를 그녀의 발치에 던졌는데, 어쩌면 그것은 생명을 얻었을 수도 있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본래의 주인이 이집트 마법사들에게 빌려주었던 지팡이들 가운데 하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젊은 굿맨 브라운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는 놀라 고개를 들었다가 다시 아래를 내려다 보았는데, 그곳에는 구디 클로이스도, 뱀 모양의 지팡이도 보이지 않았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하게 그를 기다리고 있는 동행자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 할머니께서 제게 교리 문답을 가르쳐 주셨죠." 굿맨 브라운이 말했다. 그 단순한 말 속에는 실로 깊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그들은 계속해서 길을 걸어 나아갔다. 연장자인 동행자는 젊은이에게 길을 재촉하며 인내심을 갖고 나아가도록 독려했는데, 그의 말은 어찌나 설득력 있게 들렸던지 마치 그 논리가 말하는 사람의 입이 아닌 듣는 이의 마음속에서 스스로 피어난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길을 가던 그는 지팡이로 삼을 만한 단풍나무 가지 하나를 꺾어 들고는, 저녁 이슬에 젖어 있는 잔 가지와 작은 곁 가지들을 쳐내기 시작했다. 그의 손가락이 그것들에 닿는 순간, 마치 일주일 내내 햇볕을 쬔 것처럼 기이하게도 시들고 말라버렸다. 그렇게 두 사람은 꽤 빠른 걸음으로 걸었으나, 길가의 음산하고 움푹한 곳에 이르자, 굿맨 브라운은 갑자기 나무 그루터기에 주저앉아 더 이상 가지 않겠다고 했다.

    "자," 그가 고집스럽게 말했다. "내 마음은 이미 굳어졌어요. 더 이상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을 거야. 내 생각에 천국으로 가는 줄 알았던 비참한 노파가  악마에게 가버렸다고 한들,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그렇다고 해서 나의 사랑 '페이스'를 버리고 그녀를 따라가야 할 이유라도 있단 말인가요?"

    "머지않아 생각이 달라질 거야." 동행자가 차분하게 말했다. "여기 앉아 잠시 쉬게. 그러다 다시 움직이고 싶으면 내 지팡이가 도움이 될 거야."

    그런 다음 더 이상의 말 없이 젊은이에게 단풍나무 지팡이를 던져주고는, 마치 짙어지는 어둠 속으로 홀연히 사라지기라도 한 듯 순식간에 시야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영맨 브라운은 잠시 길가에 앉아 스스로를 대견하게 생각했다. 아침 산책길에 목사님을 마주쳐도 떳떳한 양심으로 대할 수 있을 것이며, 선량한 구킨 집사님 앞에서도 결코 움츠러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였다. 본래는 사악한 짓을 하고 보내려 했으나 이제는 '페이스'의 품 안에서 순수하고 감미롭게 보내게 될 그날 밤 누리게 될 평온한 잠은 과연 어떤 것일까! 그처럼 기분 좋은 생각에 잠겨 있던 굿맨 브라운은 길 위에서 말 발굽 소리가 들려오자 숲가에 몸을 숨기기로 했다. 다행히도 지금 그 나쁜 의도에서 벗어났지만, 애초에 그를 이곳으로 이끌었던 것은 바로 그 악행이 목적이었음을 스스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말 발굽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며 다가오는 점잖은 노인들의 목소리였다. 그 소리들은 그가 몸을 숨긴 곳에서 불과 몇 야드 떨어진 길을 따라 지나가는 듯했으나, 분명 그 지점에 짙게 깔린 어둠 탓에 그들과 그들이 탄 말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들의 모습이 길가에 늘어진 작은 나뭇가지들을 스치고 지나갔지만, 그 나뭇가지 사이들을 비쳐 나오는  희미한 빛줄기를 단 한순간이라도 가리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굿맨 브라운은 몸을 웅크렸다가 까치발 딛기를 반복하며 나뭇가지를 헤치고 가능한 한 힘껏 고개를 내밀어 보았으나, 아무런 그림자조차 발견할 수 없었다. 그를 더욱 괴롭힌 것은,  맹세라도 할 만큼 확실한 귀에 익숙한 목소리들이었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들은 목사와 구킨 집사였는데, 그들은 평소 목사 임직식이나 교회 회의에 참석하러 갈 때면 늘 그러하듯 조용히 말을 타고 갔다. 아직 소리가 들릴 만한 거리에 있을 때, 그중 한 사람이 채찍으로 쓸 나뭇가지를 꺾으려고 말을 멈춰 세웠다.

    "목사님," 집사의 목소리 같은 음성이 들려왔다. "저는 목사 임직 축하 만찬을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오늘 밤 모임만은 꼭 참석하고 싶습니다. 듣자 하니 우리 신도들 중 일부는 팰머스나 그 너머 먼 곳에서, 또 다른 이들은 코네티컷과 로드아일랜드로부터 온다고 합니다. 게다가 인디언 주술사도 몇 명 참석하는데,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우리 중 내로라 하는 사람들 못지않게 악마적인 술수에 능통한 자들이지요. 무엇보다도, 어여쁜 젊은 여인이  우리 신도 공동체에 새로이 들어올 예정이기도 합니다."

    "아주 좋습니다, 구킨 집사님!" 목사의 엄숙하고 노련한 목소리가 들렸다. "말을 재촉하십시오. 그러지 않으면 늦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제가 도착해야 뭐든지 시작할 수 있으니까요."

    말 발굽 소리가 다시 요란하게 울려 퍼졌고, 허공 속에서 기이하게 들려오던 목소리들은 숲속으로 멀어져 갔다. 그곳은 교회가 세워진 적도, 기독교인이 기도를 올린 적도 없는 숲이었다. 그렇다면 이 거룩한 이들은 이교도의 황무지인 그 깊은 곳에서, 도대체 어디로 향하고 있었던 것일까?  젊은 굿맨 브라운은 가슴을 짓누르는 무거운 병증으로 현기증을 느껴, 그만 땅바닥으로 쓰러질 것만 같아 나무를 붙잡고 몸을 지탱했다. 그는 과연 머리 위에 천국이 존재하기는 하는 것인지 의심하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푸른 하늘에는 별들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머리 위에는 하늘이, 가슴속에는 믿음이 있으니, 나는 악마에 맞서 굳건히 버텨내리라!" 굿맨 브라운이 외쳤다.

    그가 여전히 깊고 둥근 하늘을 올려다보며 기도를 드리려고 두 손을 들어 올렸을 때, 바람이 불지 않았으나 구름 한 점이 머리 위를 빠르게 가로질러 가며 점점 밝아지던 별들을 가려버렸다. 검은 구름 덩어리가 북쪽으로 빠르게 지나가고 있던 바로 그의 머리 위를 제외하고는, 하늘은 여전히 푸르렀다. 그때 공중 높은 곳, 마치 구름 속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듯 소란하고 의구심이 드는 목소리들이 울려 퍼졌다. 그 순간, 그는 그 소리들 속에서 자신이 사는 마을 사람들의 말투가 있는 것 같았다. 그 목소리들 중에는 성찬식에서 마주쳤던 경건한 이들도 있었고, 선술집에서 방탕하게 어울려 놀던 이들도 섞여 있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소리가 워낙 불분명했던 탓에, 그 목소리들이 바람 한 점 없이 속삭이는 오래된 숲의 웅성거림에 불과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그때 살렘 마을의 밝은 햇살 아래서 매일 듣던 익숙한 음성들이 한층 더 거세게 울려 퍼졌는데, 밤의 어둠 속에서 이런 소리가 들린 것은 지금까지 없었던 일이었다. 그중에는 한 젊은 여인의 목소리도 섞여 있었다. 어딘가 슬픈, 애달픈 탄식조의 그 목소리는 은혜를 빌고 있었는데, 정작 그 은혜를 얻게 된다면 오히려 슬퍼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수많은 무리가 -성도와 죄인을 막론하고- 마치 그녀가 앞으로 나서도록 부추기는 듯했다.

    "페이스!" 굿맨 브라운이 고통과 절망이 서린 목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숲이, 마치 길을 잃고 헤매는 가련한 영혼들이 광야 곳곳에서 그녀를 애타게 찾는 듯이 "페이스! 페이스!" 하며 조롱하듯, 메아리쳤다.

    불행한 남편 굿맨 브라운이 대답을 기다리며 숨을 죽이고 있을 때, 슬픔과 분노, 그리고 공포가 뒤섞인 울부짖음이  밤 공기를 날카롭게 가르고 있었다. 비명 소리가 들려왔으나 곧이어 더 거세게 일어난 웅성거림에 묻혀 버렸고, 이내 멀리서 들려오는 웃음소리로 그 비명은 잦아들었다. 그 사이 어두운 구름이 걷히면서 굿맨 브라운의 머리 위로는 맑고 고요한 하늘이 드러났다. 그러나 무언가가 공중에서 가볍게 너울거리며 내려오더니 나뭇가지에 걸렸다. 그가 그것을 낚아채어 보니, 분홍색 리본이었다.

    "나의 '페이스'가 사라져 버렸어!" 멍하니 넋을 잃고 있던 그가 외쳤다. "이 세상에 선이란 없으며, 죄란 그저 이름뿐이야. 오라, 악마여! 이 세상은 이제 네게 주어졌으니."

