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빼미 냇가 다리에서 생긴 일

An Occurrence at

   Owl Creek Bridge


              by

    Ambrose Bier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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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

    앨라바마 북부의 어느 철도 교량 위에서 한 남자가  20피트 아래, 빠르게 흐르는 물살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뒷짐을 진 그의 손목은 끈으로 묶여 있었다. 목에는 밧줄이 바짝 감겨 있었다. 이 밧줄은 머리 위 튼튼한 십자가에 연결되어 있었고 늘어진 줄은 무릎 높이까지 내려와 있었다. 철로 침목 위에 얹힌 몇 개의 널빤지가 그와 집행관들이 설 수 있는 발판이 되어 주었다. 집행관은 연방군 사병 두 명이었으며, 민간인 시절에는 보안관 대리였을 법한 하사관이 그들을 지휘하고 있었다. 그 임시 발판 위, 약간 떨어진 곳에는 계급장을 단 군복 차림에 무장을 한 장교 한 명이 서 있었다. 그는 대위였다. 다리 양쪽 끝에는 보초병이 각각 한 명씩 서서 소총을 '서포트' 자세로 들고 있었다. 이는 소총을 왼쪽 어깨 앞에 수직으로 세우고, 가슴을 가로질러 뻗은 팔뚝 위에 총의 공이치기를 얹는 자세로 몸을 꼿꼿하게 서야 하는, 다소 부자연스럽고 격식을 차린 자세였다. 이 두 보초병에게는 다리 중앙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파악해야 할 임무가 없는 듯했다. 그들은 다만 다리를 가로지르는 발판의 양쪽 끝을 지키고 서 있을 뿐이었다.

    초병 한 명 외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철도는 숲속으로 100야드가량 곧게 뻗어 있다가 곡선을 그리며 시야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분명 그 너머 어딘가에 전초 기지가 있을 터였다. 개울 건너편 기슭은 탁 트인 지형으로, 완만한 경사지 정상에는 수직으로 세운 통나무 울타리가 둘러쳐져 있었다. 울타리에는 소총 사격을 위한 총안이 뚫려 있었고, 다리를 겨냥한 황동 대포의 포구가 튀어나와 있는 사격용 개구부도 하나 나 있었다. 다리와 요새 사이 경사면 중간쯤에는 구경꾼들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그들은 대열을 갖춘 보병 일개 중대였다. 병사들은 '열중쉬어' 자세를 취하고 있었는데, 소총 개머리판은 땅에 닿아 있고 총신은 오른쪽 어깨에 기대어 뒤쪽으로 약간 기울어진 채, 두 손은 총대 위에 포개져 있었다.

    대열의 오른쪽 끝에는 중위 한 명이 서 있었는데, 그는 칼 끝을 땅에 댄 채 왼손을 오른손 위에 얹고 있었다. 다리 한가운데에 있는 네 사람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중대의 병사들은 다리를 향해 선 채, 미동도 없이 무표정한 시선으로 그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개울가 쪽을 향해 서 있는 초병들은 마치 다리를 장식하는 조각상처럼 보였다. 대위는 팔짱을 낀 채 침묵 속에서 부하들의 작업을 지켜보고 있었으나, 별다른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죽음이란 예고를 하고 찾아오는 고귀한 손님과 같아서, 죽음과 가장 친숙한 자들조차도 마땅히 격식을 갖춘 경의를 표하며 맞이해야 한다. 군대 예절에서 침묵과 부동의 자세는 곧 경의를 표하는 방식이다.

    교수형을 당하게 된 남자는 얼핏 보아 서른다섯 살쯤 되어 보였다. 농장주의 복장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미루어 보아, 그는 민간인이었다. 그의 이목구비는 훌륭했다. 곧게 뻗은 코, 다부진 입매, 그리고 넓은 이마가 돋보였는데, 이마 위로 길고 짙은 머리카락을 뒤로 가지런히 빗어 넘겨 귀를 덮고는 몸에 잘 맞는 프록코트의 깃까지 내려오게 했다. 콧수염과 뾰족한 턱수염을 길렀으나 구레나룻은 없었다. 크고 짙은 회색 눈은 인자한 표정을 띠고 있었는데, 이는 목에 올가미가 걸린 사람에게서는 좀처럼 기대하기 힘든 모습이었다. 분명 그는 저속한 살인범 따위가 아니었다. 군법은 폭넓게 적용되어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을 교수형에 처할 수 있게 되어 있었고, 신사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었다.

