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굿맨 브라운
Young Goodman Brown
by
Nathaniel Hawthor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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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녘에 굿맨 브라운은 살렘 마을로 가려고 문을 나섰으나, 문을 나오며 아내와 작별의 입맞춤을 하려고 고개를 뒤로 돌렸다. 이름에 알맞는 그의 아내 "페이스Faith"는 모자에 달린 분홍 빛 리본을 날리며 예쁜 고개를 내밀어 남편을 불렀다.
"여보," 그녀는 입술을 그의 귓가에 바짝 대고는 나직하면서도 다소 슬픈 목소리로 속삭였다. "부디, 내일 아침 해가 뜰 때까지 떠나는 것을 미루고 오늘 밤은 당신의 침대에서 잠드세요. 홀로 남은 여인은 온갖 꿈과 상념에 시달린 나머지, 때로는 스스로가 두려워지기까지 합니다. 사랑하는 당신이여, 부디 청하오니 일 년 중 오늘 밤 만큼은 제 곁에 있어 주십시오!"
"나의 사랑, 나의 아내," 젊은 굿맨 브라운이 대답했다. "일 년 중 그 어느 밤보다도, 바로 오늘 밤 만큼은 내가 그대 곁을 떠나 있어야만 하오." 그대가 말하는 그 여정, 즉 오고 가는 그 길은 지금부터 해가 뜰 때까지 기필코 마쳐야만 합니다. 아니, 나의 사랑스럽고 어여쁜 아내여! 우리가 결혼한 지 이제 겨우 석 달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나를 의심하는 것이오?
"그럼, 하느님의 축복이 있기를!" 분홍 리본을 단 페이스가 말했다. "그리고 돌아오셨을 때, 모든 것이 무사하기를 빌어요."
"아멘!" 굿맨 브라운이 외쳤다. "기도를 드려요, 사랑하는 '페이스'여. 그리고 해질녘에 잠자리에 들어요. 그러면 아무런 일이 없을 테니."
그리하여 두 사람은 헤어졌고, 그 젊은이는 길을 떠났다. 그러다 예배당 옆 모퉁이를 막 돌려던 순간 뒤를 돌아 본 그는 분홍색 리본을 달고 있었음에도, 여전히 어딘가 애처로운 기색을 띤 채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아내의 모습을 보았다.
"가엾은 페이스!"라는 생각이 든 그는 가슴에 메어졌다. "이런 일 하려고 그녀를 남겨두다니, 나는 참으로 비열한 인간이로구나! 게다가 그녀는 꿈 이야기도 했어. 그녀가 말을 하며 근심 어린 표정이었어. .마치 오늘 밤 일어날 일이 무엇인지 경고한 꿈이라도 꾼 듯 말이야." 아, 그녀는 이 땅에 내려온 은총을 받은 천사야. 그러니 오늘 밤이 지나고 나면, 그녀의 치마 자락이라도 붙잡고 천국까지 따라가겠어."
이처럼 앞날을 위한 훌륭한 결심을 한 굿맨 브라운은 현재의 못된 계획을 더욱 서두르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그는 숲 속의 음침한 나무들로 그늘 진 황량한 길을 택했다. 나무들 사이로 겨우 난 좁은 오솔길은, 뒤돌아 보면 나뭇가지들로 인해 보이지가 않았다. 더할 나위 없이 고독한 곳이었다. 그런 고독에는 묘한 점이 있는데, 여행자는 머리 위로 우거진 수많은 나무 줄기와 빽빽한 가지들 사이에 누가 숨어 있을지 알 수도 없었다. 따라서 외로운 발걸음으로, 보이지 않는 수많은 것들을 지나고 있을 수도 있었다.
"나무마다 그 뒤에 악마 같은 인디언이 숨어 있을지도 몰라." 굿맨 브라운은 혼잣말을 하며 두려운 마음에 뒤를 돌아보았고, 이내 "혹시 악마가 바로 내 곁에 바짝 다가와 있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고개를 돌려 보니 이미 굽이진 길을 지났고, 다시 앞을 보니 단정한 차림새의 한 남자가 오래된 나무 밑에 앉아 있었다. 그 남자는 굿맨 브라운이 다가오자,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따라 나란히 걸어갔다.
"늦었군, 굿맨 브라운." 그가 말했다. "내가 보스턴을 지나올 때 '올드 사우스' 교회의 시계가 시간을 알렸는데, 그게 벌써 15분 전이었어."
"잠시 발길이 묶여 있었어요." 굿맨 브라운이 대답했다. 갑작스러운 동행자의 등장으로 인해 -비록 예상치 못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의 목소리가 다소 떨렸다.