    절망으로 미칠 듯한 심정이 되어 큰 소리로 긴 웃음을 터뜨린 굿맨 브라운은 지팡이를 움켜쥐고 다시 길을 나섰는데,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숲 길을 걷거나 달린다기보다는 마치 날아가는 듯했다. 길은 갈수록 거칠고 황량해지더니 마침내 자취를 감추었고, 그는 어두운 숲 한복판에 홀로 서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인간을 악으로 이끄는 본능으로 여전히 앞을 향해 질주하고 있었다. 숲 전체가 공포스러운 소리들로 가득 차 있었다. 나무들이 삐걱거리는 소리, 야수의 울부짖음, 그리고 인디언들의 고함 소리가 울려 퍼졌고, 바람은 때로는 멀리서 들려오는 교회 종소리처럼 울렸다. 때로는 마치 대자연 전체가 그를 비웃기라도 하듯 거세게 포효했다. 그러나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가장 끔찍한 존재는 바로 그 자신이었기에, 그는 그 같은 두려움에 결코 움츠러들지 않았다.

    "하하하!" 그는 바람이 자신을 비웃듯 소리를 내자, 그에 맞서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누가 더 크게 웃는지 한번 겨뤄 보자! 네놈들의 그 악마 같은 짓거리로 나를 겁주려 하지 마라! 마녀든 마법사든, 인디언 주술사든, 악마 그놈이든 다 덤벼 봐라! 여기 굿맨 브라운이 있다. 내가 너희를 두려워하는 만큼, 너희 또한 나를 두려워할 것이다!"

    사실, 그 기괴한 숲 전체를 통틀어 굿맨 브라운의 모습보다 더 섬뜩한 것은 없었을 것이다. 그는 검은 소나무 숲 사이를, 지팡이를 휘두르며 미친 듯이 뛰어갔다. 때로는 끔찍한 신성 모독의 말을 내뱉고, 때로는 마치 악마들이 따라 웃는 듯, 숲의 메아리마저 함께 웃게 만드는 그런 웃음소리를 터뜨렸다. 악마가 본래의 형상으로 나타날 때보다, 인간의 가슴속에서 날뛸 때가 훨씬 더 끔찍한 법이다. 악마에 홀린 듯한 그는 그렇게 질주를 계속하다가, 나무들 사이로 일렁이는 붉은 불빛을 보았다. 마치  벌목한  나무와 가지들을 한밤중에 태울 때 뿜어져 나오는 불길이 섬뜩한 빛을 내며 하늘로 치솟는 듯한 불빛이었다. 그는 자신을 거칠게 몰아치던 폭풍이 잠시 잦아든 틈을 타 걸음을 멈추었고, 멀리 수많은 목소리가 묵직하게 울려 퍼지는 찬송가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그 선율을 알고 있었다. 마을 예배당 성가대에서 익히 들어왔던 친숙한 곡조였다. 찬송가 소리는 잦아들었으나, 이내 사람들의 목소리가 아닌 어둠에 잠긴 황야의 온갖 소리들이 빚어내는 합창이 기이하고도 장엄한 조화를 이루며 울려 퍼졌다. 굿맨 브라운은 비명을 질렀으나, 그 소리는 황야의 울부짖음에 섞여, 정작 자신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그는 빛이 시야에 들어올 때까지 정적 속에서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갔다. 어두운 숲이 장벽을 이루어 둘러싼 공터 한쪽 끝에 바위 하나가 솟아 있었는데, 그 모양은 투박하나 제단이나 설교단을 연상케 했다. 바위 주변에는 네 그루의 소나무가 불타고 있었는데, 마치 저녁 집회의 촛불처럼 나무 밑둥은 온전한 채 그 꼭대기에서만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바위를 뒤덮고 있던 무성한 잎사귀들도 온통 불길에 휩싸여 밤하늘 높이 타오르며, 공터 전체를 비추었다. 아래로 늘어진 나뭇가지와 잎사귀 하나하나가 불길에 휩싸여 있었다. 붉은 불빛이 일렁임에 따라 수많은 군중이 모습을 드러냈다가 다시 그림자 속으로 사라지기를 반복하더니, 마치 어둠 속에서 불쑥 솟아나듯 순식간에 나타나 고요한 숲 한복판을 가득 메웠다.

    "검은 옷을 입은 엄숙한 무리로군!" 굿맨 브라운이 말했다.

    실제로 그들은 그러했다. 어둠과 눈부심 사이를 오가는 그들 가운데에는, 이튿날이면 주 평의회 석상에서 보게 될 얼굴들도 있었고, 또 안식일이면 나라 안에서 가장 성스러운 강단에 서서 경건하게 하늘을 우러르며 사람들로 가득 찬 신도 석을 인자하게 굽어보던 이들의 얼굴도 있었다. 일설에 따르면, 그곳에는 총독 부인도 있었다고 한다. 그곳에는 그녀에게 친숙한 귀부인들, 존경 받는 남편을 둔 아내들, 수많은 과부와 노처녀들 등 평판이 훌륭한 이들이 모여 있었고, 어머니에게 들킬까 봐 전전긍긍하는 어여쁜 처녀들도 있었다. 어둑한 들판 위로 갑작스레 번뜩이는 불빛 때문에 굿맨 브라운의 눈이 현혹되었거나, 아니면 그의 남다른 경건함으로 인해 유명한 살렘 마을 교회 교인 수십 명을 알아본 것이다. 존경받는 성인이자 목회자인 목사 곁에는 이미 구킨 집사가 도착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러나 엄숙하고 평판이 좋으며 경건한 사람들과 -교회의 장로들, 정숙한 부인들, 그리고 순결한 처녀들- 불경스럽게도 한데 어울려 있는 사람들 중에는 방탕한 삶을 사는 남자들과 평판이 좋지 않은 여자들, 온갖 비열하고 추잡한 악덕에 빠져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의심까지 받는 무리도 섞여 있었다. 선한 이들이 악한 사람들을 피하지 않고, 죄인들 또한 성인들 앞에서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은 기이하게 보였다. 창백한 얼굴의 적들(백인들) 사이에는 인디언 사제들 즉, '파우와우'들도 섞여 있었는데, 그들은 영국 마술에서 알려진 그 어떤 주문보다도 더 끔찍한 주문으로 굿맨 브라운의 고향 숲을 자주 공포에 떨게 하던 자들이었다.

    "그런데 페이스는 어디 있지?" 굿맨 브라운은 생각했다. 그리고 가슴속에 희망이 피어오르자 그는 몸을 떨었다.

    찬송가의 또 다른 절이 울려 퍼졌다. 경건한 이들이 즐겨 부르는 느리고 애잔한 선율이었으나, 그 가사는 인간의 본성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죄악을 담고 있었으며, 그보다 훨씬 더한 무엇인가를 어둡게 암시하고 있었다. 필멸의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헤아릴 수 없는 악마들에 관한 내용이었다. 찬송가의 절이 거듭되는 동안, 거대한 오르간의 깊은 울림처럼 황야가 부르는 합창이 사이사이로 웅장하게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 무시무시한 찬송가의 마지막 울림과 함께, 마치 거센 바람과 급류, 짐승의 울부짖음, 그리고 황야의 온갖 거친 소리가 죄 많은 인간의 목소리와 한데 어우러져 만물의 군주에게 경배를 드리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활활 타오르는 네 그루의 소나무가 불길을 더 높이 뿜어 올리자, 불경한 무리 위로 피어오르는 연기 속에 기괴하고도 끔찍한 형상과 얼굴들이 어렴풋이 드러났다. 바로 그 순간, 바위 위의 불길이 붉게 솟구치며 빛나는 아치를 이루었고, 그 아래로 한 인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경건한 마음으로 말하건대, 그 인물의 복장과 태도는 뉴잉글랜드 교회의 엄숙한 성직자와 놀라울 정도로 흡사했다.

   "개종한 자들은 앞으로 나오라!" 라고 외치는 목소리가 들판에 울려 퍼져 숲속으로 번져 나갔다.

    그 말이 떨어지자 굿맨 브라운은 나무 그늘에서 걸어 나와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는 자신의 마음속에 깃든 온갖 사악함이 그들과 다름없다는, 혐오스러운 동질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마치 죽은 자신의 아버지가 연기가 만든 구름 속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앞으로 나오라고 손짓하는 듯한 환영을 보았고, 동시에 절망적인 표정의 한 여인이 손을 뻗어 그에게 물러나라고 경고하는 모습도 보았는데, 이는 실제라고 맹세할 수 있을 만큼 생생했다.

    그 모습은 그의 어머니였을까? 그러나 목사와 선량한 구킨 집사가 그의 팔을 잡아 불길이 치솟는 바위 앞으로 끌고 갈 때, 그는 한 걸음도 뒷걸음칠 수 없었고 생각으로조차도 저항할 수 없었다. 그곳에는 또한 베일을 쓴 가냘픈 여인의 모습도 보였는데, 그녀는 경건한 교리 문답 교사인 구디 클로이스와 악마로부터 지옥의 여왕이 되겠다는 약속을 받은 마사 캐리어의 인도를 받고 있었다. 마사 캐리어야말로 광포한 마녀였다! 불길의 장막 아래에는 기독교를 받아들인 새로운 신도들이 서 있었다.

    "어서 오라, 나의 아이들아." 검은 몸체가 말했다. "너희 종족의 공동체에 온 것을 환영하노라! 너희는 그토록 어린 나이에 너희의 본성과 운명을 깨달았구나. 자, 뒤를 돌아보라."

    새 신도들이 몸을 돌리자, 음산한 미소가 번뜩이는  악마 숭배자 같은 사람들의 모습이 불빛 속에 드러났다.