    준비가 끝나자 두 사병이 옆으로 물러나 각자 자신들이 서 있던 판자를 치웠다. 하사관은 대위 쪽으로 몸을 돌려 경례를 한 뒤 대위의 바로 뒤에 섰고, 대위는 한 걸음 옆으로 비켜섰다. 이로써 사형수와 하사관은 다리의 침목 세 개를 가로질러 놓은 하나의 판자 양쪽 끝에 서게 되었다. 민간인인 사형수가 서 있던 판자 끝 부분은 네 번째 침목에 거의 닿을 듯했으나 완전히 닿지는 않았다. 앞서 대위의 체중으로 고정되어 있던 이 판자는 이제 하사관의 체중으로 지탱되고 있었다. 대위가 신호를 보내면 하사관이 옆으로 비켜설 것이고, 그러면 판자가 기울어지면서 사형수는 침목 사이 공간으로 떨어지게 될 터였다.그의 판단으로는 그 방식이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이었다. 얼굴이 가려지거나 눈이 안대로 덮이지도 않은 상태였다. 그는 잠시 자신의 ‘불안정한 발 밑’을 내려다보다가, 발 아래에서 거세게 소용돌이치며 흐르는 개울 물로 시선을 돌렸다. 물결을 따라 춤추듯 떠내려가는 유목流木 하나가 눈에 띄었고, 그의 시선은 그것을 쫓아 물길을 따라갔다. 참으로 느리게 움직이는 듯했다! 정말이지 더디게 흐르는 개울이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아내와 아이들을 떠올리기 위해 눈을 감았다. 아침 햇살을 받아 황금 빛으로 물든 물결, 하류 쪽 강기슭 아래에 낮게 깔린 자욱한 안개, 요새와 병사들, 그리고 떠내려가는 나무 토막 같은 것들이 그의 주의를 흩뜨려 놓았었다. 그러던 중 그는 또 다른 방해 요소를 감지했다. 사랑하는 가족을 생각하는 그의 의식 속으로 무시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소리가 파고들었다. 그것은 마치 대장장이가 모루를 망치로 내리칠 때 나는 듯한 날카롭고 또렷한 금속성 타격음으로, 특유한 울림이었다.그는 그 소리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헤아릴 수 없이 먼 곳에서 나는 것인지 아니면 아주 가까운 곳에서 나는 것인지 궁금했다. 그것은 둘 다인 것 같았다. 소리는 규칙적으로 반복되었지만, 마치 죽음의 종소리처럼 느리게 울려 퍼졌다. 그는 매번 새로운 소리가 들릴 때마다 초조함과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불안감을 느꼈다. 침묵의 간격은 점점 길어졌고, 그 같은 지연으로 미칠 것만 같았다. 소리가 점점 드물어질수록 소리는 더욱 강렬하고 날카로워졌다. 마치 칼로 찔리는 듯한 고통에 그는 비명을 지를 것 같았다. 그가 들은 것은 바로 자기 손목 시계의 똑딱거리는 소리였다.

    그는 눈을 뜨고 발밑의 물을 다시 내려다보았다. ‘손만 풀 수 있다면,’ 그가 생각했다. ‘올가미를 벗어던지고 개울로 뛰어들 수 있을 텐데. 물속으로 뛰어들어 총알을 피한 다음, 힘차게 헤엄쳐 강가에 닿고 숲으로 들어가 집으로 도망치는 거야. 다행히도 우리 집은 아직 그들의 전선 밖에 있어. 아내와 아이들은 침략군이 진격해 온 최전선 너머에 안전하게 머물고 있지.’

    여기에 글로 옮겨 적어야 할 이 생각들은, 운명에 처한 남자의 머릿속에서 서서히 떠오른 것이 아닌 순간적인 것이었다. 대위는 하사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사는 옆으로 비켜 섰다