숲은 이미 깊은 어둠에 잠겨 있었고, 두 사람이 걷고 있던 곳은 그중에서도 가장 어두운 지점이었다. 어렴풋이 짐작컨대, 동행자는 쉰 살가량 되어 보였고, 굿맨 브라운과 비슷한 사회적 지위에 있는 듯했다. 또한 그와 상당히 닮은 모습이었는데, 이목구비보다는 표정에서 그 같은 유사점이 더 두드러져 보였다. 그렇지만 그들은 아버지와 아들로 보였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동행자는 젊은이 같은 검소한 옷차림과 태도를 지녔으면서도, 세상 물정에 밝은 사람 특유의 형언할 수 없는 풍모를 지니고 있었다. 설령 어떤 일로 인해 총독의 만찬 자리나 윌리엄 왕의 궁정에 나가더라도 결코 주눅 들지 않았을 그런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에게서 유독 눈에 띄는 점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그의 지팡이였다. 그 지팡이에는 거대한 검은 뱀의 형상이 새겨져 있었는데, 그 솜씨가 어찌나 정교한지 마치 살아 있는 뱀처럼 몸을 비틀며 꿈틀거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물론 이는 불확실한 조명 탓에 생긴 시각적 착각이었을 것이다.
"이리 오게, 굿맨 브라운!" 동행자가 소리쳤다. "여행을 시작하는 것 치고는 너무 느릿한 걸음걸이군. 벌써 지쳤다면 내 지팡이를 쓰게나."
"벗님이어," 굿맨 브라운이 천천히 걷던 발걸음을 멈추며 말했다. "여기서 당신을 만나기로 한 약속을 지켰으니, 이제 나는 왔던 길로 되돌아가려 합니다. 벗님이 알고 있는 그 일에 관해 나는 다소 마음이 꺼림칙합니다."
"무엇이라고?" 뱀 지팡이를 든 남자가 남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어쨌든 걸어가면서 이야기를 나눠보세. 만약 내 말이 자네를 설득하지 못한다면 그때 돌아가도 늦지 않아요. 숲으로 들어온 지는 아직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
"너무 멀리 왔어, 너무 멀리 왔어!" 선량한 굿맨 브라운이 자신도 모르게 다시 발걸음을 옮기며 외쳤다. "우리 아버지는 물론 그 윗대 조상님들께서도 이런 일로 숲에 들어오신 적은 없었어요. 우리 집안은 순교자들의 시대 이래로 줄곧 정직한 사람들과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살아왔단 말입니다. 그런데 내가 브라운 가문에서 처음으로 이 길로 와서..."
"그런 사람들을 말하다니." 동행자가 그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잘 말했네, 굿맨 브라운! 나는 그 어떤 청교도 집안 못지않게 자네 집안 사정을 잘 알고 있지. 말하기 예사롭지 않아. 치안관이었던 자네 할아버지가 살렘 거리에서 퀘이커 교도 여인을 매섭게 매질을 할 때 내가 도왔었지." '킹 필립 전쟁' 때 인디언 마을을 불태우려고 자네 부친에게 내 집 난로에서 불을 붙인 송진 옹이를 가져다 드린 것도 바로 나였지. 두 분 다 내 좋은 친구였고, 우리들은 이 길을 따라 즐겁게 산책하고는, 자정이 넘어서야 유쾌하게 귀가하곤 했었지. 그들을 생각해서도 자네와 친구가 되고 싶네." 굿맨 브라운이 대답했다.
"당신 말이 사실이라면, 그분들이 왜 그런 일에 대해 한 번도 입을 열지 않았는지 의아하군요. 아니, 의아할 것도 없지. 그런 소문이 조금이라도 났더라면 그분들은 뉴잉글랜드에서 쫓겨났을 테니까. 우리는 기도와 선행을 중시하는 가문 사람들이니, 그런 사악함은 결코 용납하지 않지요." 구불구불한 지팡이를 든 동행자가 말했다.
"사악한 짓이든 아니든 간에, 나는 이곳 뉴잉글랜드에서 꽤 폭넓은 인맥을 자랑하네. 수많은 교회의 집사들이 나와 함께 성찬 포도주를 나누었고, 여러 마을의 행정 위원들은 나를 의장으로 추대했으며, 주의회 의원 대다수도 내 일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지. 주 총독 또한 마찬가지고... 하지만 이런 건 국가 기밀이라네."
"정말 이럴 수가!" 굿맨 브라운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는 동행자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며 외쳤다. "허나 총독이나 주 의회 일은 내 알 바 아닙니다. 그들에게는 그들만의 방식이 있는 법이고, 나 같은 평범한 농부에게 그들이 어떤 기준이 될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만약 당신을 따라 나선다면, 살렘 마을에 계신 그 훌륭한 노인, 우리 목사님을 어떻게 뵐 수 있을까요? 아, 안식일이든 평일 설교일이든 그분의 목소리만 들어도 나는 몸을 떨게 될 텐데!"
지금껏 진지한 태도로 경청하던 나이 든 동행자는 그 순간 걷잡을 수 없는 웃음을 터뜨렸는데, 몸을 격렬하게 흔들어대는 통에, 마치 뱀을 닮은 그의 지팡이조차 그에 맞춰 꿈틀거리는 듯했다.
"하하하!" 그가 거듭 소리 내어 웃더니, 이내 마음을 가라앉히고는 말했다. "허허, 계속해 보게나, 굿맨 브라운. 계속해 봐. 하지만 제발, 웃겨서 나를 죽게 하지는 말게!"