    "저기," 검은 몸체가 말을 이었다. "너희들이 젊은 시절부터 경외해 온 이들이 모두 있노라. 너희들은 그들을 그대들보다 더 거룩한 존재로 여겼고, 의로운 삶과 하늘을 향한 기도의 열망을 그들의 모습에서 보며 자신의 죄를 부끄러워했지. 그러나 보라, 그들 모두가 바로 나의 이 예배 모임에 와 있지 않은가! 오늘 밤 너희들은 저들의 은밀한 행각을 알게 될 것이다. 교회 원로들이 백발이 성성한 수염을 쓰다듬으며 집안의 젊은 하녀들에게 음란한 속삭임을 건네던 일, 과부의 상복喪服을 간절히 바라던 아내가 잠자리에 든 남편에게 음료를 먹여 자신의 품 안에서 영원한 잠에 들게 했던 일, 수염도 채 나지 않은 청년들이 아버지의 재산을 서둘러 물려받으려 했던 일, 그리고 어여쁜 처녀들이 -사랑스러운 이들이여, 부끄러워할 것 없다- 정원에 작은 무덤을 파고는 갓난 아기의 장례식에 나를 유일한 조문객으로 초대했던 일들을 말하노라. 너희들은 교회든 침실이든 거리든 들판이든 숲 속이든 범죄가 저질러진 모든 곳을 샅샅이 찾아낼 것이며, 온 세상이 죄의 얼룩인 거대한 핏자국으로 뒤덮인 모습을 보며 환희에 젖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다! 너희들은 모든 사람의 가슴속 깊이 자리한 죄, 온갖 사악한 행위의 원천을 꿰뚫어 보게 될 것이다. 그것은 인간이 행동으로 모두 드러낼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악한 충동을 끊임없이 뿜어내는 샘이기 때문이다. 자, 이제 내 아이들아, 서로를 바라보라."

    그의 말에 따라 그들은 서로를 보았다. 그리고 지옥의 불길로 타오르는 횃불의 불꽃 속에서, 그 비참한 남자는 아내  '페이스'를, 그리고 아내는 그를  보았다. 두 사람은 그 불온한 제단 앞에서 떨고 있었다.

    "보라, 내 아이들아." 검은 몸체는 깊고 엄숙하며, 절망적인 위엄 속에서도 어딘가 슬픔이 어린 어조로 말했다. 마치 한때 천사였던 그의 본성이, 비참한 인간 종족을 위해 여전히 애도하는 듯했다. "너희들은 미덕이 다만 꿈에 불과한 것은 아니었으면 했지! 이제야 환상에서 깨어났구나! 악이야말로 인간의 본성이다. 악만이 너희의 유일한 행복임 틀림없다. 너희 종족의 일원이 된 것을 다시금 환영하노라, 내 아이들이어!"

    "환영합니다!" 악마 숭배자가 되어 버린 살렘 마을 사람들이 절망과 승리가 하나가 된 외침을 되풀이했다.

    그곳에 두 사람이 서 있었다. 이 어두운 세상에서 아직은 악의 문턱에 서서 망설이고 있는 유일한 한 쌍인 듯했다. 바위에는 움푹 파인 곳이 있었다. 그 안의 붉은 물은 불빛을 받아 붉었을까, 아니면 피였을까?  '검은 형체'는 그곳에 손을 담그고 그들의 이마에 세례의 표식을 할 준비를 했다. 남편은 창백한 얼굴의 아내를 보았고, 아내인 '페이스' 역시 그를 바라보았다. 자신들이 드러낸 것과 목격한 것에  똑같이 몸서리치며, 이제 그들은 비참하고 타락한 모습을 서로 보게 될 터였다.

    "페이스! 페이스!" 남편이 외쳤다. "하늘을 우러러보고 악한 자에게 맞서시오!"

    그녀가 그의 말을 따랐는지는 알 수 없었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는 고요한 밤의 적막 속에 홀로 남겨져, 숲 사이로 무겁게 잦아드는 거센 바람 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는 비틀거리며 바위에 몸을 기댔는데, 바위는 차갑고 축축했다. 그 사이 불길에 휩싸였던 나뭇가지 하나가 그의 뺨 위로 아주 차가운 이슬을 흩뿌렸다.

    다음 날 아침, 젊은 굿맨 브라운은 마치 얼이 빠진 사람처럼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살렘 마을 거리로 천천히 걸어 나왔다. 인자한 노 목사는 아침 식사 전 입맛도 돋우고 설교 내용도 구상할 겸 묘지 옆길을 산책하다가, 지나가던 굿맨 브라운을 보고  축복의 말을 건넸다. 굿맨 브라운은 마치 저주를 피하려는 듯 그 존경받는 성자로부터 몸을 움츠리며 물러섰다. 늙은 구킨 집사는 가정 예배를 드리고 있었고, 열린 창문을 통해 그의 경건한 기도 소리가 흘러나왔다. "저 마법사는 도대체 어떤 신에게 기도하는 것인가?" 굿맨 브라운이 중얼거렸다. 훌륭한 노부인 구디 클로이스는 아침 햇살 속 창가에 서서, 아침 우유병을 가져온 어린 소녀에게 교리 문답을 가르치고 있었다. 굿맨 브라운은 마치 악마의 손아귀에서라도 구출하듯, 그 아이를 낚아채어 도망치듯 그 자리를 벗어났다. 예배당 옆 모퉁이를 돌던 그는 분홍색 리본을 단 아내  '페이스'의 머리가 초조한 듯 밖을 내다보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를 보자 그녀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거리로 달려 나와, 온 마을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남편에게 거의 입을 맞출 듯이 다가갔다. 그러나 굿맨 브라운은 엄하고도 슬픈 표정으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볼 뿐, 아무런 인사도 건네지 않은 채 지나쳤다.

     굿맨 브라운은 숲속에서 잠이 들어, 마녀들의 모임에 관한 괴이한 꿈을 꾸었던 것일까?

    그렇다면 그랬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아, 슬프게도 그것은 젊은 굿맨 브라운에게 불길한 징조를 담은 꿈이었다. 그 두려운 꿈을 꾼 날 밤 이후로 그는 심각하고  슬퍼하며, 어두운 상념에 잠긴 채 불신과 절망에 사로잡힌 사람이 되어 버렸다. 안식일에 회중이 거룩한 찬송가를 부를 때면, 그는 그 노래를 들을 수 없었다. 요란한 죄악의 노래가 귓가로 밀려들어, 그 복된 찬송을 모두 삼켜버렸기 때문이다. 목사가 강단에 서서 펼쳐진 성경 위에 손을 얹고, 힘차고 열정적인 웅변으로 우리 종교의 신성한 진리와 성인 같은 삶, 승리의 죽음, 그리고 말로 다 할 수 없는 내세의 복락이나 고통에 대해 설교할 때면, 굿맨 브라운은 얼굴이 창백해지곤 했다. 그는 혹여나 지붕이 무너져 내려 그 백발의 신성 모독자와 회중을 덮치지는 않을까 두려웠던 것이다. 그는 종종 한밤중에 갑작스레 잠에서 깨어나면 아내 '페이스'의 품을 피하려 했고, 아침이나 저녁에 가족이 무릎을 꿇고 기도할 때면 눈살을 찌푸리며 혼잣말을 중얼거리고는, 아내를 매서운 눈길로 쏘아보다가 고개를 돌려버리곤 했다. 

    세월이 흘러 그가 백발의 시신이 되어 무덤으로 향할 때, 늙은 아내 '페이스'와 자녀, 손주들로 이루어진 훌륭한 행렬, 그리고 적지 않은 이웃들이 그 뒤를 따랐으나, 그의 묘비에는 희망을 담은 글귀가 새겨지지 않았다. 그의 임종 순간은 암울했기 때문이다.(C)

번역: 박흥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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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니엘 호돈: 주홍 글씨 참조.

✍️ Translator’s Note (역자의 말)

"호손 특유의 17세기 뉴잉글랜드 청교도적 분위기와 고풍스럽고 어두운 어조를 한국어로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숲속이라는 상징적 공간이 주는 기괴함과 브라운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의구심을 표현하기 위해 무겁고 침착한 어조를 유지했으며, 상징적인 어휘들을 꼼꼼하게 살려 번역했습니다."

📚 Brief Literary Commentary (작품 해설)

"『영 굿맨 브라운』은 인간 내면에 숨겨진 도덕적 위선과 악의 존재를 어두운 알레고리로 탐구한 단편입니다. 세일럼 마녀 재판의 역사적 배경과 맞물려, 밤의 어두운 숲으로 들어간 브라운의 여정은 타인에 대한 신뢰와 순수성을 상실해가는 인간의 비극을 보여줍니다. 호손은 겉으로는 거룩하나 속으로는 어두운 본성을 지닌 인간 사회의 이중성을 날카롭게 꼬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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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살롬 압살롬

 
    압살롬 압살롬

   Absalom Absalom

             by
   William Faulkner
       <Synop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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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 타인의 약점은 바로 자신의 약점이며 타인에 대한 박해는 결국 자신에 대한 박해라는 주제를 다룬 비극적인 이야기.

등장 인물 :
토마스 섯펜Thomas Sutpen:
    미시시피 제퍼슨 인근 요크나파토파읍 소재 헌드레드 농장 주. 부인 엘렌 콜드필드. 헨리, 쥬디스, 클라이티 섯펜, 챨스 본 등의 자손을 둠. 예리하고 대담하며 불굴의 남자이나 타인에 대한 배려와 연민을 결여한 사람. 워시 존스에게 살해당함.