     II

    페이턴 파쿠어는 앨라배마주의 유서 깊고 명망 높은 가문 출신의 부유한 농장주였다. 노예 소유주이자 다른 많은 이들과 마찬가지로 정치인이었던 그는, 당연하게도 초창기부터 연방 탈퇴를 지지했으며 남부의 대의에 열렬히 헌신했다. 여기서 굳이 상세히 밝힐 필요 없는 불가피한 사정으로 인해, 그는 코린트 함락으로 막을 내린 참담한 전투를 치른 그 용맹한 군대에 합류하지를 못했던 것이다. 그는 이러한 불명예스러움으로 답답함을 느끼며, 자신의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기회, 군인으로서의 더 큰 삶, 그리고 공을 세울 수 있는 기회를 갈망했다. 전시에는 누구에게나 그렇듯, 그에게도 그런 기회가 찾아오리라 믿었다. 그동안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다했다. 남부를 돕는 일이라면 아무리 하찮은 임무라도 마다하지 않았고, 마음속으로는 군인이었던 민간인으로서 감당할 수 있는 일이라면 아무리 위험한 모험이라도 기꺼이 뛰어들었다. 그는 '사랑과 전쟁에서는 무엇이든 허용된다'는, 솔직히 말해 이 같은 비도덕적인 격언을 적어도 그 일부 만큼은 진심으로, 그리고 별다른 토를 달지 않고 받아들이는 사람이었다.

    어느 날 저녁, 파쿠어와 그의 아내가 집 앞 가까운 곳의 소박한 벤치에 앉아 있을 때, 회색 군복을 입은 병사 한 명이 말을 타고 다가와 물 한 잔을 청했다. 파쿠어 부인은 기꺼이 자신의 하얀 손으로 직접 물을 내어주었다. 아내가 물을 가지러 간 사이, 남편은 먼지 투성이가 된 그 기병에게 다가가 전방의 소식을 걱정스레 물었다. 그 병사가 대답했다.

    "북군이 철도를 보수하며 다시 진격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올빼미 냇가 다리까지 이르러 다리를 수리하고 북쪽 강변에 방어 용 목책을 세웠습니다. 사령관은 철도나 다리, 터널을 비롯하여 열차를 방해하다 적발되는 민간인은 즉결 교수형에 처하겠다는 명령을 내렸고, 이 명령문은 곳곳에 게시되어 있습니다. 저도 그 명령문을 직접 보았습니다."

    "올빼미 냇가까지는  얼마나 멀어요?” 파쿠어가 물었다.

    “약 30마일 정도요.”

    “그 개울 이쪽으로는 경찰이 없는 건가요?”

    "철로를 따라 반 마일 떨어진 곳에 있는 초소 하나와, 다리 이쪽 끝에 있는 보초 한 명이 전부입니다."

    "어떤 사람, 예를 들어 민간인이자 교수형을 연구하는 사람이 초소를 몰래 빠져나가 보초를 제압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파쿠어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그가 과연 무엇을 이룰 수 있겠습니까?"

    그 군인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한 달 전 그곳에 가본 적이 있습니다." 그가 대답했다. "지난 겨울 홍수로 떠내려 온 엄청난 양의 유목이 다리 이쪽 끝에 있는 나무 교각에 걸려 쌓여 있는 것을 보았거든요. 지금은 바짝 말라 있어서 마치 불쏘시개처럼 아주 잘 탈 겁니다."

    파쿠어 부인이 물을 가져오자 병사는 그것을 마셨다. 그는 정중하게 감사를 표하고 여인의 남편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말을 타고 떠났다. 한 시간 후 날이 저물자, 그는 자신이 왔던 북쪽 방향으로 향하며 그 농장을 다시 지나쳐 갔다. 그는 북군 정찰병이었다.