"그럼, 이쯤에서 딱 잘라 말하죠." 굿맨 브라운이 꽤나 불쾌한 기색으로 대꾸했다. "저에겐 아내 '페이스'가 있거든요. 그녀가 그런 사실을 알면 그 가여운 마음이 산산조각 날 겁니다. 차라리 제 마음이 부서지는 편이 낫죠!"
"그렇다면," 상대방이 대답했다. "그냥 가던 길이나 가시게, 굿맨 브라운. 우리 앞을 절뚝거리며 걸어가는 저런 늙은 할멈 스무 명을 준다 해도, 나는 '페이스'가 조금이라도 해를 입는 건 원치 않으니까."
그가 말을 하며 길 위에 있는 한 여인을 지팡이로 가리켰는데, 굿맨 브라운은 그 여인이 아주 경건하고 모범적인 부인임을 알았다. 그녀는 그가 어린 시절 교리 문답을 배우던 스승으로, 목사님이나 구킨 집사와 더불어 여전히 그의 도덕적, 영적 조언자였다.
"정말 놀라운 일이군. 구디 클로이스가 해질녘에 이토록 깊은 숲 속에 나와 있다니!" 굿맨 브라운이 말했다."하지만 당신에게 실례가 안 된다면, 저 독실한 부인을 뒤로 하고 숲 길을 가로질러 가야겠어요. 그분은 당신을 모르니, 내가 누구와 어울려 어디로 가는지 캐물을지도 모르니까 말입니다."
"그렇게 하세." 동행자가 말했다. "자네는 숲으로 가게. 나는 이 길로 갈 테니."
그렇게 해서 영맨 브라운은 길을 비켜주며, 길을 따라 조용히 걸어 가는 동행자를 주의 깊게 지켜보았다. 동행자는 마침내 그 노부인에게 지팡이 하나 길이만큼 가까운 거리까지 다가갔다. 한편, 노부인은 그토록 나이가 많음에도 놀라울 정도로 빠른 걸음을 재촉하며, 무언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틀림없이 기도였을 것이다-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러자 그 동행자는 지팡이를 뻗어, 마치 뱀의 꼬리 같은 끝으로 노파의 주름진 목을 건드렸다.
"이 악마 같으니라구!" 독실한 노부인이 비명을 질렀다.
"그렇다면 구디 클로이스는 자신의 오랜 친구를 알아보는 거 아냐?" 동행자는 구불구불한 지팡이에 몸을 기댄 채 그녀를 마주하며 말했다.
"아이구머니, 정말이지, 나리이신가요?" 그 선량한 부인이 외쳤다. "아, 정말이지 틀림없는 나리시군요. 지금 멍청한 녀석의 할아버지 굿맨 브라운, 제 오랜 벗의 모습과 똑같으시니 말이에요. 그런데- 나리께서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제 빗자루가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지 뭐예요. 아마도 그 괘씸한 마녀 구디 코리가 훔쳐간 게 분명해요. 하필이면 제가 셀러리와 오엽풀, 투구꽃 즙을 온몸에 바르고 있던 바로 그때 말이죠……."
"고운 밀가루와 갓난아기의 기름을 섞어서 말이지." 늙은 굿맨 브라운의 모습이라는 말을 들은 동행자가 말했다. "아, 나리께선 그 비법을 잘 알고 계시는군요." 늙은 여인이 낄낄거리며 소리쳤다. "그래서 아까 하던 얘기지만, 모임에 갈 준비는 다 됐는데, 타고 갈 말이 없어 걸어가기로 마음먹었던 거죠. 오늘 밤에 아주 괜찮은 청년 하나가 우리 모임에 새로 들어온다고 해요. 하지만 이제 나리께서 팔을 빌려주신다니, 우리는 눈 깜짝할 사이에 그곳에 도착하겠네요."
"그럴 수 없오." 동행자가 대답했다. "내 팔을 빌려 줄 수는 없지만, 원한다면 여기 내 지팡이가 있어요."
그렇게 말하며 그는 지팡이를 그녀의 발치에 던졌는데, 어쩌면 그것은 생명을 얻었을 수도 있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본래의 주인이 이집트 마법사들에게 빌려주었던 지팡이들 가운데 하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젊은 굿맨 브라운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는 놀라 고개를 들었다가 다시 아래를 내려다 보았는데, 그곳에는 구디 클로이스도, 뱀 모양의 지팡이도 보이지 않았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하게 그를 기다리고 있는 동행자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 할머니께서 제게 교리 문답을 가르쳐 주셨죠." 굿맨 브라운이 말했다. 그 단순한 말 속에는 실로 깊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그들은 계속해서 길을 걸어 나아갔다. 연장자인 동행자는 젊은이에게 길을 재촉하며 인내심을 갖고 나아가도록 독려했는데, 그의 말은 어찌나 설득력 있게 들렸던지 마치 그 논리가 말하는 사람의 입이 아닌 듣는 이의 마음속에서 스스로 피어난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길을 가던 그는 지팡이로 삼을 만한 단풍나무 가지 하나를 꺾어 들고는, 저녁 이슬에 젖어 있는 잔 가지와 작은 곁 가지들을 쳐내기 시작했다. 그의 손가락이 그것들에 닿는 순간, 마치 일주일 내내 햇볕을 쬔 것처럼 기이하게도 시들고 말라버렸다. 그렇게 두 사람은 꽤 빠른 걸음으로 걸었으나, 길가의 음산하고 움푹한 곳에 이르자, 굿맨 브라운은 갑자기 나무 그루터기에 주저앉아 더 이상 가지 않겠다고 했다.