챨스 본Charles Bon:
    토마스 섯펜과 부인 율라리아 본 사이의 아들. 율라리아는 토마스 섯펜이 젊은 시절 감독으로 있던 농장주의 딸로 흑인의 피가 섞인 여인. 이를 안 토마스는 부인과 아들을 버린다. 율라리아는 아들 챨스를 데리고 뉴올리언스로 이주하며, 그곳에서 자란 챨스는 1859년 미시시피 주립대학에 입학한다. 단순하고 세련된 젊은이.

엘렌 콜드필드 섯펜Ellen Coldfield Sutpen:
    토마스 섯펜의 두 번째 부인으로 헨리와 쥬디스의 친모.

로사 콜드필드Rosa Coldfield:
    엘렌 콜드필드의 여동생. 헨리와 쥬디스의 이모. 언니가 사망한 후 잠깐 토마스 섯펜과 부부관계를 맺으나 그로부터 모욕을 당한 후 떠남. 토마스에 대한 미움과 분노로 인해 독신으로 여생을 보냄.

콜드필드Mr. Coldfield:
    감리교 상인. 엘렌과 로사의 부친.

헨리 섯펜Henry Sutpen:
    토마스 섯펜과 엘렌 사이의 아들. 토마스 섯펜의 헌드레드 농장에서 성장. 1859년 미시시피 주립대학에 진학. 그곳에서 챨스 본을 만나 친구가 됨. 후에 그를 살해함. 선량하고 낭만적인 젊은이.

쥬디스 섯펜Judith Sutpen:
    토마스 섯펜과 엘렌 사이의 딸. 토마스 섯펜의 헌드레드에서 성장. 1860년 챨스 본과 약혼. 아버지를 닮아 강인하고 민첩한 행동의 여인.

클라이팀니스트라 섯펜Clytemnestra Sutpen ("Clytie"):
    닉넴임 “클라이티”. 토마스 섯펜과 노예 여인 사이의 딸. 헌드레드 농장에서 쥬디스와 헨리의 하녀로 성장함. 1910년 농장의 화재로 불에 타 죽음.

와시 존스Wash Jones:
    섯펜의 농장에 딸린 버려진 어막에 사는 하층민. 밀리의 할아버지. 토마스 섯펜을 살해한다.

밀리 존스Milly Jones:
    와시 존스의 손녀. 열다섯 살에 토마스 섯펜의 아이를 출산, 아이와 함께 살해당함.

챨스 에티엔느Charles Etienne de St. Valery Bon:
    챨스 본과 흑인 혼혈 부인 사이의 아들. 1871년 클라이티가 헌드레드 농장으로 데려옴. 격정적이고 폭력적인 남자로 성장함.

짐 본드Jim Bond:
    챨스 에티엔느와 흑인 부인 사이의 아들. 헌드레드 농장에서 클라이티가 양육함. 1910년 농장 화재 후 실종됨. 항상 입을 벌리고 있는 멍청한 남자.

쿠엔틴 콤프슨Quentin Compson:
    미시시피 제퍼슨 출신의 젊은이. 20세기 초에 하버드 대학에 진학한 젊은이.

콤프슨 장군General Compson:
    쿠엔틴의 조부. 토마스 섯펜이 요크나파토파에서 처음 사귄 친구. 남북전쟁 시 장군으로 참전함. 제퍼슨 시 저명 인사.

콤프슨Mr. Compson:
    쿠엔틴의 부친. 콤프슨 장군의 아들. 인간의 삶을 파괴하는 운명의 힘을 믿는 남자. 그가 아버지로부터 들은 토마스 섯펜에 관한 이야기를 아들 쿠엔틴에게 전함.

슈레브Shreve:
    쿠엔틴의 하버드 대학 룸메이트. 캐나다 앨버타 에드먼튼 출신의 젊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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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1909년, 미시시피주 제퍼슨 인근 요크나파토파읍. 쿠엔틴은 로사 콜드필드라는 노부인으로부터 만나자는 서신을 받는다. 그날 오후에 만나, 자신과 자신의 가정이 어떻게 파괴되었는지 이야기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제퍼슨의 저명 가문의 자손인 쿠엔틴은--쿠엔틴의 조부는 남북전쟁 당시 남군의 장군이었다-- 왜 그녀가 자신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지 궁금하여 아버지에게 묻는다. 아버지 콤프슨 씨 말에 따르면 로사는, 토마스 섯펜이라는 사람을 그녀와 그녀의 가정을 파괴한 악마로 여기고 있으며, 그녀의 사연에는 토마스의 친구인 쿠엔틴의 조부 즉 콤프슨 씨의 아버지가 관련되어 있다고 했다.

쿠엔틴은 로사 콜드필드의 집으로 갔다. 그들은 그녀가 “사무실”이라고 부르는 곰팡내 나는, 셔터가 내려진 채 한 줄기 희미한 햇살이 스며드는 방에서 마주 앉는다. 그녀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녀는 그가 하버드 대학 입학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고, 만일 그가 문학적인 야망이 있다면, 어느 날엔가 그녀의 말이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녀의 말을 경청한다면, 왜 전쟁에서 남부가 패했는지 알 수 있을 것임을 쿠엔틴은 깨닫는다. 바로 남부가 힘과 용기만 있지 타인에 대한 연민이나 동정심이라고는 전혀 없는 토마스 섯펜 같은 자들의 수중에 있었기 때문이라는 걸 쿠엔틴은 금방 알았챘다. 미스 로사(그녀는 노부인이나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한이 맺힌 쓰디쓴 어조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녀는 토마스 섯펜 때문에 지난 40년을 분노 속에서 살았다고 했다. 1833년 과거가 불명한 악당 토마스 섯펜이 말한 필, 권총 두 자루 그리고 몇 명의 노예와 프랑스인 건축가 한 사람을 데리고 제퍼슨 마을에 왔다고 했다. 그는 강철 같은 의지력으로 자신의 설계에 따라 재판소 크기의 거대한 저택을 지은 다음 "섯펜의 헌드레드" 라고 이름지었다. 토마스 자신도 노예나 다름없는 처지였지만, 그는 "노예들 간 격투"로 불린 행사와 어린 소녀들에게 말하기 어려운 민망한 일들을 꾸며 자신의 저택으로 사람들을 불러들였다. 존경에 목이 말랐던 그는 로사가 태어나기도 전에 그녀의 언니인 엘렌 콜드필드와 결혼을 하였다. 그녀는 현지 감리교 상인의 딸이었다. 토마스는 1839년에 아들 헨리를 얻었고, 일 년 뒤 딸 쥬디스가 태어났으나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그의 사납고 거친 성격에는 걸 맞는 일이 아니었다. 어느 날 밤 엘렌은 피에 굶주린 사람들과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흑인 한 사람과 격투를 벌이는 남편을 보았다. 헨리가 놀라서 울고 있었다. 쥬디스는 꼬마 흑인 소녀와 함께 어른들 사이를 비집고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흐트러짐이 없는 냉정한 태도였다. 쥬디스는 아빠의 기질을 닮은 듯했다. 토마스 섯펜의 마차가 교회 앞을 소란스럽게 지나가자 목사가 불평을 하며 마차를 세웠고, 마차가 서자 이를 못 참은 여섯 살의 쥬디스가 인사불성이 되도록 울어댄 적이 있었다.

로사 부인의 이야기 가운데 뒷 부분은 이렇다 할 내용이 없었는데, 토마스 섯펜과 그의 아들 헨리가 남북전쟁에 참전하였다는 사실, 엘렌이 죽을 때 딸 쥬디스보다 나이가 어린 여동생 로사에게 쥬디스를 잘 보살필 것을 당부한 것 등이다. 이 당부에 대해 로사는 아이들의 보호는 바로 아이들 자신에게 있다고 대답했다. 이러한 이야기들 이외에 별달리 상세한 이야기가 없었는데, 다만 로사가 몇 번이고 되풀이 한 말은 쥬디스의 결혼식 바로 전날, 헨리가 섯펜의 저택 앞에서 그녀의 약혼자를 살해했다는 사실이다.

제2장
쿠엔틴과 로사가 토마스 섯펜의 농장으로 출발하기 전, 콤프슨 씨는 쿠엔틴에게 제퍼슨 시절의 토마스 섯펜에 관한 일들을 상세히 말했다. 그의 말은 다음과 같았다.

1833년 어느 여름날 아침, 스물다섯의 젊은 토마스 섯펜은 마치 열병을 앓은 듯 중병을 정신력으로 이겨낸 자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권총 두 자루와 말 한 마리가 전부인 빈털터리로 홀스턴 여인숙에 여장을 풀었다. 모든 사람들이 그를 주목했다. 매일 아침 해가 뜨기 전에 자리에서 일어나면, 그는 문을 잠그고 어디론가 말을 타고 갔다. 그런 식으로 그는 의문투성이었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마을 남자들이 알 수 있는 기회도 없었다. 그는 그들과 술 한잔 나눈 적이 없었고(토마스 섯펜은 그럴만한 돈도 없었음을 쿠엔틴의 할아버지가 나중에 알았다), 뭔가 물어봐도 묵묵부답이었다. 분명한 사실은 그가 어떤 다급한 일로 지쳐있었다는 점이다. 왜, 무슨 일로 그가 지쳐 있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으나, 어쨌든 그는 인디언 부족으로부터 일백평방마일의 처녀지를 사들였고, 그의 마지막 밑천이었던 스페인 금화로 땅 값을 지불했다. 그런 후 두 달 동안 행방이 묘연했다가, 흙으로 뒤범벅을 한 노예 몇 명과 프랑스인 건축가 한 사람을 데리고 돌아왔다.