     III

    페이턴 파쿠어는 다리 아래로 곧장 추락하며 의식을 잃었고, 마치 이미 죽은 사람과도 같은 상태가 되었다. 그가 다시 깨어난 것은 -그에게는 마치 영겁의 세월이 흐른 뒤처럼 느껴졌지만- 목을 강하게 조여 오는 통증과 뒤이어 밀려온 질식감 때문이었다. 날카롭고도 강렬한 고통이 목에서 시작되어 온몸의 구석구석과 사지로 뻗어 나가는 듯했다. 그 고통은 마치 뚜렷한 갈래를 따라 번뜩이며 퍼져 나가는 듯했고,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요동쳤다. 그것은 마치 맥동하는 불길의 흐름이 되어 견딜 수 없을 만큼 뜨겁게 달구는 듯했다. 머리는 꽉 찬 느낌, 즉 충혈된 느낌 외에는 아무것도 의식하지 못했다. 이러한 감각은 생각을 동반하지 않았다. 그의 지적인 부분은 이미 사라져버렸고, 오직 느낄 수 있는 능력만 남았는데, 그 느낌은 바로 고통이었다. 그는 움직임을 의식했다. 이제는 물질적 실체 없이 오직 불타는 심장만이 되어 빛나는 구름 속에 감싸인 채, 그는 거대한 진자처럼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궤적을 그리며 흔들리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무시무시한 기세로, 그의 주변의 빛이 큰 물보라 소리와 함께 위로 솟구쳤다. 그의 귀에는 끔찍한 굉음이 울려 퍼졌고, 모든 것이 차가워지고 어두워졌다. 그 순간 사고력이 되살아났다. 그는 밧줄이 끊어져 자신이 개울로 떨어졌음을 깨달았다. 목을 더 세게 조여 오는 일은 없었다. 목에 감긴 올가미가 이미 숨을 막고 있었기에 오히려 폐로 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고 있었던 것이다. 강바닥에서 교수형으로 죽다니! 그 생각은 그에게 터무니없게 느껴졌다. 어둠 속에서 눈을 뜬 그는 머리 위로 희미한 빛줄기를 보았으나, 그 빛은 너무나 멀고 닿을 수 없는 곳에 있었다. 그는 여전히 가라앉고 있었다. 빛은 점점 희미해지더니 마침내 아주 가느다란 불빛으로 변했다. 그러다 빛이 다시 커지고 밝아지기 시작했고, 그는 자신이 수면을 향해 떠오르고 있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 사실을 깨닫는 것이 내키지는 않았다. 지금 이 상태가 무척이나 편안했기 때문이다. "교수형을 당하거나 물에 빠져 죽는 건 그리 나쁘지 않지.’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총에 맞는 건 싫어. 아니, 총에 맞지는 않을 거야. 그건 공평하지 않으니까."

    그는 의식을 하지 못했으나, 손목에 느껴지는 날카로운 통증 때문에  자신이 두 손을 풀어내려 하고 있음을 알았다. 그는 마치 한가한 구경꾼이 마술사의 묘기를 지켜보듯, 그 결과에는 아무런 관심도 두지 않은 채 양손의 움직임을  바라보았다. 참으로 훌륭한 움직임이로다! 얼마나 장엄하고 초인적인 힘인가! 아, 정말 멋진 시도였어! 브라보! 마침내 밧줄이 풀렸고, 그의 팔은 양옆으로 벌어지며 위로 떠올랐다. 밝아오는 빛 속에서 양손의 형체가 어렴풋이 보였다. 그는 새로운 흥미를 느끼며 손이 자신의 목에 감긴 올가미를 하나하나 낚아 채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손은 올가미를 뜯어내어 거칠게 내던졌는데, 그 움직임은 마치 물뱀이 꿈틀거리는 듯했다. "다시 끼워, 다시 끼워!" 그는 자신의 손을 향해 그렇게 소리쳤다고 생각했다. 올가미를 풀어낸 직후, 지금까지 겪어본 적 없는 극심한 고통이 엄습했기 때문이다. 목은 끔찍하게 아팠고 뇌는 불타는 듯했으며, 희미하게 고동 치던 심장은 마치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듯 거세게 요동쳤다. 견딜 수 없는 고통이 그의 온몸을 뒤틀어 쥐어 짜는 듯했다! 그러나 그의 의지를 거스른 두 손은 그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 손은 재빠르게 아래로 물을 힘차게 내리치며 그를 수면 위로 밀어 올렸다. 마침내 머리가 물 밖으로 솟아 올랐다. 쏟아지는 햇살에 눈이 멀 듯했고, 가슴은 경련하듯 부풀어 올랐다. 그리고 극심한 고통 속에서 폐가 공기를 한껏 들이마셨으나, 비명을 지르며  곧바로 내 뱉았다.