"자," 그가 고집스럽게 말했다. "내 마음은 이미 굳어졌어요. 더 이상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을 거야. 내 생각에 천국으로 가는 줄 알았던 비참한 노파가 악마에게 가버렸다고 한들,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그렇다고 해서 나의 사랑 '페이스'를 버리고 그녀를 따라가야 할 이유라도 있단 말인가요?"
"머지않아 생각이 달라질 거야." 동행자가 차분하게 말했다. "여기 앉아 잠시 쉬게. 그러다 다시 움직이고 싶으면 내 지팡이가 도움이 될 거야."
그런 다음 더 이상의 말 없이 젊은이에게 단풍나무 지팡이를 던져주고는, 마치 짙어지는 어둠 속으로 홀연히 사라지기라도 한 듯 순식간에 시야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영맨 브라운은 잠시 길가에 앉아 스스로를 대견하게 생각했다. 아침 산책 길에 목사님을 마주쳐도 떳떳한 양심으로 대할 수 있을 것이며, 선량한 구킨 집사님 앞에서도 결코 움츠러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였다. 본래는 사악한 짓을 하고 보내려 했으나 이제는 '페이스'의 품 안에서 순수하고 감미롭게 보내게 될 그날 밤 누리게 될 평온한 잠은 과연 어떤 것일까! 그처럼 기분 좋은 생각에 잠겨 있던 굿맨 브라운은 길 위에서 말 발굽 소리가 들려오자 숲가에 몸을 숨기기로 했다. 다행히도 지금 그 나쁜 의도에서 벗어났지만, 애초에 그를 이곳으로 이끌었던 것은 바로 그 악행이 목적이었음을 스스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말 발굽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며 다가오는 점잖은 노인들의 목소리였다. 그 소리들은 그가 몸을 숨긴 곳에서 불과 몇 야드 떨어진 길을 따라 지나가는 듯했으나, 분명 그 지점에 짙게 깔린 어둠 탓에 그들과 그들이 탄 말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들의 모습이 길가에 늘어진 작은 나뭇가지들을 스치고 지나갔지만, 그 나뭇가지 사이들을 비쳐 나오는 희미한 빛줄기를 단 한순간이라도 가리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굿맨 브라운은 몸을 웅크렸다가 까치발 딛기를 반복하며 나뭇가지를 헤치고 가능한 힘껏 고개를 내밀어 보았으나, 아무런 그림자조차 발견할 수 없었다. 그를 더욱 괴롭힌 것은, 맹세라도 할 만큼 확실한 귀에 익숙한 목소리들이었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들은 목사와 구킨 집사였는데, 그들은 평소 목사 임직식이나 교회 회의에 참석하러 갈 때면 늘 그러하듯 조용히 말을 타고 갔다. 아직 소리가 들릴 만한 거리에 있을 때, 그중 한 사람이 채찍으로 쓸 나뭇가지를 꺾으려고 말을 멈춰 세웠다.
"목사님," 집사의 목소리 같은 음성이 들려왔다. "저는 목사 임직 축하 만찬을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오늘 밤 모임만은 꼭 참석하고 싶습니다. 듣자하니 우리 신도들 중 일부는 팰머스나 그 너머 먼 곳에서, 또 다른 이들은 코네티컷과 로드아일랜드로부터 온다고 합니다. 게다가 인디언 주술사도 몇 명 참석하는데,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우리 중 내로라하는 사람들 못지않게 악마적인 술수에 능통한 자들이지요. 무엇보다도, 어여쁜 젊은 여인이 우리 신도 공동체에 새로이 들어올 예정이기도 합니다."
"아주 좋습니다, 구킨 집사님!" 목사의 엄숙하고 노련한 목소리가 들렸다. "말을 재촉하십시오. 그러지 않으면 늦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제가 도착해야 뭐든지 시작할 수 있으니까요."
말 발굽 소리가 다시 요란하게 울려 퍼졌고, 허공 속에서 기이하게 들려오던 목소리들은 숲 속으로 멀어져 갔다. 그곳은 교회가 세워진 적도, 기독교인이 기도를 올린 적도 없는 숲이었다. 그렇다면 이 거룩한 이들은 이교도의 황무지인 그 깊은 곳에서 도대체 어디로 향하고 있었던 것일까? 젊은 굿맨 브라운은 가슴을 짓누르는 무거운 병 증으로 현기증을 느껴, 그만 땅바닥으로 쓰러질 것만 같아 나무를 붙잡고 몸을 지탱했다. 그는 과연 머리 위에 천국이 존재하기는 하는 것인지 의심하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푸른 하늘에는 별들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머리 위에는 하늘이, 가슴 속에는 믿음이 있으니, 나는 악마에 맞서 굳건히 버텨내리라!" 굿맨 브라운이 외쳤다.