그 후 바로 토마스 섯펜이 데리고 온 사나운 노예들에 관한 전설 같은 이야기들이 점점 퍼지기 시작했는데, 거친 황야에서 토마스가 사냥을 하면서 그 노예들을 사냥개 몰아붙이듯 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토마스와 그의 노예들은 프랑스어 사투리로 의사소통을 했지만, 마을 사람들은 알 수 없는 나라의 수수께끼 같은 말이라고 했다. 다음 2년간은, 그 프랑스인 건축가의 도움을 받아 토마스와 노예들은 진흙탕 속에서 벌거벗은 채 흙으로 집을 짓기 시작했다. 일은 더뎠고 토마스 역시 벌거벗은 몸으로 일을 했는데, 옷은 위엄있는 자리를 위한 것임으로 아껴야 했기 때문이었다. 비록 문짝도 없고 페인트 칠도 못한 채였으나 마침내 건물이 완성이 되었다. 다음 3년간은 토마스가 곤궁한 처지에 처하게 되었는데, 다만 콤프슨 장군으로부터 목화씨를 빌려 목화밭을 일구기 시작했고, 장군은 그 의도를 물었고 마을 사람들도 의아해 했다. 토마스는 사냥을 위해, 술을 마시기 위해, 노름을 하려고 아니면 노예들의 격투를 보여주기 위해 그의 집으로 사람들을 떼로 불러들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마을 여인들은 그의 이 같은 짓은 아내감을 찾기 위한 행동이라고 보았다.

3년째가 끝나가던 어느 일요일 아침 토마스는, 그가 제퍼슨 시에 처음 나타날 때 입었던 옷을 입고 마을 교회의 예배에 참가했다. 사람들이 놀란 건 당연했다. 감리교도이며 중류층 상인으로 그에게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콜드필드 씨의 딸 엘렌에게 그는 관심이 있는 듯했다. 토마스는 엘렌의 아버지 환심을 사려고 전력을 기울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다시 사라졌다. 그는 곧 그의 저택에 비치할 가구며 창문용 유리판을 마차 가득 싣고 왔다. 그는 마을 사람들의 적대감 속으로 다시 돌아온 것으로, 마침내 마을 사람들은 그와 피할 수 없는 관계를 맺어 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더구나 그가 범죄 또는 폭력적인 방법으로 그러한 재물을 손에 넣었으리라고 했다. 마침내 마을 사람들은 보안관을 선두로 그를 찾아 나섰다.

그들은 마주 오던 토마스를 중도에서 만났다. 그는 말을 타고 마을로 갔고 사람들은 그의 뒤를 따랐고, 그는 홀스톤 여인숙에 방을 잡았다. 그는 새 모자를 쓰고 방에서 나왔고,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모여든 사람들은(장군의 말에 따르면 한 오십 명은 되었을 거라고 했다), 토마스가 꽃다발을 한손으로 들고 광장을 지나 콜드필드 씨의 집으로 들어가는 걸 지켜보았다. 한참 후 토마스는 빈손으로 나왔는데 사람들은 눈치를 못 챘으나 그는 약혼을 하고 나왔던 것이다. 사람들은 그를 붙잡았고 그는 재판을 받아 수감이 되었으나 콤프슨 장군과 콜드필드 씨의 도움으로 석방이 되었다. 석방 후 두 달이 지난 1838년, 그는 엘렌 콜드필드와 결혼하였다.

엘렌은 결혼식 날 눈물을 흘렸고, 마차를 타고 토마스 섯펜의 저택으로 갔다. 콜드필드 씨는 간소한 결혼식을 원했으나 엘렌의 고모는 성대한 결혼식을 원했고, 토마스도 역시 그걸 원해 성대한 결혼식을 준비하여 백 명의 인사들에게 초청장을 보냈으나 결혼식에 온 사람은 열 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예식장인 교회 밖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였었고 새신랑 신부가 나타나자 그들은 흙과 채소 쓰레기를 신랑을 향해 던졌다. 그러나 이 사건은 곧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졌다.

제3장

쿠엔틴은 왜 로사가 토마스 섯펜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어 했는지 그 이유를 아버지에게 물었다. 콤프슨 씨는 로사 부인의 일생에 관한 말로 대답했다. 그의 말은 아래와 같았다.

엘렌이 결혼한 지 7개월 후 엘렌의 어머니는 둘째 딸 로사를 낳은 후 곧 죽었다. 로사는 미혼의 고모가 길렀다. 바로 엘렌의 성대한 결혼식을 고집한 여인이다. 로사는 어머니의 죽음은 아버지의 책임으로 생각하며, 그를 증오하며 자랐다. 아버지 콜드필드 씨가 자살로써 삶을 마감하고(표면적으로는 전쟁에 참전하기를 원치 않았기 때문이었으나 아마도 토마스와 공모한 어떤 범죄적인 일과 관련되었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었음), 엘렌이 죽은 다음 로사는 형부인 토마스와 결혼을 하였다. 결혼 관계가 깨진 다음 로사는 조카딸 쥬디스를 돌보기 위해 헌드레드로 갔다. 토마스가 전쟁에서 돌아와 보니, 스무 살의 로사가 쥬디스와 클라이티를 돌보고 있었다. 클라이티는 토마스와 그의 여자 노예 사이에 태어난 딸이다.

어렸을 때 로사는 토마스의 농장에 가기를 싫어했는데, 그곳에 가면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조카 아이들과 함께 놀이를 하라고 숙모가 들볶았기 때문이다. 그 숙모가 어떤 남자와 애정의 줄행랑을 친 다음, 로사는 일 년에 한 번 정도 헌드레드 농장으로 갔다. 로사의 언니 엘렌은 토마스와의 결혼을 자랑스러워 했고, 따라서 로사는 언니 엘렌이 자신과 아버지로부터 점점 멀어져 가고 있음을 알았다. 엘렌은 점점 웃음이 헤픈 시골 아낙네가 되어 가고 있었다. 마침내 콜드필드 씨는 헌드레드 농장 방문을 멈췄고 로사 역시 그랬다. 헨리 섯펜이 챨스 본을 살해한 후 얼마 안 되어 아버지가 자살하자 로사는 토마스 섯펜의 헌드레드 농장으로 갔다. 그곳에서 얼마 동안 지내며 남군 병사들을 찬양하는 영웅 시를 쓰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 복무를 기피한 그녀의 아버지 콜드필드 씨가 그 병사들의 눈에 띄었다면 그들의 손에 목이 매달렸을 것이다.

그때 헨리는 미시시피주립대학 학생으로 챨스 본과 친구가 되었고 그와 함께 고향집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 기간 중 챨스가 뉴올리언스로 기선 여행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가 떠난 후 곧 토마스 섯펜도 사업차 여행을 떠났다. 사실은 그가 아들 챨스 본을 찾아 뉴올리언스로 간 걸 콤프슨 장군과 클라이티 이외에는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그 즈음 토마스는 엄청난 돈을 갖고 있었다. 개인 농장주로서 그는 그 지역에서 가장 부자였다. 그로 인해 사회적 지위도 얻었다. 챨스 본의 방문 기간 중 토마스의 헌드레드 저택에서 벌어진 무도회와 파티에 관한 이야기를 로사는 들어 알고 있었다. 챨스 본은 알 수 없는 곳에서 온 교양 있고 세심하며 세련되고 특이한 젊은이로, 헨리 섯펜보다 몇 살 위라고 했다. 그때 혼담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챨스 본과 쥬디스 섯펜이 결혼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리고는 곧 무슨 소문이 로사의 귀에도 들렸다. 무슨 일인지 아무도 모른 소문이었다. 그러나 결국 그 소문의 진상이 노예들의 입을 통해서 밝혀졌다. 헨리가 아들로서의 친권을 포기하고 챨스와 함께 토마스의 헌드레드 농장을 벗어났다는 것이다. 그러함에도 로사는, 미시시피가 연방으로부터 탈퇴를 하고 토마스가 전쟁터로 나갈 때까지 쥬디스의 결혼식을 위한 옷을 계속 지었다. 전쟁이 발발하자 콜드필드 씨는 다락방으로 숨어들었고, 문을 못으로 박아 완전히 폐쇄시킨 다음 그곳에서 굶어 죽었다.