    이제 그의 모든 감각은 온전히 되살아나 있었다. 아니, 오히려 초자연적이라 할 만큼 예민하고 기민해져 있었다. 몸에 가해진 그 엄청난 충격으로 감각이 예민해져, 그는 이전에는 결코 감지하지 못했던 것들까지 포착할 수가 있었다. 그는 얼굴에 와 닿는 물결의 일렁임을 느꼈고, 물결이 부딪치며 내는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시선을 돌려 개울가 숲을 바라보자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는 물론, 잎사귀와 그 잎맥 하나하나까지 선명하게 보였으며, 심지어 그 위에 앉은 곤충들인 메뚜기, 찬란한 빛깔의 파리, 나뭇가지 사이에 거미줄을 치는 회색 거미의 모습까지 눈에 들어왔다. 수 백만 포기 풀잎에 맺힌 이슬방울 속에서 일렁이는 무지개 빛 색채도 그의 눈에 포착되었다. 개울의 소용돌이 위를 맴도는 각다귀 떼의 윙윙거리는 소리, 잠자리 날갯짓 소리, 마치 배를 띄우는 노처럼 움직이는 물거미 다리의 움직임까지,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음악처럼 들려왔다. 물고기 한 마리가 그의 시선 아래를 미끄러지듯 지나갔고, 물살을 가르며 나아가는 그 몸짓의 소리 또한 그의 귀에 들려왔다.

    그는 물길을 따라 내려가다 수면 위로 떠올랐다. 순간 눈에 보이는 세상이 그를 중심축 삼아 천천히 회전하는 듯했고, 그의 시야에 다리와 요새, 다리 위의 병사들 즉, 대위, 하사, 그리고 자신의 처형을 담당한 두 명의 사병이 들어왔다. 그들은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검은 실루엣을 이루고 있었다. 그들은 소리를 지르고 몸짓을 하며 그를 가리켰다. 대위는 권총을 꺼내 들었으나 발사하지는 않았고, 나머지 병사들은 무기를 지니고 있지 않았다. 그들의 움직임은 기괴하고 끔찍했으며, 그 모습은 거대하게 보였다.

    갑자기 날카로운 총성이 들리더니 무언가가 그의 머리에서 불과 몇 인치 떨어진 수면을 강하게 때리며 그의 얼굴에 물보라를 뿌렸다. 두 번째 총성이 들렸고, 그는 총구에서 옅은 푸른 연기가 나는 총을 어깨에 멘 한 초병을 보았다. 물속의 그는 다리 위 초병의 눈이 소총의 가늠자 너머로 자신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그 눈이 회색이라는 것을 알아차렸고, 회색 눈이 가장 예리하며 유명한 명사수들은 모두 그런 눈을 가졌다는 글을 읽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초병의 사격은 빗나갔다.

    역류하는 소용돌이가 파커를 낚아채 반쯤 몸을 돌려놓았고, 따라서 그는 다시 요새 맞은편 강둑의 숲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때 등 뒤에서 단조로운 가락의 맑고 높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소리는 물 위를 건너오며 다른 모든 소리 -심지어 귓가에 들리던 잔물결 소리까지도- 를 뚫고 압도할 만큼 또렷하게 들려왔다. 비록 군인은 아니었지만, 그는 군영을 자주 드나들었던 탓에 그토록 의도적이고 느릿하며 숨을 섞어 내뱉는 듯한 구령이 지닌 무시무시한 의미를 잘 알고 있었다. 강둑에 있는 중위가 그날 아침의 '작업'에 직접 나서고 있었던 것이다. 얼마나 냉혹하고 무자비하게 -병사들에게 침착함을 예고하고 또 강요하듯 한결같이 차분한 어조로, 그리고 정확하게 계산된 간격을 두고- 그 잔인한 말들이 떨어졌던가:

    “중대!… 차렷!… 앞에 총!… 준비!… 조준!… 발사!”

     파커는 물속으로 잠수했다. 가능한 한 깊이 들어갔다. 귓가에는 나이아가라 폭포의 포효처럼 거센 물소리가 울려 퍼졌지만, 그는 일제 사격의 둔탁한 굉음을 들을 수 있었다. 다시 수면을 향해 떠오르던 그의 눈에 기묘하게 납작해진 채 천천히 아래로 흔들리며 떨어지는 반짝이는 금속 조각들이 들어왔다. 그중 몇 개가 얼굴과 손에 닿았다가 떨어져 계속 아래로 가라앉았다. 하나가 옷깃과 목 사이에 끼어들었는데, 불쾌할 정도로 뜨거워 그는 그것을 잡아 떼어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수면 위로 떠오르자, 그는 자신이 꽤 오랫동안 물속에 잠겨 있었음을 알았다. 어느새 물살을 타고 하류 쪽으로 꽤 멀리 떠내려 와 안전한 곳에 더 가까워져 있었다. 병사들은 장전을 거의 마친 상태였다. 햇빛을 받은 금속제 탄창들이 일제히 번뜩였는데,  총신에서 뽑혀 공중에서 회전한 뒤 다시 제자리에 꽂히는 순간이었다. 두 초병이 다시 총을 쏘았으나, 제각각 쏜 그 사격은 아무런 효과도 거두지 못했다.