그가 여전히 깊고 둥근 하늘을 올려다보며 기도를 드리려고 두 손을 들어 올렸을 때, 바람이 불지 않았으나 구름 한 점이 머리 위를 빠르게 가로질러 가며 점점 밝아지던 별들을 가려버렸다. 검은 구름 덩어리가 북쪽으로 빠르게 지나가고 있던 바로 그의 머리 위를 제외하고는, 하늘은 여전히 푸르렀다. 그때 공중 높은 곳, 마치 구름 속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듯 소란하고 의구심이 드는 목소리들이 울려 퍼졌다. 그 순간, 그는 그 소리들 속에서 자신이 사는 마을 사람들의 말투가 있는 것 같았다. 그 목소리들 중에는 성찬식에서 마주쳤던 경건한 이들도 있었고, 선술집에서 방탕하게 어울려 놀던 이들도 섞여 있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소리가 워낙 불분명했던 탓에, 그 목소리들이 바람 한 점 없이 속삭이는 오래된 숲의 웅성거림에 불과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그때 살렘 마을의 밝은 햇살 아래서 매일 듣던 익숙한 음성들이 한층 더 거세게 울려 퍼졌는데, 밤의 어둠 속에서 이런 소리가 들린 것은 지금까지 없었던 일이었다. 그 중에는 한 젊은 여인의 목소리도 섞여 있었다. 어딘가 슬픈, 애달픈 탄식 조의 그 목소리는 은혜를 빌고 있었는데, 정작 그 은혜를 얻게 된다면 오히려 슬퍼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수많은 무리가 -성도와 죄인을 막론하고- 마치 그녀가 앞으로 나서도록 부추기는 듯했다.
"페이스!" 굿맨 브라운이 고통과 절망이 서린 목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숲이, 마치 길을 잃고 헤매는 가련한 영혼들이 광야 곳곳에서 그녀를 애타게 찾는 듯이 "페이스! 페이스!" 하며 조롱하듯, 메아리 쳤다.
불행한 남편 굿맨 브라운이 대답을 기다리며 숨을 죽이고 있을 때, 슬픔과 분노, 그리고 공포가 뒤섞인 울부짖음이 밤 공기를 날카롭게 가르고 있었다. 비명 소리가 들려왔으나 곧이어 더 거세게 일어난 웅성거림에 묻혀버렸고, 이내 멀리서 들려오는 웃음소리로 그 비명은 잦아들었다. 그사이 어두운 구름이 걷히면서 굿맨 브라운의 머리 위로는 맑고 고요한 하늘이 드러났다. 그러나 무언가가 공중에서 가볍게 너울거리며 내려오더니 나뭇가지에 걸렸다. 그가 그것을 낚아채어 보니, 분홍색 리본이었다.
"나의 '페이스'가 사라져 버렸어!" 멍하니 넋을 잃고 있던 그가 외쳤다. "이 세상에 선이란 없으며, 죄란 그저 이름 뿐이야. 오라, 악마여! 이 세상은 이제 네게 주어졌으니."
절망으로 미칠 듯한 심정이 되어 큰 소리로 긴 웃음을 터뜨린 굿맨 브라운은 지팡이를 움켜쥐고 다시 길을 나섰는데,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숲 길을 걷거나 달린다기보다는 마치 날아가는 듯했다. 길은 갈수록 거칠고 황량해지더니 마침내 자취를 감추었고, 그는 어두운 숲 한복판에 홀로 서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인간을 악으로 이끄는 본능으로 여전히 앞을 향해 질주하고 있었다. 숲 전체가 공포스러운 소리들로 가득 차 있었다. 나무들이 삐걱거리는 소리, 야수의 울부짖음, 그리고 인디언들의 고함 소리가 울려 퍼졌고, 바람은 때로는 멀리서 들려오는 교회 종소리처럼 울렸다. 때로는 마치 대자연 전체가 그를 비웃기라도 하듯 거세게 포효했다. 그러나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가장 끔찍한 존재는 바로 그 자신이었기에, 그는 그 같은 두려움에 결코 움츠러들지 않았다.
"하하하!" 그는 바람이 자신을 비웃듯 소리를 내자, 그에 맞서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누가 더 크게 웃는지 한번 겨뤄보자! 네놈들의 그 악마 같은 짓거리로 나를 겁주려 하지 마라! 마녀든 마법사든, 인디언 주술사든, 악마 그놈이든 다 덤벼봐라! 여기 굿맨 브라운이 있다. 내가 너희를 두려워하는 만큼, 너희 또한 나를 두려워할 것이다!"