그 후 엘렌이 죽자 로사는 혈혈단신에 무일푼이 되었다. 헌드레드 농장은 전쟁으로 인해 이미 폐허가 되어 가고 있었다. 로사는 챨스 본의 생사 여부와 헨리의 소재를 알 수가 없었는데, 어느 날 창 밖을 내다보니 하층민 와시 존스가 안장도 없는 노새를 타고 지나가며 그녀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제4장

안면도 없는 부인을 만나기 위해 출발하기에는 아직 너무 어두워 쿠엔틴은 현관에 앉아, 검은 모자에 검은 숄을 걸친 어둠 속의 로사 부인을 상상하고 있었다. 콤프슨 씨는 한 통의 편지를 꺼냈는데, 그 편지는 챨스 본이 쥬디스에게 보낸 것으로, 쥬디스가 수년 전 콤프슨 씨의 어머니에게 맡겨 놓은 편지였다. 콤프슨 씨는 챨스 본과 헨리 섯펜과의 관계, 즉 그들이 대학에서 어떻게 만났으며, 게으르나 쾌활하며 냉소적인 젊은이로서 마을의 어린 학생들이 우러러 본 챨스 본에 대해서 말했다. 콤프슨 씨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1859년 크리스마스에 챨스 본과 헨리가 헨리의 고향집에 함께 왔을 때, 챨스와 쥬디스가 약혼을 하리라는 말이 있었다. 챨스 본이 뉴올리언스로 여행을 떠나자 무슨 일 때문인지 토마스 섯펜이 바로 그의 뒤를 따라갔다. 그 다음 해 크리스마스에 헨리 섯펜이 아버지와의 친자관계를 포기한 후 챨스 본과 함께 토마스 섯펜의 헌드레드 농장을 떠났다. 헌드레드 서재에서 문을 잠근 채 토마스가 헨리에게 단호한 어조로 말하기를, 챨스 본과 쥬디스의 결혼을 허락할 수 없으며 그 이유는 1859년 본은 이미 옥토룬(1/8이 흑인 피인 여자)과 은밀한 관계를 맺은 바, 그것은 아마 결혼관계일 수도 있을 거라고 했다. 헨리는 자기 아버지의 이 같은 말을 믿지 않았고 챨스를 믿어 그를 따라 헌드레드를 떠났던 것이다. 프랑스풍의 무더운 뉴올리언스에서 챨스는 헨리를 쾌락과 타락한 생활에 빠져들게 했다. 마침내 챨스는 헨리에게 자신은 이미 프랑스계 흑인 매춘부와 결혼한 사실이 있다고 했다. 그 결혼은 창피한 일로, 검둥이 여자는 아무런 권리도 없고 따라서 자신의 아내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말을 들은 헨리는 분노로 몸을 떨었다. 그는 친구를 믿고 싶었지만 내면적인 갈등이 일어 그를 멀리했다.

곧 전쟁이 발발했다. 헨리 섯펜과 챨스 본은 같은 중대에 배속되고 챨스 본은 곧 중위로 승진했다. 헨리는 그냥 사병으로 복무했다. 그는 챨스가 쥬디스에게 편지를 보내는 걸 용납하지 않았았다. 4년간의 전쟁을 치른 후 헌드레드 농장은 남부의 모든 지역과 마찬가지로 식량과 생활용품을 얻기가 어려웠다. 토마스 섯펜은 대령이었지만 패전한 장교였다. 쥬디스는 정원을 갈아 밭을 만들어 자신과 클리이티를 위한 먹거리를 심었다. 와시 존스는 강가의 다 쓸어져 가는 어막에서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이었고, 잡은 물고기를 쥬디스에게 가끔 가져오기도 했다. 4년간의 전쟁이 끝나자 챨스 본은 쥬디스에게 한 통의 편지를 썼다. 수수께끼 같은 그 편지는 지금 쿠엔틴이 가지고 있다. 쥬디스와의 결혼을 원하지만 언제 귀향할지도 모르고 앞일도 알 수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쥬디스는 그 편지를 받고 나서 클라이티와 함께 헝겊 조각을 모아 결혼식 예복을 만들었다. 결혼을 준비한 것이다. 쿠엔틴의 생각으로는 살인 현장인 헌드레드 정문 앞에서 헨리는 챨스 본에게 문 가까이 오지 말라고 했을 것이고, 챨스는 위협적인 자세로 문으로 들어서려고 했을 것이다. 와시 존스는 로사 콜드필드의 집 앞에서 안장도 없는 노새의 등에 앉아 헨리가 챨스 본을 살해했다고 큰 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제5장

다음은 로사가 쿠엔틴에게 계속한 쓰디쓴 이야기이다.

헨리가 챨스를 사살했다는 와시의 말을 듣고, 당시 열아홉 살의 로사는 서둘러 와시의 노새를 마차에 맨 다음, 느려터진 그 마차를 타고 오십 리나 떨어진 헌드레드로 갔다. 그곳에 도착하자 로사는 헨리의 이름을 부르며 미친 듯이 집안으로 뛰어들었는데, 헨리는 보이지 않고 대신 클라이티가 무슨 사람 잡아먹는 귀신 같은 모습으로 어둠 속에 서 있었다.

로사는 헨리와 쥬디스를 찾아 급히 이층으로 오르려고 했고 클라이티는 이를 막았는데, 따라서 둘은 서로 붙잡고 실랑이를 했다. 로사의 운명이 결정되는 순간인 듯했다. 로사가 외쳤다. “손을 놓아 이 검둥이야.” 그러나 클라이티는 그녀의 말에 꿈쩍도 하지 않았다. 돌연 쥬디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클라이티!” 그러자 클라이티는 손을 놓았다. 쥬디스가 닫힌 문 앞에 서 있었다. 쥬디스의 손에는 그녀가 챨스에게 주었던 그녀의 사진이 있었다. 쥬디스는 다시 계단을 내려와 와시 존스와 장례식을 의논했다. 쥬디스가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와시는 마을 사람 몇몇과 헛간에서 뜯어낸 판자로 관을 만들었다. 챨스의 장례식을 치른 다음 로사는 헌드레드로 돌아와 토마스 섯펜을 기다렸다. 클라이티, 로사, 쥬디스 세 사람은 토마스 섯펜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일 이외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가 돌아오면, 처음 장원을 세웠던 불굴의 의지로 농장을 재건할 것임을 그 세 여자는 알고 있었다. 그녀들은 새로운 출발을 인내로 기다렸던 것이다.

전쟁이 끝나자 토마스가 돌아왔다. 그는 헨리에 관해 쥬디스에게 물었고, 그녀는 헨리가 챨스 본을 총으로 쏴 죽였다는 사실을 말했다. 토마스는 클라이티와 재회의 인사를 했으나, 열아홉 살의 처제인 로사는 알아보지 못한 채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로사가 어렸을 때 그는 그녀를 본 적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들이 기대한 대로 그는 즉시 농장 재건을 시작했다. 이제 그는 뭔가 정신이 나간 듯 보였지만 아직도 불굴의 의지로 와시 존스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게 농장 재건을 도와 달라고 했다. 어느 날 로사는 그가 눈길을 주고 있음을 알았다. 곧 그와 약혼을 했다. 토마스는 그녀의 언니에게 대했던 나쁜 남편이 아닌 좋은 남편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는 전쟁으로 인해 농장이 재건 불가능할 만큼 폐허가 되었음을 곧 알게 되자 그녀를 학대하기 시작했다. 뼈가 으스러질 정도의 학대였으며 따라서 그녀는 두 달 만에 토마스 섯펜의 헌드레드를 도망쳐 그녀의 작은 집으로 돌아왔던 것이다.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먹을 것이 없어 이웃의 밭에서 먹을꺼리를 훔치기도 했다. 자존심 때문에 자선을 베풀어 달라기보다는 도둑질을 택한 것이다. 로사가 알고 보니 토마스는 전혀 믿을 수 없는 자였다고 했다.

그러나 쿠엔틴은 더 이상 그녀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그는 오직 챨스 본을 살해한 후 여동생 쥬디스의 방에 뛰어든 헨리, 이제 그를 죽여 버렸으므로 그와 결혼이 불가능하다고 그녀에게 외치는 헨리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이런 생각에 혼란이 일어 쿠엔틴은, 누군가 아직도 토마스 섯펜의 헌드레드 농장에 숨어 살고 있다고 로사가 말했을 때 그가 누군지 다시 물었다. 클라이티가 아닐까 생각했으나 로사는 아니라고 했고, 어쨌든 누군가 지난 4년간 토마스의 헌드레드에서 숨어 살고 있다고 했다.

제6장

하버드 대학 기숙사 방. 쿠엔틴은 캐나다에서 유학 온 학우 슈레브가 전해 준 아버지 편지를 받는다. 편지는 로사 부인이 죽었고, 죽기 전 2주 동안 혼수상태에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쿠엔틴은 슈레브에게 로사는 자기 친척이 아니라고 했다. 슈레브는 로사, 헨리, 토마스 섯펜, 쥬디스 그리고 챨스 본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했다. 당시 하버드 학생들은 누구나 남부에 대해 쿠엔틴이 말해 주기를 바랐다. 쿠엔틴은 슈레브가 원하는 대로 이야기를 해준다. 자신의 말을 신이 나서 그대로 따라하는 슈레브를 본 쿠엔틴은 아버지를 생각했다. 그가 로사와 함께 토마스 섯펜의 헌드레드 저택으로 말을 타고 가기 전날 밤, 아버지는 자신이 알고 있었던 모든 사실을 아들 쿠엔틴에게 말했던 것이다. 슈레브는 토마스 섯펜의 후일담을 물었다. 다음은 쿠엔틴이 그의 부친으로부터 들은 사실을 슈레브에게 한 이야기이다.