    그 쫓기는 남자는 어깨 너머로 그 모든 광경을 보았다. 그는 이제 물살을 타고 힘차게 헤엄치고 있었다. 그의 두뇌는 팔다리 만큼이나 활발하게 움직였고, 생각은 번개처럼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저 장교가 융통성 없는 원칙주의자나 저지를 법한 실수를 두 번 다시 반복하진 않겠지.' 그는 그렇게 판단했다. '한 발의 총알을 피하는 것 만큼이나 일제 사격을 피하는 것도 쉬운 일이니까. 아마 벌써 자유 사격 명령을 내렸을 거야. 그러나, 맙소사, 그 모든 총알을 다 피할 수는 없어!'

    그때  바로 앞 2야드도 안 되는 거리에서 끔찍한 물보라가 일더니,  크고 빠른 소리가 뒤따랐다. 그 소리는 마치 허공을 타고 들려오는 메아리처럼 들렸고, 곧이어 폭발을 하면서 강물 깊숙히 흔들어 놓은 다음 점점 여리게 사라져 갔다! 솟아 오른 물줄기가 그에게 쏟아져 내리며 그의 눈을 멀게 하고 숨통을 조였다! 대포가 이 싸움에 가담한 것이다. 그는 휘몰아치는 물살 속에서 고개를 돌려 벗어나려 애썼고, 그의 앞 허공을 가르며 나르는 포탄의  윙윙거리는 소리를 들렸다. 포탄은 순식간에  멀리 숲 속 나뭇가지들을 부수고 있었다.

    ‘저들은 계속 그렇게 하지 않을 거야.’ 그는 생각했다. ‘다음번엔 산탄을 쏘겠지. 대포를 계속 주시해야 해. 연기가 바로 신호이니까. 포성은 너무 늦게 들리거든. 포탄보다 뒤처져서 오니까 말이야. 참 좋은 대포로군.’

    갑자기 그는 자신이 팽이처럼 빙글빙글 돌아가는 것을 느꼈다. 물과 강둑, 숲, 그리고 이제는 멀어진 다리와 요새, 사람들의 모습이 모두 뒤섞여 흐릿하게 보였다. 사물들은 오직 색깔로만 알 수가 있었고, 그의 눈에는 원을 그리며 이어지는 색의 띠들만이 보였다. 그는 소용돌이에 휘말려 현기증 속에 구역질이 날 정도의 속도로 회전하며 휩쓸려가고 있었다. 잠시 후, 그는 적들의 시야에서 벗어날 수 있는 튀어나온 지형 뒤편, 즉 개울의 왼쪽 기슭(남쪽 기슭) 아래 자갈밭 위로 내던져졌다.

    갑작스럽게 멈추면서 자갈밭에 스치는 손의 감촉에 그는 정신을 차렸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그는 모래를 한 움큼 쥐어 온몸에 뿌리며 소리를 질러 기뻐했다. 모래는 다이아몬드, 루비, 에메랄드처럼 보였고, 그가 생각하기에 아름답지 않은 것은 없었다. 강둑의 나무들은 거대한 정원수 같았다. 그는 나무들의 배열에서 뚜렷한 질서를 보았고, 꽃향기를 깊이 들이마셨다. 나무 줄기 사이로 묘한 장밋빛 빛이 새어 나왔고, 바람은 나뭇가지 사이에서 마치 아이올리아 하프 소리처럼 울려 퍼졌다. 그는 완벽한 탈출을 바라지 않았다. 다시 잡힐 때까지 이 매혹적인 장소에 머무르는 것 만으로도 만족했다.

    머리 위 높은 나뭇가지 사이로 포탄이 내는 덜커덩거리는 소리에 그는 꿈에서 깨어났다. 당황한 포병이 작별 인사 삼아 무작위로 쏜 포탄이었다. 그는 벌떡 일어나 경사진 둑을 뛰어 올라, 숲 속으로 몸을 날렸다.