사실, 그 기괴한 숲 전체를 통틀어 굿맨 브라운의 모습보다 더 섬뜩한 것은 없었을 것이다. 그는 검은 소나무 숲 사이를, 지팡이를 휘두르며 미친 듯이 뛰어갔다. 때로는 끔찍한 신성 모독의 말을 내뱉고, 때로는 마치 악마들이 따라 웃는 듯, 숲의 메아리마저 함께 웃게 만드는 그런 웃음소리를 터뜨렸다. 악마가 본래의 형상으로 나타날 때보다, 인간의 가슴속에서 날뛸 때가 훨씬 더 끔찍한 법이다. 악마에 홀린 듯한 그는 그렇게 질주를 계속하다가, 나무들 사이로 일렁이는 붉은 불빛을 보았다. 마치 벌목한 나무와 가지들을 한밤중에 태울 때 뿜어져 나오는 불길이 섬뜩한 빛을 내며 하늘로 치솟는 듯한 불빛이었다. 그는 자신을 거칠게 몰아치던 폭풍이 잠시 잦아든 틈을 타 걸음을 멈추었고, 멀리 수많은 목소리가 묵직하게 울려 퍼지는 찬송가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그 선율을 알고 있었다. 마을 예배당 성가대에서 익히 들어왔던 친숙한 곡조였다. 찬송가 소리는 잦아들었으나, 이내 사람들의 목소리가 아닌 어둠에 잠긴 황야의 온갖 소리들이 빚어내는 합창이 기이하고도 장엄한 조화를 이루며 울려 퍼졌다. 굿맨 브라운은 비명을 질렀으나, 그 소리는 황야의 울부짖음에 섞여, 정작 자신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그는 빛이 시야에 들어올 때까지 정적 속에서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갔다. 어두운 숲이 장벽을 이루어 둘러싼 공터 한쪽 끝에 바위 하나가 솟아 있었는데, 그 모양은 투박하나 제단이나 설교단을 연상케 했다. 바위 주변에는 네 그루의 소나무가 불타고 있었는데, 마치 저녁 집회의 촛불처럼 나무 밑둥은 온전한 채 그 꼭대기에서만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바위를 뒤덮고 있던 무성한 잎사귀들도 온통 불길에 휩싸여 밤하늘 높이 타오르며, 공터 전체를 비추었다. 아래로 늘어진 나뭇가지와 잎사귀 하나하나가 불길에 휩싸여 있었다. 붉은 불빛이 일렁임에 따라 수많은 군중이 모습을 드러냈다가 다시 그림자 속으로 사라지기를 반복하더니, 마치 어둠 속에서 불쑥 솟아나듯 순식간에 나타나 고요한 숲 한복판을 가득 메웠다.
"검은 옷을 입은 엄숙한 무리로군!" 굿맨 브라운이 말했다.
실제로 그들은 그러했다. 어둠과 눈부심 사이를 오가는 그들 가운데에는, 이튿날이면 주 평의회 석상에서 보게 될 얼굴들도 있었고, 또 안식일이면 나라 안에서 가장 성스러운 강단에 서서 경건하게 하늘을 우러르며 사람들로 가득 찬 신도 석을 인자하게 굽어보던 이들의 얼굴도 있었다. 일설에 따르면, 그곳에는 총독 부인도 있었다고 한다. 그곳에는 그녀에게 친숙한 귀부인들, 존경 받는 남편을 둔 아내들, 수많은 과부와 노처녀들 등 평판이 훌륭한 이들이 모여 있었고, 어머니에게 들킬까 봐 전전긍긍하는 어여쁜 처녀들도 있었다. 어둑한 들판 위로 갑작스레 번뜩이는 불빛 때문에 굿맨 브라운의 눈이 현혹되었거나, 아니면 그의 남다른 경건함으로 인해 유명한 살렘 마을 교회 교인 수십 명을 알아본 것이다. 존경받는 성인이자 목회자인 목사 곁에는 이미 구킨 집사가 도착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러나 엄숙하고 평판이 좋으며 경건한 사람들과 -교회의 장로들, 정숙한 부인들, 그리고 순결한 처녀들- 불경스럽게도 한데 어울려 있는 사람들 중에는 방탕한 삶을 사는 남자들과 평판이 좋지 않은 여자들, 온갖 비열하고 추잡한 악덕에 빠져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의심까지 받는 무리도 섞여 있었다. 선한 이들이 악한 사람들을 피하지 않고, 죄인들 또한 성인들 앞에서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은 기이하게 보였다. 창백한 얼굴의 적들(백인들) 사이에는 인디언 사제들 즉, '파우와우'들도 섞여 있었는데, 그들은 영국 마술에서 알려진 그 어떤 주문보다도 더 끔찍한 주문으로 굿맨 브라운의 고향 숲을 자주 공포에 떨게 하던 자들이었다.
"그런데 페이스는 어디 있지?" 굿맨 브라운은 생각했다. 그리고 가슴속에 희망이 피어오르자 그는 몸을 떨었다.
찬송가의 또 다른 절이 울려 퍼졌다. 경건한 이들이 즐겨 부르는 느리고 애잔한 선율이었으나, 그 가사는 인간의 본성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죄악을 담고 있었으며, 그보다 훨씬 더한 무엇인가를 어둡게 암시하고 있었다. 필멸의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헤아릴 수 없는 악마들에 관한 내용이었다. 찬송가의 절이 거듭되는 동안, 거대한 오르간의 깊은 울림처럼 황야가 부르는 합창이 사이사이로 웅장하게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 무시무시한 찬송가의 마지막 울림과 함께, 마치 거센 바람과 급류, 짐승의 울부짖음, 그리고 황야의 온갖 거친 소리가 죄 많은 인간의 목소리와 한데 어우러져 만물의 군주에게 경배를 드리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활활 타오르는 네 그루의 소나무가 불길을 더 높이 뿜어 올리자, 불경한 무리 위로 피어오르는 연기 속에 기괴하고도 끔찍한 형상과 얼굴들이 어렴풋이 드러났다. 바로 그 순간, 바위 위의 불길이 붉게 솟구치며 빛나는 아치를 이루었고, 그 아래로 한 인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경건한 마음으로 말하건대, 그 인물의 복장과 태도는 뉴잉글랜드 교회의 엄숙한 성직자와 놀라울 정도로 흡사했다.