토마스 섯펜은 농장의 재건이 불가능함을 알고, 절망 속에서 구멍가게를 열어 흑인들에게 과자 부스러기나 파는 신세가 되었다. 토마스는 와시 존스와 매일 술타령을 했으며, 그의 노여움은 번번히 술주정으로 변했다. 마침내 그는 매일 밤을 와시의 손녀딸인 밀리와 함께했다. 1869년 마침내 밀리는 토마스의 아이를 생산했으나 아기는 곧 죽었고 밀리도 죽었으며, 아기가 태어난 오두막집 앞에서 와시는 녹슨 낫으로 토마스를 죽였다. 쿠엔틴은 쥬디스가 챨스 본의 비석을 세웠던 곳, 그리고 그가 아기였을 때 죽은 쥬디스가 묻힌 가족 묘에서 보았던 토마스와 엘렌의 무덤을 회상하며 말했다. 또 다른 무덤으로는 챨스 에띠엔느 세인트 발레리 본의 것으로, 이 사람은 챨스 본이 뉴올리언에서 만난 프랑스계 흑인 아내와의 사이에서 얻은 아들이다. 클라이티는 뉴올리언스로 가서 이 아이를 데리고 와 쥬디스와 함께 섯펜의 헌드레드에서 키웠던 것이다. 그러나 챨스 에띠엔느는 거칠고 폭력적으로 자랐는데, 겉모습은 백인이었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 불우한 운명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마침내 그는 도박장 겸 무도장에서 자유노예와의 격투 끝에 체포되었다. 콤프슨 장군이 그를 감옥으로부터 꺼내 마을을 떠나게 했으나, 몇 달이 지나 흑인 아내와 마을로 다시 돌아왔다. 그는 사람들이 보는 데서 아내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그녀는 아들을 낳았는데, 이름을 짐 본드라고 지었다. 2년 후 챨스 에띠엔느와 쥬디스는 황열병으로 죽었다. 쿠엔틴보다 몇 살 위인 짐 본드는 클라이티가 길렀다. 그는 흉할 정도로 몸집이 크고, 언제나 입을 헤벌리는 흑갈색 피부의 멍청한 남자로 컸다. 그는 섯펜의 농장에 딸린 오두막에서 농사를 지으며 클라이티와 함께 살았다.

제7장

뉴 잉글랜드의 추운 밤. 하버드 대학의 차가운 기숙사 방에서 쿠엔틴은 슈레브에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한다. 쿠엔틴이 아버지로부터 들은 이야기이다.

토마스 섯펜은 벌거벗은 노예들과 맨땅에서 헌드레드 농장의 저택을 지었고 그곳에서 도망 친 프랑스 건축가를 쫓아, 콤프슨 장군과 함께 노예와 개들을 데리고 늪지대를 지나 도망자를 추적했다. 그를 추적하던 중 토마스는 자신의 젊은 날에 있었던 어떤 일을 콤프슨 장군에게 실토했다. 토마스는 현재(1909년)의 웨스트 버지니아에 해당하는 곳의 어느 두메산골 통나무집 대가족 가정에서 태어났다고 했다. 주정뱅이 부친은 그가 어렸을 때 남버지니아로 이사를 해서 농장에서 일을 했다. 그곳에서 만난 쿠엔틴의 할아버지에게 토마스는 백인과 흑인의 차이점, 재산을 가진 백인과 못 가진 백인의 차이를 처음 알게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왕국을 세우겠다고 했다. 그는 열네 살에 집을 나와 스무 살에 서인도 제도로 갔고 그곳에서 불어와 토착어를 배워 설탕 농장의 감독관이 되었다. 농장에서 노예 반란이 일자 이를 맨손으로 제압하고, 그 공으로 농장주의 딸과 결혼하여 아들을 하나 얻었었다. 그 아들이 바로 챨스 본이라는 걸 쿠엔틴이 로사 부인과 함께 토마스 섯펜의 헌드레드 농장으로 가서 알게 된 사실이다. 그때까지 이 사실을 쿠엔틴의 아버지도 로사 부인도 모르고 있었다.

한편, 토마스는 자신의 부인에 대해 알게 되자 그녀와 함께 할 수 없었다. 그녀에게는 흑인의 피가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아들 역시 같았다. 토마스는 아내와 아들이 농장 주인이 되도록 여러 가지 준비를 한 다음, 그들을 버리고 스무 명의 노예만 데리고 미국으로 떠났다. 그 스무 명의 노예와 토마스가 헌드레드 농장을 일으켰던 것이다. 1859년 챨스 본이 아들 헨리와 함께 그의 집 문 앞에 나타났을 때 토마스 섯펜은 자신의 운명을 예측할 수 있었다. 토마스는 딸 쥬디스와 챨스 본의 결혼에 관해 기로에 서 있었던 것이다. 결혼 찬성은 사람들이 내막을 모르므로,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에게 만족할 왕국을 이룰 수 있지만, 그 반대는 왕국의 파멸이었다. 그 날 밤 그는 아들 헨리와 만난 자리에서 그 결혼을 반대하는데, 뉴올리언스에 있는 챨스의 흑인 아내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않고 다만 챨스가 자신의 아들로서 헨리와 형제지간이며 아울러 쥬디스의 오빠임을 말한다. 헨리는 아버지의 말이 사실임을 알면서도 믿기를 거부한다. 토마스는 아들 헨리에게 최후의 카드를 쓴다. 즉 챨스 본에게는 흑인의 피가 흐른다는 사실을 말한다.

헨리는 누이동생을 지극히 아꼈고 따라서 챨스 본과의 결혼은 근친상간이라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었고, 어쨋든 그는 모든 수단을 통해 그 결혼을 중단 시키기로 마음 먹고 결국은 자기 형제인 챨스 본을 살해한 것이다. 토마스가 예측한 대로 자신의 아들이 자신의 또 다른 아들을 죽인 것이다. 토마스가 전쟁터에서 돌아왔을 때 집안은 이미 풍비박산이 되어 있었다. 아들 헨리는 종적도 없고, 숨겨 놨던 아들은 살해를 당하고 딸은 시집도 가기 전에 과부가 되어 있었다. 그는 대담함과 예리함 그리고 강인한 의지력으로 농장을 다시 일으키려고 노력했으나 실패했고, 로사와의 결혼도 실패했고 관계도 단절되자 술을 마시기 시작했고 하층민 와시 존스의 손녀딸인 열다섯 살의 밀리와 잠자리를 함께 했던 것이다. 와시는 이 사실을 알았으나 그가 대령이라고 부른 이 남자를 지난 15년간 섬기고 존경했으므로 따라서 배반할 수도 없었고, 자신의 손녀를 잘 보살피리라는 기대감에서 안심을 했다. 밀리가 임신을 했을 때도 와시는 말이 없었고, 토마스에게 단 한 번 기대감에서 밀리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일이 하나 있으니 도와달라고 했다. 밀리가 출산을 하자 와시는 이 아기가 토마스의 저택으로 옮겨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토마스가 그 아기를 보러 나선 날 마침 말 한 마리가 새끼를 낳았다. 토마스는 자신의 아기를 마지못해 보는 듯했고 밀리에게 말하기를 그녀가 암말이 아니라 유감이라는 것, 암말이었다면 마굿간 한 켠을 줄 수도 있었을 거라고 내뱉고는 나가 버렸다. 오두막집 밖에서 이 말을 엿들은 와시는 토마스에게 다가갔다. 토마스는 말채찍으로 그 늙은 가난뱅이를 두 번이나 내려쳤고, 그 순간 와시는 녹슨 낫으로 그를 찍었다. 그날 밤 늦게 사람들이 그 오두막집 앞에서 그의 시체를 발견했고, 와시를 체포하기 위해 찾아 나섰다. 그들 앞에 선 와시는 잠시 기다리라고 말한 다음 날카로운 도축용 칼로 손녀딸의 목을, 그리고 아기의 목을 벤 다음 낫을 들고 그들을 공격했고 마침내는 체포가 되었던 것이다.

쿠엔틴의 이 말에 슈레브는 크게 놀랐다. 토마스가 언제나 원한 건 아들이었고 이제 그는 아들을 갖게 되었는데, 왜 부인을 모욕함으로써 와시를 화나게 하여 그와 그의 아들을 살해토록 했는지, 그 결과 그의 가계가 끝나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슈레브는 알고 싶어 했다. 이에 대해 쿠엔틴은, 밀리의 아기는 아들이 아니라 딸이었다고 했다.

제8장

이 같은 이야기에 휩쓸린 슈레브와 쿠엔틴은, 챨스 본의 경우도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뉴올리언스에서 보낸 챨스의 어린 시절, 한 때 남편이었던 토마스 섯펜에게 학대 받아 강박관념으로 고통 받았을 그의 어머니, 그가 성장하면서 그의 몫이 되었어야 할 돈을 갈취했고 게으른 아들 챨스와 가혹한 운명의 어머니 사이를 오가며 교활한 짓을 했던 변호사, 챨스가 탐닉했던 쾌락과 오락, 결국은 그로 인해 타락한 일, 흑인 피가 흐르는 창녀와의 결혼 아닌 결혼, 그리고 스물여덟 살에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집을 떠난 일들을 쿠엔틴과 슈레브는 상상해 보았다. 헨리와 챨스 본의 첫 만남과 토마스 섯펜의 헌드레드 농장에 챨스 본이 첫 방문한 일, 그와 쥬디스의 약혼을 추진했던 엘렌, 토마스 섯펜이 챨스의 친부라는 사실, 챨스 자신도 그의 어머니가 한 때 남편이었던 토마스 섯펜을 파멸 시키기 위해 보낸 어둡고 불운한 운명적인 사람이었다는 것도 생각해보았다. 1860년 헌드레드 저택의 서재에서 만난 아버지가 말한 챨스와의 형제 관계, 그 사실을 알면서도 그 말을 부정한 헨리, 헨리와 챨스의 관계가 깨진 다음 뉴올리언스에서의 그들의 삶도 상상해보았다. 그들의 삶에도 전쟁이 불어 닥쳤고, 헨리는 고통스러웠으나 자신의 누이 동생을 포기할 것을 챨스(그가 형제임을 이미 헨리는 알고 있었다)에게 요구했을 것이고, 챨스가 이를 거절함으로써 그를 살해할 마음을 굳혔을 것이다.