    그는 해를  따라 방향을 잡으며 온종일 걸었다. 숲은 끝없이 이어지는 듯했고, 나무꾼의 오솔길조차 보이지 않을 만큼 숲이 멈추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자신이 이토록 거친 자연 속에 살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는 미처 몰랐다. 그 사실을 깨달은 것은 무엇인가 기이한 느낌이 있었다.

    날이 저물 무렵, 그는 피로와 발의 통증, 그리고 심한 허기에 시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아내와 아이들을 생각하며 그는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마침내 그는 올바른 방향으로 이어지는 길을 찾아낼 수 있었다. 그 길은 마치 도시의 거리처럼 넓고 곧게 뻗어 있었으나,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듯했다. 길가에는 경작지도, 그 어디에도 집 한 채 보이지 않았다. 개 짖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아 그곳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기척은 전혀 없었다. 검은 몸통의 나무들이 양옆으로 곧게 뻗어 벽을 이루고 있었는데, 그 모습은 마치 원근법 그림처럼 지평선 위의 한 점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숲 사이로 난 틈을 통해 위를 올려다보자, 낯선 별자리로 무리 지어 있는 거대하고 황금 빛으로 빛나는 별들이 보였다. 그는 그 별들이 어떤 비밀스럽고도 사악한 뜻을 지닌 질서에 따라 배열되어 있다고 확신했다. 양 옆의 숲은 기이한 소리들로 가득했는데, 그중에서도 그는 알 수 없는 언어로 속삭이는 소리를 한 번, 두 번, 그리고 또다시 분명하게 들을 수 있었다.

    목에 통증이 느껴져 손을 대어 보니 끔찍하게 부어올라 있었다. 밧줄에 쓸려 생긴 검은 띠 모양의 상처가 있었다. 눈은 충혈되어 뻑뻑했고, 더 이상 감을 수조차 없었다. 갈증으로 혀가 부어올랐는데, 그는 이빨 사이로 혀를 내밀어 차가운 공기에 닿게 함으로써  열기를 식혔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그 길 위로 잔디가 얼마나 부드럽게 깔려 있었던지, 이제 그는 발밑에서 더 이상 거친 길바닥의 감촉을 느낄 수 없었다.

    고통 속에서도 그는 분명히 걸으면서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왜냐 하면 이제 그는 다른 장면을 보았는데, 어쩌면 착각에서 깨어난 것인지도 모른다. 그는 자신의 집 대문 앞에 서 있다. 모든 것이 그가 떠날 때 그대로이며, 아침 햇살 아래 밝고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 밤새도록 길을 걸어온 것이 틀림없다. 대문을 밀고 넓고 하얀 진입로를 따라 올라가던 그는 여인의 옷자락이 나풀거리는 모습을 본다. 상쾌하고 단아하며 사랑스러운 모습의 아내가 그를 맞이하려 베란다에서 내려오고 있다. 그녀는 계단 아래에서 말로 다 할 수 없는 기쁨의 미소를 머금은 채, 비할 데 없는 우아함과 위엄을 지닌 모습으로 그를 기다리고 있다. 아, 그녀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는 두 팔을 뻗으며 앞으로 달려 나간다. 그녀를 막 껴안으려는 찰나, 그는 목덜미에 강렬한 타격을 느낀다. 대포가 터지는 듯한 굉음과 함께 눈부시게 하얀 빛이 사방을 뒤덮고, 이내 모든 것이 어둠과 침묵 속으로 잠겨든다!

    페이턴 파커는 죽어 있었다. 목이 부러진 그의 시신은 올빼미 냇가 다리의 목재 구조물 아래에서 좌우로 가볍게 흔들리고 있었다.(C)

    번역: 박흥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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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앰브로스 G. 비어스(Ambrose G. Bierce, 1842 -1914. 미국 작가, 언론인, 시인)다작에 다재다능한 작가였던 비어스는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 중 한 사람으로, 사실주의 소설의 선구자였음. 그의 공포 소설은 에드거 앨런 포와 H. P. 러브크래프트와 같은 반열에 있다. S. T. 조시는 그가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풍자 작가로 유베날, 스위프트, 볼테르와 같은 인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고 했음. 그의 전쟁 소설은 스티븐 크레인, 어니스트 헤밍웨이 등에게 영향을 주었음. 또한 그는 영향력 있고 두려움을 주는 문학 비평가로도 알려져 있음. 최근 수십 년 동안 비어스는 우화 작가이자 시인으로서 더욱 폭넓은 존경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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