"개종한 지들은 앞으로 나오라!" 라고 외치는 목소리가 들판에 울려 퍼져 숲속으로 번져 나갔다.
그 말이 떨어지자 굿맨 브라운은 나무 그늘에서 걸어 나와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는 자신의 마음속에 깃든 온갖 사악함이 그들과 다름없다는, 혐오스러운 동질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마치 죽은 자신의 아버지가 연기가 만든 구름 속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앞으로 나오라고 손짓하는 듯한 환영을 보았고, 동시에 절망적인 표정의 한 여인이 손을 뻗어 그에게 물러나라고 경고하는 모습도 보았는데, 이는 실제라고 맹세할 수 있을 만큼 생생했다.
그 모습은 그의 어머니였을까? 그러나 목사와 선량한 구킨 집사가 그의 팔을 잡아 불길이 치솟는 바위 앞으로 끌고 갈 때, 그는 한 걸음도 뒷걸음 칠 수 없었고 생각으로조차도 저항할 수 없었다. 그곳에는 또한 베일을 쓴 가냘픈 여인의 모습도 보였는데, 그녀는 경건한 교리 문답 교사인 구디 클로이스와 악마로부터 지옥의 여왕이 되겠다는 약속을 받은 마사 캐리어의 인도를 받고 있었다. 마사 캐리어야말로 광포한 마녀였다! 불길의 장막 아래에는 기독교를 받아들인 새로운 신도들이 서 있었다.
"어서 오라, 나의 아이들아." 검은 몸체가 말했다. "너희 종족의 공동체에 온 것을 환영하노라! 너희는 그토록 어린 나이에 너희의 본성과 운명을 깨달았구나. 자, 뒤를 돌아보라."
새 신도들이 몸을 돌리자, 음산한 미소가 번뜩이는 악마 숭배자 같은 사람들의 모습이 불빛 속에 드러났다.
"저기," 검은 몸체가 말을 이었다. "너희들이 젊은 시절부터 경외해 온 이들이 모두 있노라. 너희들은 그들을 그대들보다 더 거룩한 존재로 여겼고, 의로운 삶과 하늘을 향한 기도의 열망을 그들의 모습에서 보며 자신의 죄를 부끄러워했지. 그러나 보라, 그들 모두가 바로 나의 이 예배 모임에 와 있지 않은가! 오늘 밤 너희들은 저들의 은밀한 행각을 알게 될 것이다. 교회 원로들이 백발이 성성한 수염을 쓰다듬으며 집안의 젊은 하녀들에게 음란한 속삭임을 건네던 일, 과부의 상복喪服을 간절히 바라던 아내가 잠자리에 든 남편에게 음료를 먹여 자신의 품 안에서 영원한 잠에 들게 했던 일, 수염도 채 나지 않은 청년들이 아버지의 재산을 서둘러 물려받으려 했던 일, 그리고 어여쁜 처녀들이 -사랑스러운 이들이여, 부끄러워할 것 없다- 정원에 작은 무덤을 파고는 갓난 아기의 장례식에 나를 유일한 조문객으로 초대했던 일들을 말하노라. 너희들은 교회든 침실이든 거리든 들판이든 숲 속이든 범죄가 저질러진 모든 곳을 샅샅이 찾아낼 것이며, 온 세상이 죄의 얼룩인 거대한 핏자국으로 뒤덮인 모습을 보며 환희에 젖을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너희들은 모든 사람의 가슴속 깊이 자리한 죄, 온갖 사악한 행위의 원천을 꿰뚫어 보게 될 것이다. 그것은 인간이 행동으로 모두 드러낼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악한 충동을 끊임없이 뿜어내는 샘이기 때문이다. 자, 이제 내 아이들아, 서로를 바라보라."
그의 말에 따라 그들은 서로를 보았다. 그리고 지옥의 불길로 타오르는 횃불의 불꽃 속에서, 그 비참한 남자는 아내 '페이스'를, 그리고 아내는 그를 보았다. 두 사람은 그 불온한 제단 앞에서 떨고 있었다.
"보라, 내 아이들아." 검은 몸체는 깊고 엄숙하며, 절망적인 위엄 속에서도 어딘가 슬픔이 어린 어조로 말했다. 마치 한 때 천사였던 그의 본성이, 비참한 인간 종족을 위해 여전히 애도하는 듯했다. "너희들은 미덕이 다만 꿈에 불과한 것은 아니었으면 했지! 이제야 환상에서 깨어났구나! 악이야말로 인간의 본성이다. 악만이 너희의 유일한 행복임 틀림없다. 너희 종족의 일원이 된 것을 다시금 환영하노라, 내 아이들이어!"