슈레브와 쿠엔틴의 생각은 점점 확대되었다. 전쟁터에서 부상당한 헨리를 구한 챨스 본과 그냥 죽을 터이니 내버려두라는 헨리..., 그리고 토마스가 딸의 결혼을 중단 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챨스 본에게 흑인의 피가 흐른다는 사실을 아들 헨리에게 말했을 것이다. 챨스가 이복형제라는 걸 안 헨리가, 그에게 이제 자신의 누이동생과 결혼을 할 수 없다고 말하자, 챨스의 대답은 이러했을 것이다. “그건 그냥 흑백 간의 결혼이라고 생각하면 돼. 네가 용납 못할 근친상간이 아니야.” 몽상 속에서나 가능할 이 이야기가 끝나는 부분에서, 토마스 섯펜의 헌드레드 저택에 숨어 있다고 로사가 의심하는 그 무엇인가를 찾으려고, 그녀와 쿠엔틴이 그곳으로 가던 날 밤 있었던 일에 대해 슈레브가 이야기를 다시 시작했다. 슈레브가 쿠엔틴의 말을 정리하여 반복한 말은 다음과 같다.

쥬디스는 뉴올리언스에서 어떻게 챨스 본의 아내와 아이를 찾을 수가 있었을까. 쥬디스는 챨스가 헨리의 총에 죽은 뒤 그의 옷 주머니에 있던 조그만 철제 케이스에서 이 뉴올리언스 가족의 사진을 발견했던 것이다. 슈레브의 추측으로는, 챨스는 헨리가 자신을 죽일 것임을 알고 있었고 따라서 쥬디스와의 결혼 약속을 지킬 수 없음을 고백하였을 것이며 또한 자신은 그녀가 슬퍼할 만한 가치가 있는 자가 아님을 고백했을 것이다.

슈레브의 이 같은 말에 쿠엔틴도 동의했다. 슈레브는 이제 이야기를 끝내고 잠자리에 들자고 했다.

제9장

쿠엔틴은 잠자리에서 몸을 떨었다. 그는 이따금씩 슈레브에게 말을 걸었다. 그는 로사와 함께 토마스 섯펜의 헌드레드 농장을 방문했던 1909년 9월 어느 날 밤을 기억을 되살려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들이 농장 현관으로 다가서면서 로사는 기대감과 공포로 몸을 떨었다. 한밤중이었다. 쿠엔틴은 창문으로 안을 들여다보았고, 로사가 집안으로 들어가도록 문을 열려는 순간 뒤에서 누군가가 성냥불을 켰다. 클라이티였다. 안으로 든 로사는 곧 계단으로 갔다. 클라이티는 쿠엔틴에게 그녀를 막아서라고 했지만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클라이티는 로사에게 계단으로 오르지 말라고 말하면서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로사가 뿌리쳤다. 클라이티는 다시 로사를 붙잡았고, 로사는 주먹질을 했다. 클라이티가 바닥에 쓰러졌다. 로사는 계단을 올랐다. 체격이 크고 입을 헤벌린 짐 본드가 거기 있었다. 쿠엔틴은 클라이티를 일으켜 의자에 앉혔다. 로사가 계단을 내려와 놀란 눈으로 못 볼 것을 본 듯했다. 로사가 무엇을 보았는지 쿠엔틴은 알아야 할 필요가 있었고, 따라서 클라이티를 따라 계단을 올랐다.

그곳 침실에 헨리 섯펜이 있었다. 쿠엔틴이 이름을 물었고 왜 헌드레드로 돌아왔는 지를 물었다. 노인이 된 헨리가 대답했다. “죽으려고.” 쿠엔틴은 전율이 일어 몸을 떨었다. 그는 로사와 함께 발길을 돌려 집으로 돌아왔다. 3개월 후, 로사는 헨리를 만나려고 앰뷸런스를 몰아 헌드레드로 다시 갔다. 로사는 그처럼 오랜 세월 함께했던 증오심을 버리고, 그래서 헌드레드로 돌아가 헨리를 구하려고 했던 것이다. 앰뷸런스가 다 쓸어져 가는 헌드레드를 향해 서서히 접근해 갔다. 창을 통해 다가오는 앰뷸런스를 본 클라이티는, 수십 년 전 챨스 본을 살해한 헨리를 체포하기 위해 오는 차량으로 생각했다. 클라이티는 그런 경우에 대비하여 준비해 둔 옷장 속의 넝마들과 발화제에 불을 질렀다. 집이 불타기 시작했다. 로사가 불속으로 뛰어들었으나, 불에 휩싸인 계단으로는 오를 수가 없었다. 짐 본드가 사람들로부터 몸을 피하며 짐승 같은 울음소리를 냈다. 클라이티와 헨리는 불 속에서 죽었고, 짐 본드는 살았으나 모든 것이 사라진 뒤였다.

슈레브가 말하기를, 짐 본드야말로 과거의 규범을 파괴하기 위해 나타난 인물이라고 했다. 언젠가는 지구 곳곳에서 짐 본드들이 모든 것을 장악할 것이고, 그래서 누구든지 흑인의 피가 흐를 것이라고 했다. 뉴 잉글랜드의 추운 밤, 잠들기 전 슈레브가 쿠엔틴에게 마지막으로 물었다.

“왜 너는 남부를 증오하는가?” 쿠엔틴이 즉시, 그러나 몸을 사리고 대답했다.

“아니, 그렇지 않아.” 그리고는 몇 번이고 다시 생각해 대답했다.

“증오하지 않아. 암, 증오하지 않구 말구. 정말이야, 증오하지 않아.”

이야기는 이렇게 끝이난다. 토마스 섯펜이 꿈꿨던 왕국은 잿더미로 변했다. 토마스의 유일한 유산이란 혼혈의 바보, 짐 본드이다. 슈레브의 지적처럼, 토마스 섯펜의 몰락은 미국 남북전쟁에서 남부의 패배를 상징한다. 한 인종의 타 인종에 대한 압제, 노예제와 강탈적인 시스템, 추상적인 도덕률과 그릇된 신앙 등 이러한 것들에 토대한 시스템이 붕괴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슈레브가 지적한 짐 본드들이 지배하는 시대의 도래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인종간 혼혈이 증가하고 있음은 사실이다. 남부를 증오하느냐의 슈레브 질문에 쿠엔틴은 마지못해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다. 남부에 대한 증오는 자신, 자신의 고향, 자신의 가족에 대한 증오를 뜻하기 때문이다. 결국 쿠엔틴은 몇 달 후 포크너의 다른 소설에서 자살한다. ©

번역: 박흥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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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윌리엄 포크너( William Faulkner, 1897~1962)는 미시시피주 뉴 앨바니의 명문 가정에서 태어남. 그의 선조들은 미-멕시코 전쟁, 남북전쟁 등에 참전하였으며 전후 미국 재건에 참여하였음. 윌리엄 포크너는 어린 시절에 이미 예술적인 소질을 보였으나 학교 공부에 흥미를 잃고 고등학교 1학년 때 중퇴를 함. 그는 미시시피 옥스퍼드에서 성장기를 보냄. 가공의 마을 요크나파토파는 그가 성장한 지역에서 영감을 얻은 것임. 포크너는 특히 남북전쟁에서 남부의 패배에 관심이 많았고 따라서 그의 많은 소설들은 남부 귀족들의 몰락을 다루고 있음. 포크너는 20세기 위대한 작가의 한 사람으로 모더니즘의 개척자였음. 그는 그 때까지의 문학 형식에서 벗어나 의식이 흐르는 대로의 기술, 시간적 순서의 무시, 다수의 화자 등장, 현재 시제와 과거 시제로의 자유로운 넘나듬, 불가능하다 할 정도의 길고 복잡한 문장으로 전통적인 소설 양식을 뛰어 넘은 작가임. 따라서 그의 소설은 읽기가 매우 어려우나 또한 많은 독자들에게 영어라는 언어의 가능성을 체득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음. 이러한 공로로 1949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함. 그의 작품으로는 The Sound and the Fury (1929), As I Lay Dying (1930), Light in August (1932), Absalom, Absalom! (1936), The Hamlet (1940), Go Down, Moses (1942) 등이 있음.

✍️ Translator’s Note (역자의 말)

"포크너 특유의 의식의 흐름 기법과 길게 이어지는 복잡한 문장 구조를 한국어로 옮기는 과정은 세심한 주의가 필요했습니다. 포크너의 문장은 단순히 긴 것에 그치지 않고, 인물들의 혼란스러운 기억과 감정이 얽혀 있는 구조를 가집니다. 원작의 긴 호흡과 특유의 호화롭고 압도적인 문체감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한국어 독자가 인물들의 내면적 혼란과 사우스랜드의 음울한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체감할 수 있도록 문맥과 톤을 조율했습니다."

📚 Brief Literary Commentary (작품 해설)

"『압살롬, 압살롬!』은 미국 남부 문학의 거장 윌리엄 포크너의 대표작으로, 토마스 서트펜(Thomas Sutpen)이라는 인물의 야망과 그 가문의 비극적인 몰락을 다룹니다. 성경의 압살롬 신화에서 제목을 딴 이 소설은, 다각도의 시점과 과거의 기억을 재구성하는 방식을 통해 남부 고딕 특유의 어두운 유산과 인종, 가부장제, 그리고 인간의 왜곡된 야망이 초래한 파멸을 깊이 있게 탐구합니다. 다층적인 서사 구조는 진실이 단 하나의 관점으로 정의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훌륭한 문학적 장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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