"환영합니다!" 악마 숭배자가 되어버린 살렘 마을 사람들이 절망과 승리가 하나가 된 외침을 되풀이했다.
그곳에 두 사람이 서 있었다. 이 어두운 세상에서 아직은 악의 문턱에 서서 망설이고 있는 유일한 한 쌍인 듯했다. 바위에는 움푹 파인 곳이 있었다. 그 안의 붉은 물은 불 빛을 받아 붉었을까, 아니면 피였을까? '검은 형체'는 그곳에 손을 담가 그들의 이마에 세례의 표식을 할 준비를 했다. 남편은 창백한 얼굴의 아내를 보았고, 아내인 '페이스' 역시 그를 바라보았다. 자신들이 드러낸 것과 목격한 것에 똑같이 몸서리치며, 이제 그들은 비참하고 타락한 모습을 서로 보게 될 터였다.
"페이스! 페이스!" 남편이 외쳤다. "하늘을 우러러보고 악한 자에게 맞서시오!"
그녀가 그의 말을 따랐는지는 알 수 없었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는 고요한 밤의 적막 속에 홀로 남겨져, 숲 사이로 무겁게 잦아드는 거센 바람 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는 비틀거리며 바위에 몸을 기댔는데, 바위는 차갑고 축축했다. 그 사이 불길에 휩싸였던 나뭇가지 하나가 그의 뺨 위로 아주 차가운 이슬을 흩뿌렸다.
다음 날 아침, 젊은 굿맨 브라운은 마치 얼이 빠진 사람처럼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살렘 마을 거리로 천천히 걸어 나왔다. 인자한 노목사는 아침 식사 전 입맛도 돋우고 설교 내용도 구상할 겸 묘지 옆길을 산책하다가, 지나가던 굿맨 브라운을 보고 축복의 말을 건넸다. 굿맨 브라운은 마치 저주를 피하려는 듯 그 존경 받는 성자로부터 몸을 움츠리며 물러섰다. 늙은 구킨 집사는 가정 예배를 드리고 있었고, 열린 창문을 통해 그의 경건한 기도 소리가 흘러나왔다. "저 마법사는 도대체 어떤 신에게 기도하는 것인가?" 굿맨 브라운이 중얼거렸다. 훌륭한 노부인 구디 클로이스는 아침 햇살 속 창가에 서서, 아침 우유 한 병을 가져온 어린 소녀에게 교리 문답을 가르치고 있었다. 굿맨 브라운은 마치 악마의 손아귀에서라도 구출하듯, 그 아이를 낚아채어 도망치듯 그 자리를 벗어났다. 예배당 옆 모퉁이를 돌던 그는 분홍색 리본을 단 아내 '페이스'의 머리가 초조한 듯 밖을 내다보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를 보자 그녀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거리로 달려 나와, 온 마을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남편에게 거의 입을 맞출 듯이 다가갔다. 그러나 굿맨 브라운은 엄하고도 슬픈 표정으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볼 뿐, 아무런 인사도 건네지 않은 채 지나쳤다.
굿맨 브라운은 숲속에서 잠이 들어, 마녀들의 모임에 관한 괴이한 꿈을 꾸었던 것일까?
그렇다면 그랬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아, 슬프게도 그것은 젊은 굿맨 브라운에게 불길한 징조를 담은 꿈이었다. 그 두려운 꿈을 꾼 날 밤 이후로 그는 심각하고 슬퍼하며, 어두운 상념에 잠긴 채 불신과 절망에 사로잡힌 사람이 되어버렸다. 안식일에 회중이 거룩한 찬송가를 부를 때면, 그는 그 노래를 들을 수 없었다. 요란한 죄악의 노래가 귓가로 밀려 들어, 그 복된 찬송을 모두 삼켜버렸기 때문이다. 목사가 강단에 서서 펼쳐진 성경 위에 손을 얹고, 힘차고 열정적인 웅변으로 우리 종교의 신성한 진리와 성인 같은 삶, 승리의 죽음, 그리고 말로 다 할 수 없는 내세의 복락이나 고통에 대해 설교할 때면, 굿맨 브라운은 얼굴이 창백해지곤 했다. 그는 혹여나 지붕이 무너져 내려 그 백발의 신성 모독자와 회중을 덮치지는 않을까 두려웠던 것이다. 그는 종종 한밤중에 갑작스레 잠에서 깨어나면 아내 '페이스'의 품을 피하려 했고, 아침이나 저녁에 가족이 무릎을 꿇고 기도할 때면 눈살을 찌푸리며 혼잣말을 중얼거리고는, 아내를 매서운 눈길로 쏘아보다가 고개를 돌려버리곤 했다.
세월이 흘러 그가 백발의 시신이 되어 무덤으로 향할 때, 늙은 아내 '페이스'와 자녀, 손주들로 이루어진 훌륭한 행렬, 그리고 적지 않은 이웃들이 그 뒤를 따랐으나, 그의 묘비에는 희망을 담은 글귀가 새겨지지 않았다. 그의 임종 순간은 암울했기 때문이다.(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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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니엘 호돈: 주홍 글씨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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